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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전 오르한 파묵을 읽고 단번에 좋아졌다. 글에 꾸밈이 없어 시원하다. 머리 속 어디 있었는지 몰랐던 생각들이 떠올랐다.
엇나갔던 순간들, 주저했던 순간들, 무언지도 몰랐던 순간들도 모두 삶의 일부다. 지나온 삶은 내가 인식하는 것이라 내가 변하면 따라 변한다. 가장 알고 있을 것인 나의 삶도 스쳐 보내면 바닥에 파묻혀 잊혀진다. 다른 시선, 다른 각도마다 나의 삶은 따로 존재한다. 문학을 읽을 때라야 다른 시선, 다른 세상이 있다는 것을 깨닫는다. 읽기만해서는 다른 시선, 다른 세상이 체감되지 않는다. 이런저런 가능성을 스스로 생각해야 한다. 쓰고 창조할 때라야 가능한 것이다.
악기를 배우기 전에는 탄탄하면서도 가늘게 이어지는 피아니시모에 박수를 칠 줄 몰랐다. 피아니시모가 끝난 후 적막을 처리하는 연주자의 퍼포먼스를 감상할 줄 몰랐다. 악기를 해 본 사람만이 공감할 수 있다.
무언가 만들어 낸다는 것은 가능성을 구체화하는 것이다. 수많은 방향과 가능성을 생각하는 것이다. 가능성을 하나씩 고정시켜가며 글을 쌓아가고, 연주를 해나가며, 화면을 구성한다. 수준이 높고 낮음은 전혀 문제가 안 된다. 방향과 가능성을 헤쳐나왔다는 사실만으로 모든 감상을 능가한다.
오르한 파묵이 언급한 니체의 글이 인상깊다. '인간은 예술에 대해 언급하기 전에 예술 작품을 창조하려고 애써야 한다'
문학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꼭 읽었으면 하는 책이다.
'소설이 삶보다 더 진짜라는 느낌을 줍니다. 소설 속 소리, 냄새, 모습들과 마주칠수록 삶에서 찾지 못한 현실감을 느낍니다. 소설을 읽으면 자신의 세계와 선택도 중요할 수 있다는 것을 느낍니다. 자신의 감정과 생각에 대해서도 흥미를 느끼게 됩니다.' 소설과 소설가. 오르한 파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