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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서윤 Sep 15. 2022

너는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니

빨간 지붕은 사람이 사는 곳일까


아주 가까이 보이는 낡은 건물부터 저 멀리 보이는 산 끄트머리까지,

내 시선을 따라가던 옆에 앉은 친구가 나에게 질문을 던진다. 

“너는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니?” 

“그냥, 아무것도.” 

저 산자락에 보이는 빨간 지붕은 사람이 사는 곳일까, 폐허일까.

주인이 없다면 내가 살아도 괜찮은 건가?

내 엄지손톱만 한 집에서 시작된 허황된 생각이 아무 상관없는 나의 과거와 현재, 미래로 빠르게 스며든다. 

내일부터는 아침에 일찍 일어나 책을 읽는 습관을 가져야겠어.

아, 그전에 스트레칭을 15분 정도 하는 것도 좋겠는데.

예전에 요가 다닐 때 재밌었는데, 왜 꾸준히 다니지 못했을까. 

만약 지금까지 계속 다녔다면 내 몸은 엄청 탄탄해져 있을 텐데.

맞아, 그때는 연애를 한다고 바빴어. 꾸준히 운동하는 것보다는 그 사람과 시간을 보내는 게 좋았지.

그때는 왜 헤어졌을까.

생각해 보니 그 사람은 나의 시간을 존중하지 않았었어. 언제든 바로 연락이 닿길 원했지.

이별 후 너무 오랜 시간을 힘들어했어. 그 사람도 나처럼 힘들었을까.

이제는 사람을 믿고 의지한다는 게 힘들어.

새로운 사랑이 찾아왔을 때 나는 상대방을 신뢰할 수 있을까.

그래도 다시 한번 나에게 사랑이 오면 좋겠어

그때가 오면 행복을 만끽할 거야.

나에게 아이가 생긴다면 어떨까.

아직은 상상만으로도 겁이 나.

그래도 아침에 일어나 고양이 사료를 주고 사랑하는 남편과 우리의 아이와 함께 토스트를 먹으며 시끄러운 TV 소리를 배경 삼아 별거 아닌 이야기로 하루를 시작한다면 행복하다 할 수 있겠지.

조금 더 나이가 들면 정신을 차리기 위해 커피를 마시기보다는 여유를 찾기 위해 커피를 마실 거야.

나와 닮은 사람과 나를 닮은 아이와 함께하는 오후는 편안하겠지. 

수많은 나의 과거와 알 수 없는 미래 끝에 빨간 지붕이 다시 떠오른다.

다시 가까운 시멘트 건물부터 저 산 끄트머리까지 멀리 봐야겠다.



흔히들 생각을 비운다 한다.

가만히 앉아 시선을 멀리하거나 눈을 감아 시야를 차단해 본다.

그러나 나의 신체가 멈춰있을수록 머릿속 이야기들은 활개를 친다.

과거의 행복했던 기억과 부족한 현재에 대한 자괴감, 내가 이루고 싶은 것들.

때론 뜻밖의 생각이 내가 하는 일에 영감을 주기도 한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나는 무엇이든 할 수 있고 무엇이든 할 수 없다.

잠시 내 몸을 멈춰 나만의 우주를 그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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