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원을 구경하던 중 연필 선인장이 눈에 들어왔다.
길쭉길쭉, 끝이 뾰족한 게 모양이 제법 연필처럼 생겼다.
그림 그리는 사람이 이 정도 식물은 키워야 하지 않을까?
그저 이름이 마음에 들어 손바닥만 한 3,000원짜리 선인장 하나를 구매했다.
이상하게도 식물 키우는데 재주가 없어, 방에 들였다 하면 다 죽이는 탓에 구매를 하면서도 한두 달 안에 명을 다할 것을 예상했다.
이름이 마음에 들어 이번에는 정말 잘 키워야지 다짐을 하면서도 스스로를 의심하는 것이다.
그러나 지구온난화 탓인지 선인장은 내 방이 마치 자신의 고향이라도 되는 듯 무럭무럭 자라는 것이 아닌가.
진한 초록 줄기 위로 눈부신 연둣빛 줄기가 쏙쏙 올라오는 속도가 무서울 정도다.
당장은 명을 다할 것 같지 않아 다이소에서 2,000원짜리 화분과 토분을 구매해 분갈이를 해줬다.
분명 분갈이를 한지 얼마 안 된 것 같은데 연둣빛 줄기가 쑥쑥 자유롭게 치솟는 모양새가 용이 승천하는 것 같았다.
이 속도라면 한두 달 안에 도로에 있는 대형 시멘트 화분을 사 와 분갈이를 해줘야 할 것 같아 보였다.
이제는 내 팔뚝 만해진 연필 선인장에 다시 한번 조금 더 큰 화분을 사 와 분갈이를 해줬다.
처음에는 신기해서 바라봤다.
다음에는 한 것도 없는데 스스로 잘 자라는 선인장이 기특해서 보게 됐다.
나중에는 어디까지 자라나 싶은 호기심에 매일 관찰하게 되었다.
사실 내 방에는 먼저 입주해있던 식물이 있다.
이름 모를 나뭇잎 식물.
이 식물 또한 죽지 않고 잘 살아있는 게 기특해 h&m에서 화분을 구매해 집도 이사시켜주고 나름 특별 관리를 하고 있다. 그러나 무럭무럭 자라는 연필 선인장을 보다 요즘 따라 노란 잎이 보이는 이름 모를 식물을 볼 때면 한숨이 나온다. 연필 선인장과 이름 모를 식물이라니. 이름부터 너무 비교된다.
분명 처음에는 걱정이었다.
이 식물은 왜 쑥 쑥 자라지 못할까.
왜 자꾸 노란 잎이 생기지?
물이 부족한 것 같지는 않은데.
위치를 바꿔볼까?
의문은 점점 시들해지고, 잘 자라는 식물에게 더 많이 시선이 가게 되었다. 관리를 안 하는 건 아니지만, 연필 선인장과 이름 모를 식물을 비교할 때면 ‘사람 마음이 참 악하다’싶다.
어느 날의 아무개와의 대화가 생각이 난다.
“넌 다시 태어나면 뭐로 태어나고 싶어?”
“인간은 됐고, 그냥 풀때기로 태어나고 싶어.”
풀때기의 삶 또한 녹록지 않겠다.
비교, 경쟁, 내기를 극도로 싫어해 평소 서바이벌 프로그램은 꺼리는 내가 마음속에서는 작은 것에조차 순위를 매기고 있다.
공평 맨이 되고 싶다.
연필 선인장은 그냥 연필 선인장.
이름 모를 식물은 그냥 식물.
간사한 마음을 배제하고 모든 만물을 있는 그대로 사랑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