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패스 티켓 '실질적인'

(노예의 길 제6장)

by 고길동

프리패스 티켓 '실질적인' (free pass ticket 'substantial') (노예의 길 제6장)


법은 고대의 어느 문명에건 있었다. 우리나라엔 고조선의 팔조금법이 있다. 우리는 이 때를 법치의 시대라 말하지 않는다. 법을 만드는 사람들이 법으로부터 자유로웠기 때문이다. 법치주의는 권력자가 법의 통제를 받는다는 데 의미가 있다. 법 제정권력은 시민이며 누구도 시민들로부터 자유로워서는 안 된다. 입법자도 권력자이므로, 법과 시민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시간은 흐르기 때문에 법률은 존재하는 순간 과거의 법이 된다. 권력자도 바뀌고, 원하는 공익도 바뀌고, 구체적 상황도 바뀐다. 권력자의 반대세력은 법률을 들먹이며 권력자의 공익에 반기를 든다. 실질과 절차 모두 사사건건 이의를 제기한다.


권력자는 법으로부터 자유로워지고 싶어한다. 그들은 법의 부조리를 극복하기 위해, 그들이 원하는 공익을 위해 법으로 자유로워지고 싶어한다. 사사로이 트집을 잡는 반대세력이 공익을 저해하고 있다고 확신한다. 자신의 성스러운 공익적 판단이 시급히 집행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자신의 정의를 위해 권력자는 법을 스스로 해석한다. 자신의 판단을 '진정한', '실질적'이라는 형용사로 꾸민다. 그 마저도 부족하면 입법권을 장악하고, 입법권 장악이 여의치 않으면 친위 쿠테타를 통해서라도 입법부 구성원을 교체한다. 입법에 대한 확실한 통제권을 확보한다. 그들은 이제 자신들의 공익을 위한 다양한 정책을 수립하고 집행할 수 있게 된다. 정의가 구현된 것이다.


로마법의 법무관법, 교회법 의사주의, 근대 영국법치주의, 독일 전체주의도 모두 비슷한 투쟁의 역사가 있다.


권력자들은 자신의 판단에 장애가 되는 법을 '형식적' 법치주의라고 폄하고, '실질적' 법치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하며, 법 해석권을 자신에게 가져온다. 구현되고 있는 평등을 '형식적'이라고 폄하하고, '실질적' 평등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나서 자신이 위하는, 자신을 지지하는 사람들을 위한 정책에 '실질적'이라는 영예를 부여한다. 그것이 공익이며, '실질적 평등'을 위한 '우선적 조치(affirmative action)'라고 선언한다. 자신에게 그리고 자신의 지지자들에게 지위(status)를 부여한다. 그들은 그렇게 법치주의의 그물에서 벗어난다.


한 지배그룹이 형성되면, 지배그룹에 방출될 위험과 지배그룹에 들어가고자 하는 유혹이 사회를 가득채운다. 누구도 만들어진 '공익', '국익', '국민의 의견'에 이의를 달지 못한다. 수단이었던 '실질적'인 법치주의는 '목적'으로 바뀌어 강력한 제재와 처벌을 수반하게 된다.


한스켈젠이 왜 순수법학을 주장했는지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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