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크 펜더그라스트, 『매혹과 잔혹의 커피사』, 을유문화사, 2021
마크 펜더그라스트, 『매혹과 잔혹의 커피사』
어제 한 카페에 갔습니다. 그 카페는 한적한 동네의 길가에 있는 노란 건물 일층에 있었습니다. 일요일 오후엔 사람이 제법 많을 법도 한데, 카페 안은 한산하더군요. 원래 있던 건물을 리모델링한 것처럼 보였습니다. 공간 곳곳의 오래된 흔적들과, 군데군데 시공된 모던한 노출콘크리트의 모습이 ‘레트로’의 멋을 풍기고 있었습니다.
커피를 주문하고 자리에 앉아 책을 펼쳤습니다. 책 내용이 눈에 잘 들어오지 않더군요. 땡볕을 한참동안 걸어오느라 지쳐서 그랬나 봅니다. 책을 잠시 덮고, 커피를 마셨습니다. 아무 생각도 하지 않으려고 노력하면서 말입니다.
커피를 마시고 있으니 마크 펜더그라스트가 쓴 『매혹과 잔혹의 커피사』가 떠올랐습니다. 얼마 전 을유문화사에서 서평단 활동을 하며 제공받아 읽었던 책입니다. 커피의 빛과 그림자를 자세히 담으려고 노력한 명작입니다. 역사 속에서 커피의 역할은 매우 다양했습니다. 혁명의 씨앗이 되기도 했고, 술 소비를 줄이고 토론과 논쟁의 장을 만들기도 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상업과 무역의 발전이라는 빛과 더불어 빈부 격차와 독재라는 그림자를 불러오기도 했습니다. 그런 커피를 매일 마시고 있자니 여러 생각이 듭니다. 어떻게 소비해야 잘 소비하는 것일지 끝없는 고민에 빠집니다.
꼭 들어맞는 답을 찾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사회적 책임을 비판할 여지 없이 완벽히 이행하는 기업을 찾기 힘든 것처럼 말입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이러한 답을 찾으려는 사람들이 늘어나야 하겠습니다. 공동체, 인권, 환경 등 새로운 시대의 관점으로 소비하려는 사람들이 점점 늘어난다면 그러한 소비자들을 겨냥한 상품들이 늘어날 것이고, 커피를 취급하는 기업들도 소비자의 눈치를 보면서 조금 더 윤리적인 소비로 나아갈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되지 않을까 합니다.
오늘도 일을 마치고 와서 커피를 한 잔 마셨습니다. 커피를 마실 때마다 더 윤리적인 커피 소비를 위한 ‘나만의 방법’을 고민해야겠습니다. 그래야 커피가 ‘모두가 즐길 수 있는’ 기호식품이 될 테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