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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쭈니 JJUNI Mar 06. 2024

EP14)여기 카운터 안에 사람 있어요!

3년차 서비스직, 5개월차 카페 사장도 사람입니다 :)

“꺼억-”


카운터 앞에 서서 이쑤시개로 치아를 쑤시며 시원하게 트름을 하시던 그 분은 얼마 지나지 않아 ‘에이 먹을만한게 없네’ 하며 이쑤시개를 카운터에 놓고 그대로 나가셨어요.

그래서, 저는 어디에 있었냐고요?

네. 바로 그 앞 카운터 안에 서서 그 분을 바라보고 있었죠.


제가 일하는 곳은 고깃집 옆에 있기도 하고, 식사를 하고 오시는 손님들이 대다수라 이런 경우는 사실 좀 흔해요(옳지 않은 일에 익숙해져버린 유형).

그래서 그냥 ‘그럴 수 있지’ 하고 넘어가는 편이기도 하고, 카운터 테이블이 조금은 넓어 트름의 영향범위에 벗어나 있기도 하고요.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기분이 나쁘지 않은건 아니에요. 그냥 멍하니 주문 하시겠지- 하며 기다리고 있다보면 이런 생각이 들어요. ‘저 분들한테 나는 게임 NPC정도이지 않을까?‘ 하는 무감정 무생각의 인물이다- 하는 그런 생각이요.


그래서 오늘은 이 이야기를 해볼까 해요 [나도 사람이다!] 에 대해.

[미리 이야기를 깔아두자면, 손님들이 트름을 하건 쌀쌀맞게 대하건 그건 본인의 자유입니다 :). 돈을 내고 무언가를 받고 서비스를 받는 분들이니까요! 하지만, 제가 이야기하는건 그 외의 것들.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매너와 기본에 대한 이야기를 할거예요.]


사실 트름을 하는 유형은 조금 흔해요. 저야 약간 ‘트름, 방귀‘ 이런거를 부끄러운 일이라고 생각하며 숨기지만 사실 참으면 몸에 좋지 않은 일들이라 생각하고 시원스럽게 배출하시는 분들이 많으시죠. 카운터에서 트름을 하시고 보이는 행동은 3가지로 나뉘어요.

1. 트름을 하고 모르는 척- 유형
2.본인도 모르게 트름이 나와서 해버리고 깜짝 놀라서 죄송하다고 하시는 유형
3. 트름을 거하게 하시고 옆 일행이 툭툭 치면 ‘왜? 내가 하고싶어서 하겠다는데?’. 유형

뭔가…음…저는 사실 기분이 나쁘거나 하지는 않는데, 처음 보는 사람이 내 바로 맞은편에 있는데. 정말 ‘없는 사람’처럼 대하며 행동한다는게 가끔은 아이러니하더라고요. 카페 사장이면서 카운터 안에 있는 나는 늘 손님들을 ‘사람대 사람’으로 대하는데, 그 분들은 나를 어떻게 바라보고 계실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아마 제가 추측하기로는 대다수의 분들이 ‘두 번은 만나지 않을 사람‘으로 인식하고 계시는게 아닐까요? (저도 다른 지역 카페 가면 이렇게 생각하는 때도 있어서…!). 1번과 2번 유형의 손님들은 그냥 식사하고 오셨으니 그럴 수 있겠다- 하고 넘어가는 편인데(트름 - 주문 - 음료 순으로 드시고 가시기 때문이죠!), 3번 유형의 손님같은 경우는 조금 달라요. 일행분이 그래도 제 눈치를 보며 툭툭 치면 ‘왜?’하시며 저를 보고는 꼭 한 마디 하세요.

“기분 나빠요?”

저는 뭐라고 대답하기 애매해서 그냥 웃으며 ‘주문하시겠어요?’ 하고 넘어가죠. 하핫!

 

조금 재미있는 유형도 있어요. 제가 없는 사람이라고 인식하시는 분들 중(앞서 말한것과 같이 게임NPC정도!) 비밀이야기를 하시는 분들이 계세요.

물론 저야 모르는 사람이기는 하지만 누구네 엄마가 바람을 피웠다느니, 둘이 같이 어디를 가는걸 봤다느니 하는 이야기도 하시고(저는 모르는 사람이지만 흥미진진해요!) 시어머니 흉부터 시작해서 시댁살이의 어려운 점들도 이야기하기도 하고요. 물론 제가 해야 할 일이 있어서 그 옆으로 스윽-지나가면 하던 이야기를 잠시 멈추고 제 눈치를 스윽- 보다가 제가 다 지나가고 나면 이야기를 다시 시작하시는것도 제 입장에서는 너무 즐거워요(약간 버스탓는데 뒷자리 아주머니들 수다 엿듣는 기분!)

어디가서 이야기하지 않을테니 모두모두 오셔서 비밀 이야기 속닥거리고 가세요…(하트)


마지막으로 가장 충격적인 유형은 성적인 발언을 하는 유형입니다.

당장 3월2일인 어제, 술을 잔뜩 드시고 오신 어르신 3분이 저에게 끝나고 같이 술을 먹자며(충격) 3번이나 물어보시더라고요…처음에는 저도 웃으면서 거절했지만 거듭되는 물음에 결국 마지막에는 정색하며 ‘아니요.’를 얘기했죠. 이처럼 약간은 나쁜 의도를 가지고 이야기를 하시는 분들이 가끔(정말 가끔!) 오세요. 젊은 여자 들으라는 식으로 일행들끼리 큰 소리로 야시시한 이야기를 하신다거나, 의도적으로 그런 대화를 하시며 쳐다보거나 하는 경우도 있죠.

하지만 저도 알거 다 아는 97년생인지라, 그런 이야기에 수치심이나 부끄러움을 느끼지는 않지만 (전혀 통하지 않는 무적입니다) 이런 유형의 손님들은 그런 행위 자체를 즐기시는 것 같았어요. 저도 사람이라. 의도하신 감정을 느끼지는 않지만, 그래도 귀로 듣고 감정을 느끼는 사람인지라. ‘저 분도 나만한 딸이 있을텐데’ 하는 생각이 들면서 다른 사람이 본인의 자녀들한테도 이러면 좋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건 어쩔 수 없더라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런 이야기를 하신다는건, 저를 살아있는 입간판(?)정도로 생각하시는걸까요?

+ 자리에 앉아서 일행들끼리 뽀뽀를 무지막지하게 하는 유형도 있습니다만…다음에 오면 쫓아낼거니 그리 아세요! 얼굴 기억했어요!


제가 지금까지 적어내린 유형은 정말 가끔가다가 나타나는 유형이고, 그와 반대로 좋은 분들은 셀 수 없이 많으시죠! 일반화를 해서도 안돼고, 정말 특별한 경우라고만 생각하고 재미있게 읽어주셨으면 좋겠어요. 카운터 안에 있는 사람은 직원이거나 사장이겠지만. 한 번 보고 마는 사람일 수도 있겠지만. 게임NPC가 아닌 귀로 듣고 감정을 느끼는 사람이라고 이야기하고 싶어요. ‘음료 너무 맛있게 먹었어요 고마워요!’ 한 마디에 감동받아 다음 손님에게 더 친절할 수 있는 원동력을 얻기도 하고, ‘사장님은 식사 하셨어요?’ 한 마디에 살아갈 의미를 하나 더 찾기도 해요.


저도 이 글을 쓰면서 3년동안 카페에서 일하며 많이 단단해졌다는 생각을했어요. 수 없이 많은 사람을 만나고, 평생 겪어볼 일 없을거라고 생각하던 일들도 겪고, 어디 유튜브나 인스타에 올라오는 이야기도 직접 겪어보며 어떻게 해야 현명하게 대처해야 하는지를 배워가고 있네요. 많이 무너진 만큼 많이 단단해졌어요. 이제는 작은 일에는 상처조차 나지 않는 돌멩이가 되었으니 말이죠.(김돌멩이라고 불러주세요. 흐뭇)

그래도 소녀감성은 유지하고 있습니다. 나풀거리는 것들을 좋아해요.


+다음 이야기는,

‘와- 나도 이런 카페 차리는게 꿈이었는데…’ 가끔 감탄하며 들어오시는 손님들에게,

저도 그런 꿈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작은 한숨을 담아 이야기를 전해보려 합니다.


오늘도 소소한 이야기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모두에게 오늘도 견뎌내는 하루가, 온전하게 나만을 위한 밤을 보낼 수 있는 하루가 되었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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