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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민재 Aug 01. 2021

직접 만들고 평생 찾아갈 내 '여행의 이유'

김영하, 『여행의 이유』, 문학동네, 2019


많은 사람들이 여행을 좋아합니다. 내 삶의 주요 무대에서 벗어나 낯선 공간으로 들어가는 일이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일상의 공간을 벗어나면 새로운 것들이 보입니다. 보이지 않던 하늘과 들판이 눈에 들어옵니다. 내 삶의 반경에서 볼 수 없었던 새로운 것들을 보고, 듣고, 느낍니다. 그 새로움과 즐거움 때문에 여행에서 일상으로 돌아오면서도 또 마음은 여행을 떠나고 있는 것입니다. 


저도 여행을 정말 사랑합니다. 저는 미리 모든 일정을 짜 놓아야 마음에 안정이 찾아오는 타입입니다. 그러나 그것에 집착하지는 않습니다. ‘우리 동네’가 아닌 곳에서, 그때그때 상황에 따라 계획이 바뀌는 것도 즐깁니다. 우리의 삶처럼 시시각각 변화하는 요소들이 양념처럼 추가되어 더욱 맛있는 여행이 되기 때문입니다.  


'제주풀무질'의 예전 모습. 지금은 인근의 다른 곳으로 위치를 옮겼습니다.

올해 초, 제주도에 갔을 때 ‘제주풀무질’이라는 서점에 들렀습니다. 성균관대학교 앞에 있던 인문사회 전문 서점 ‘풀무질’을 운영하던 사장님이 제주도로 내려오셔서 연 곳입니다. 세화 해변과 아주 가까운 곳에 서서 바다와 책의 향기를 은은하게 풍기고 있었습니다. 사실 이곳에 갈 계획은 아니었습니다. 원래 들르려고 했던 다른 서점이 쉬는 날이어서, 급히 인근의 제주풀무질에 방문하게 된 것입니다. 


여러 책을 둘러보다 북에서 활동하는 소설가 백남룡 선생의 『벗』, 허영선 작가의 『제주 4.3을 묻는 너에게』 그리고 영국 사회주의노동자당 중앙위원이었던 크리스 하먼의 『마르크스주의와 공황론』을 집어 들었습니다. 계산대로 가져가니 사장님이 정말 좋은 책을 골랐다며 책 이야기를 시작하시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는 서가로 가서 함께 읽으면 좋을 책이라며 『민중의 세계사』를 추천해 주시더군요. 그렇게 한참 동안이나 서로 책과 서점 이야기, 그리고 살아가는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여행의 경험은 켜켜이 쌓여 일종의 숙성과정을 거치며 발효한다. 한 층에 간접경험을 쌓고 그 위에 직접경험을 얹고 그 위에 다시 다른 누군가의 간접경험을 추가한다. 내가 직접 경험한 여행에 비여행, 탈여행이 모두 더해져 비로소 하나의 여행 경험이 완성되는 것이다.
- p.117, 「알아두면 쓸데없는 신비한 여행」중에서


정말 즐거웠습니다. 저와 제주풀무질의 만남처럼, 여행에서 수많은 변수를 즐기는 일은 이렇듯 재미있습니다. 나의 경험과, 여행에서 만난 다른 이들의 경험이 만나는 것도 그 변수 중의 하나입니다. 이 모든 것들이 어우러져 숙성되면 비로소 ‘나의 여행’이 완성됩니다. 그렇게 완성된 수많은 ‘여행’들이 또 다른 사람들의 여행이 만들어지는 데 누룩 같은 역할을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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