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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쭈니 JJUNI Feb 16. 2024

EP06) 사장님, 결혼 하셨어요?

결혼에 대하여, 30대와 50대 그리고 60대의 이야기


“사장님, 결혼은 했고?”


처음 뵙는 손님들도 이런 말을 하실 때가 종종 있어요. 물론, 저 이야기를 하기 전에 사장인 저는 느낌이 빡- 와요.

일단 손님은 제가 주문을 받을 때 부터 저를 이미 며느리감으로 정해놓은 듯한 눈빛을 보내세요.

그러면서 말 끝에 ‘아유 싹싹하네-‘ ’성격이 참 좋네-‘ ’나도 아가씨같은 며느리 있었으면 좋겠네-‘ 하며 온갖 칭찬폭탄을 해주세요.

사장이면서 아가씨인(28살!) 저는 일단 기분이 무척 좋아집니다! 성격 좋고, 싹싹하다는 말은 그 분이 저를 무척이나 좋게 봐주셨다는 말과 같으니까요.

그리고 뒤 따라오는 질문은 모두가 예상하다시피


“사장님 실례가 안된다면 나이가….?”


저는 이런 손님들과 이야기하는게 너무 재미있고 유쾌해져요.

물론 남자친구도 있고 곧 결혼 예정이라 모든 소개들(아드님, 주변 친척의 아드님, 비슷한 연배의 아는 사람 등)을 받지는 않지만(무척 아쉬워하시지만 저는 임자가 있습니다 후후!)

그 뒤에는 각자의 결혼 이야기로 꽃피우죠. 저는 그 순간을 늘 기다리구요! (노림수에 걸려든 내 손님들)


저를 정말 본인 딸처럼 아끼고 챙겨주시는 50대 여자 손님이 계셔요.

그 분은 제 남자친구도 알고 있고, 저도 손님께 연애와 결혼에 대해서 자주 이야기를 하고 조언도 들은 터라 종종 관련 주제에 대해 이야기를 할 기회가 와요.

그러면 늘 손님은 저를 보며 “좀만 더 늦게가요…” 하시며 안타까워하세요.

왜?

결혼 생활이 힘들고 어려워서? 같이 살다보면 서로 지겨워질까봐?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보는 기회를 놓칠까봐?

아니요.

“지금 너무 예쁜 나이인데, 결혼하면 해야 하는 것들이 많아져서. 가장 예쁜 지금을 누리면서 천천히. 현재 만나고 있는 사람이 정말 좋은 사람인지, 평생 함께 할 수 있는 사람인지 여유롭게 보고 결정하라고 얘기해주고 싶어요.“


하며, ‘내가 정말 사장님이 친딸같아서….너무 아깝고 아쉬워서…‘하며 진심을 담아 얘기해주셨어요.

그 때는 그저, 아 결혼 생활이 너무 많은 짐을 지울 수도 있겠구나 하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지금 다시 생각해보면 아마

*결혼을 한다 = 명절, 제사때마다 참석하는 의무/ 연애때는 없던 아이에 대한 부담감이 없지않아 생긴다 / 함께 살면서 오는 스트레스가 있다.(청소,  생활습관, 금전적인 부분 등)

이 모든 것들을 결혼해본. 이미 30이 넘은 첫째 아들이 있는 손님의 입장에서는 천천히 가도 다 할 수 있는 것들이며 아무 제약 없이 단순히 둘이서만 좋아서 만날 때

즉 연애할 때를 즐겨둬라. 이런 말씀을 하신 것 같아요.

너무 감사했어요. 단순히 손님과 사장으로 만났을 뿐인데 이렇게까지 아껴줄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 정도로 감사한 인연이라고 생각해요.


물론!

60대의 남자 손님 3분이  “사장님 결혼하셨어요?” 질문을 하셔서 제가 “아직이요! 아마 곧 할 것 같아요!” 대답하니 그 중 두 분이 과한 몸짓을 하시며

“아아아! 사장님!!! 그건 안돼! 하지마 하지마!“

하시는거있죠? 그러면서 가만히 계시는 한 분에게 ‘너, 다시 태어나면 결혼 할거야 안할거야?’ 하며 호통치듯이 물어보시는거에요?

그 때 들리는 대답이 “아니” 여서 더 웃겼더라죠!

단순하게 정말 지금까지 시달린게 많은 어르신들은 이런 반응을 보이십니다!저얼대 결혼하지 말고! 혼자서! 재미있게 살라며! 음료를 반납하고 나가실 때 까지 신신당부하고 가세요. 사실 저는 알고 있습니다. 이런 분들이 누구보다 더 재미있고 즐거운 결혼 생활을 보내고 있다는걸요.(만약 부부로 오셨으면 티격태격 하셨을 모습이 눈에 훤해요!)


그럼 30대는 어떤 이야기를 해주실까요?

제 가게에 오는 30대 분들은 모두 두 돌이 지나지 않은 아이를 데리고 오시거나, 아니면 아직 미혼이신 분들이 많아요.

미혼이신 분들과 이야기를 하다보면 거의 현실에 대한 막연함과 미래에 대한 불안감때문에 결혼에 대해 막막함을 느끼는 경우가 많아요. 어떻게 보면 ‘현실적인’거죠.

아직 집도, 차도 그리고 모아둔 돈도 많지 않아서 ‘내가 당장 어떻게 결혼을 해…?’라는 생각을 해요. (물론, 아예 비혼이신 분도 계세요!)

그러나 반대로, 아이를 안고 오신 분들은 ‘돈 없어도 결혼하고 집사도 애도 낳아 키울 수는 있어요.’ 하며 이야기해주세요.(물론 풍요롭지는 않아요! 할 수는 있다 인거죠.)

그 분들은 매일 똑같은 옷을 입고, 모자를 쓰거나 머리를 질끈 묶고 오시는데도 불구하고 아이들은 매 번 새로운 옷에 엄마보다 더 따뜻한 외투를 입고 와요.

손님들은 아이들을 보며 환한 미소를 지으시며 제게 말해요.

”물론 가끔 힘들지 않다면 거짓말이겠죠. 근데 정말 행복해요. 사장님도 얼른 결혼하세요, 지금까지 살던 인생과는 전혀 다른 삶이 펼쳐져요“

아이가 없어도 하는 말씀들은 모두 비슷해요. ‘함께 사니까 너무 좋다’ ‘이 사람의 다른 모습을 알게 돼서 화나는 순간도 있는데 새로움을 느낀다.’

흠, 사실 저는 결혼한 30대가 부러워요.

제가 지금 결혼하고 싶은 가장 큰 이유도 ‘하루 종일 함께 있다가, 저녁을 먹고 각자의 집으로 헤어져야 하는 순간이 아쉬워서’이니까요.

하지만 함께 살고 20년, 30년이 지나면 무언가가 바뀌는거겠죠…?(조금 무섭네요…?)


여러분은 결혼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물론 여기에 적은 이야기보다, 적지 않은 이야기가 더 많아요. 아이를 키우는 것에 대한 장점과 단점에서부터, 결혼식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혹은 상견례 자리에서!

(+ 본인의 결혼 생활에 대해서도 이야기해주세요! 아주 듣는 재미가 쏠쏠하답니다. 어떤 이유로 자주 다투는지, 어떤 점이 화나는지 혹은 어떤 점에서 반했는지 등)

그리고 제가 종합적으로 느낀건, 결국은 ‘해 봐야 알게 된다’ 입니다!

아마 저는 백날천날 이야기해줘봐야 해 보기 전까지는 현실로 와닿지 않을 것 같아요. 다만, 비슷한 일이 일어났을 때 조금은 더 침착하고 현명하게 대처할 수 있겠죠?

단골 카페에 가서 여러분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저는 늘 두 팔 벌려 환영하며 기다리고있습니다!


허락은 받지 않았지만 제 친구 결혼사진을 여기에 첨부합니다.

허락따위는 받지 않아도 될 정도로 친한 친구이니, 나중에 들키면 고해성사 할까 합니다. 그 때 까지는 비밀로 해주세요들.


+ 다음 이야기,

손님 : 사장님, 카페하는거…괜찮아요?

쭈사장 : 네네! 다 알려드릴게요! 근데 어떤 일 때문에 물어보세요?

아니, 내 딸이 카페를 하나 차리고 싶어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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