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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쭈니 JJUNI Mar 01. 2024

EP12) 사장님, 손님 없는 시간에 뭐하고 계세요…?

9시 출근 21시 퇴근, 하루 12시간 동안

저의 하루 일과에 대해서 짧막하게 설명해드리자면.

7시 기상, 7~8시 실내 싸이클, 8시~8시 40분 출근 준비 및 출발, 9시 출근  - 21시 퇴근 + 퇴근 이후 시간은 자유! 단, 12시 전에는 꼭(!) 취침.


지인들이 제게 연락을 할 때면 다들 하는 말이 ‘어디야?’ 혹은 ’지금 뭐해?‘로 시작하는데, 저는 항상 같은 답변을 보내요.

“나야 출근했지…” 혹은 “나 가게야…”

늘 어딘가 아련한 사람마냥 .(온점)을 3개~4개 이어 붙이고 불쌍한 척이란 척은 다 하면서 연락을 시작해요. 하지만, 이런 불쌍한 사람마냥 행동하지만 사실 저는 제 반복되는 생활에 무척 만족하면서 재미를 느끼고 있답니다. 하루종일 가게에 붙어있으면서, 어디 놀러가지도 못하고 외식도 제대로 못하면서 도대체 ’왜?‘ 재미있냐고요? 물론 저도 이 생활이 무척 재미없고 억울하고 갇혀있는 것 처럼 느껴졌던 날들이 있어요. 하지만, ‘사장’이라는 타이틀을 달게 된 지금은 그냥 내 집 같기도 하고 애정이 담긴 공간이기도 해서 가게에만 있는게 싫지 않답니다.


하지만 제게도 이 공간이 감옥같고, 탈출하고 싶었던 날들이 있었죠.

‘내가 이 돈을 받으면서 여기서 일하는게 맞나?’ ‘나도 벚꽃 피는 봄날이나, 여름날 시원한 바다로 놀러가고 싶다’ 하는 생각이 머릿속에 가득 차 지금 내가 살아가는 인생이 불쌍하게 여겨지는 날들도 많았어요.


그 이야기를 해볼까 해요. 직원과 사장. 두 가지의 입장에서 말이죠.


[직원이었을 때,]

주 6일 출근, 1일 휴무. 오전 10시~22시까지 12시간씩 근무. 같이 일하는 사람 = 없음. 시급보다 적은 월급.

직원의 입장으로 보면 최악의 근무 조건이라고 할 수 있죠. 하지만 저는 커피에 ‘ㅋ’도 모르는 새내기 직원이었고, 그저 언니랑 고모 밑에서 같이 일하며 배우는 입장이었으니. 내가 나중에 카페를 차릴 생각이 없어도 ‘배운다’ 라는 생각으로 지낸거죠. 처음 이 카페는 꽃다발도 함께 했던 가게였어서. 유튜브로 ‘꽃다발 만드는 법’ ‘꽃 컨디셔닝 하는 법’등을 검색하며 혼자서 실력을 쌓아갔죠.


불만은 계속해서 쌓여갔어요.

월급은 적게 받는데, 손님이 많거나 가게에 할 일이 많으면(청 담그기, 가게 물건 발주하기, 진상 손님 대처하기, 꽃다발 예약) 그 스트레스는 점점 쌓여갔어요. 하지만, 가게 사장이었던 고모는 ’그래 힘든거 알아~ 그래도 어쩌겠어 직원인데‘ ‘나 사장이야’ 하며 어물쩡 넘어가기 일쑤였죠. 심지어는 너무 참다가 정말 이건 아닌 것 같아서 이야기를 꺼내면, ‘너 힘든만큼 나도 힘들어’ 하셨죠.(코로나 시기였어서, 자영업에 더 큰 어려움을 겪으셨나봐요.)

그래도 가족이니까. 나도 가게에서 일하며 가게 사정을 어느정도 알고있고, 나이가 있는 가족과 함께 일하고 있는데 더 투덜거리는게 맞나 하는 생각도 들었어요.(젊은 내가 더 일하자!)

그럴 때 마다 가게에 있는 시간이 지옥같이 느껴졌어요. 밖에는 벚꽃이 피고 있고, 카페에 오는 손님들도 다 ‘놀러’ 나온 사람들일텐데. 그러면서 주변 사람과 저를 비교하기 시작했죠. ‘쟤는 나보다 월급도 많이 받으면서, 쉬는날은 더 많네’ ‘저 친구는 일본 놀러갔구나…나는 쉬는 날도 마음대로 못정하고 이러고 있는데…’ 이런 생각들이 쌓여 결국 SNS를 삭제하기까지 했었죠. 그리고는 느꼈어요.

‘아, 여기가 감옥이구나‘. 일하는 시간에 건물 안에 있는게 답답해 손님이 없을 때마다 정원에 나가 앉아있었고. 손님들에게 불친절하게 대하는 순간들이 생기기 시작했어요.

그 때는 그냥 내가 일하는게 힘들어서 그랬구나 했었는데, 지금 그랬던 이유를 따져보면 ‘돈’ 이었던 것 같아요. [내가 일하는 만큼 받지 못하는 것] 에 대한 불만과 스트레스가 크게 다가왔던거죠.


하지만, [사장인 지금] 은 좀 달라요.

내가 출근하는 시간이 돈을 벌 수 있는 시간이고, 출근을 하면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을 만난다는 생각으로 발걸음을 재촉해요.

사실 어떤 달은 직원으로 일 할 때 보다 월급을 적게 가져가는 날들이 있어요.(이건 좀 슬픈데…?) 근데 직원일 때랑은 마음가짐이 180도라고 할 만큼 다르죠.

이 곳이 제 집과 같다는 생각이들죠. 어떻게 하면 이 공간을 더 편안하고 분위기있게 만들 수 있을까. 손님들이 어떤 인테리어를 좋아해주고, 무슨 물건을 놔야 신기해 하며 관심을 가지실까 하는 고민들을 해요. 그렇게 이 공간을 좋아하는 손님들이 생겨나면 ’나와 취향이 같은 사람들!‘ 하는 생각을 하며 기쁘게 웃어요.

아마 사장이 된 뒤로 이 공간에서 일어나는 이들에 대한 ‘책임감’과 내 (돈과) 정성을 들인 공간이라는 안정감이 한 곳에 어우러져 생겨난 애정 때문이지 않을까요.

꽃 피는 봄이 오면 손님들께 어디로 놀러가실거냐고 여쭤봐야지, 여름이 오면 차가운 음료 한 잔씩 내어드리며 근황을 여쭤봐야지. 하는 생각들로 하루를 보내죠.


-

제 하루는 보통 이렇게 흘러가요.

9시에 출근을 해서 청소를 하고 여유로워지는 시간은 11시 쯤. 그 시간부터 홀로 가게에 남아 손님들을 기다리죠. 가게가 한가하면 책을 읽거나 유튜브 편집을 하거나 하며 시간을 보내요. 손님이 없는 카페는 정말 조용하고 여유로워 내가 오로지 이 공간을 차지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러다가 12시가 지나가고, 손님들이 한 팀 두 팀 들어오기 시작하면 제대로 된 업무를 시작해요. 커피를 타고, 물건을 정리하고. 발주 품목을 찾아보고 수다를 떨고. 그러다 3시가 지나면 손님들도 다 가시고 저 혼자 가게에 남아요.

다시 찾아온 고요한 시간. 오전과 같은 마음으로 시간을 보내다 다시 7시가 지나가면 저녁손님이 들어오기 시작하죠.


한가한 시간들이 많아요. 따지고보면 하루 12시간 중 6시간은 혼자 가게를 지키고 있는 시간과 같죠. 처음에는 그 시간에 핸드폰을 보거나, 유튜브를 보며 시간을 보내고는 했어요. 그러다 어느 순간, 내가 뭐 하고 있는거지…? 왜 이렇게 시간을 버리고있지? 하는 생각이 강하게 들면서 시간이 아까워지기 시작했어요. 그 뒤로 무언가를 새롭게 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것 같아요. 앞서 말했듯이, 유튜브를 시작하기도 하고 블로그에 책리뷰를 올리기도 하며 스스로를 채찍질하고 있어요.


내가 언제까지 사장일 수도 없고, 지금처럼 12시간 씩 일 할 수 있는 체력도 언제까지일지 모르니. (갑자기 아플수도 있고!)

그 이후에 일어날 일들을 대비한다는 마음으로 시간을 보내고 있어요. 또, 내가 이 공간에 남아있는 시간 동안은 최선을 다해야지 하며 더 나아질 수 있는 방안을 은밀하게 꾸미기도 하죠(후후).


이야기를 하다보니 조금은 진지해졌네요! 저는 늘 제가 있는 시간들과, 앞으로의 시간들을 생각해요. 20살이었을 때도 미래를 생각하면 막막했었는데, 28인 지금도 막막하기는 마찬가지네요. 그래도 ‘오늘’을 최선을 다 해 살면 분명 그 결과가 내일로 이어진다고 생각하고 있으니. 저는 오늘도 열심히 살러 갑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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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심히 만들고, 먹고 지내고있어요 :)


+다음이야기는,

흠…주말동안 생각해보고 적어서 가져올게요 ? 후후 *

오늘도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는 이만 토스트 먹으러 다녀올게요! 즐거운 하루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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