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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길동 May 16. 2023

어딜 감히! 왕후장상의 씨가 따로 있는 법이거늘

(동물농장, 조지오웰)

https://blog.naver.com/pyowa/223101632966



모든 동물은 평등하다.  그러나 어떤 동물은 더 평등하다. 

All Animals Are Equal. But Some Animals Are More Equal Than Others.



조지오웰의 문장을 좋아한다. 짧은 문장이 속도감 있게 치고 나간다. 묘사도 선명하지만 무엇보다 문장에 통찰이 깔려 있다. 이런 맥락에서 김훈 선생의 문장도 좋아한다.


동물농장을 읽었다고 생각했는데 동화로 읽었나보다. 읽어보니 바로 알 수 있었다. 처음 읽는 것이다. 아주 짧은 소설인데 마지막 장을 읽고 가슴이 턱 막혔다. 


'누군가'는 나보다 더 평등한 세상에 살고 있구나.

'누군가'는 자기가 다 알아서 해줄테니 욕심부리지 말라고 하는구나. 

'누군가'는 너네들의 평등한 세상에서 평화롭게 살아가라고 말하고 있구나. 

'누군가'는 우리의 삶을 그들에게 맡기라고 하고 있구나.


우리는 스크루지가 돈을 긁어 모으는 것에 분개하지 않는다. 강남 아줌마가 부동산투기를 해도 그려려니 한다. 반전주의자가 징집을 거부해도 분개하지 않는다. 종종 우리는 '누군가'에게 분개한다. '누군가'는 언제나 우리만을 생각하며 우리를 위해 살아간다고 떠벌리고 다닌다. 어느 순간 '누군가'의 말과 행동이 다르다는 걸 알게 된다. 우리에게 적용되는 기준과 '누군가'에게 적용되는 기준이 다르다는 걸 알게 된다. 그때 우리는 분개한다. 


'누군가'는 임대주택도 살만하다며 집은 사는 것(live)이지 사는 것(buy) 아니라고 말한다. 그런 '누군가'의 누구도 임대주택에 살지 않는다. '누군가'는 집값이 떨어질 것이라고 주장하며 너네들을 생각해서 대출을 막는 것이며 그러니 우리를 믿고 집을  사지 말라고 한다. 자신들이 다 알아서 해줄테니 기다리라고 한다. 자신들에게 기대라고 한다. 그러면서도 '누군가'는 자기 집을 팔지 않으며 인플레를 헷지하고 정부정책으로부터 경제적 독립을 유지한다. 정작 '누군가' 자신의 집은 최대로 대출을 받아 마련 했었다. 


'누군가'는 무리한 대출은 위험하며 월급 받아 저축하면 누구나 잘 살 수 있다고 말한다. 불로소득은 없어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면서도 '누군가'는 아파트, 오피스텔, 주식, 코인, 상가, 창고, 농지 등 세련된 포트폴리오를 가지고 있다. 전세 보증금을 만기까지 가지고 있어야지 왜 사용했느냐고 비난하면서도, 전세보증금을 통장에 넣어놓는 '누군가' 는 없다. 심지어는 '강남에 살아보니 별 것 없다'며 너네들은 강남에 살아볼 필요가 없다고 말한다.


취업, 입시, 병역, 논문, 승진, 세금, 상속, 경영, 선거 모든 분야에 우리보다 더 평등한 '누군가'는 있다. 우리보다 '왜 더 평등하냐'고 항의하면 '누군가'는 말할 것이다. 


어딜 감히! 왕후장상王侯將相의 씨가 따로 있는 법이거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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