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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는이가 May 19. 2020

완벽주의자를 죽여라.

끊임없이 갱신되는 우리의 기대를 어쩌면 좋은가...

 그토록 바라던 유튜브 구독자 수 1000을 얻었건만 그 남자의 낯빛은 어두웠다. 기쁨을 느끼기도 전에 초조함이 들어온 것이다.


시골에 사는 부부이야기를 담은 영상은 지난 5개월간 유튜브 채널을 통해 주 1회, 월요일 저녁에 정기적으로 업로드되고 있었다. 사진 촬영에 취미가 있던 남편 덕분에 부부의 채널은 ‘영상미’가 트레이드 마크가 되었고 점점 늘어나는 구독자의 기대에 부흥하기 위하여 남자는 영상 촬영 노하우를 연마하는데 올인하였다.


마침 봄의 장막이 열려주었고 싱그러운 풀잎과 따사로운 햇살을 담아내는 족족 구독자들은 댓글로 영상미에 대한 찬사의 노래를 불러주었다. 피어나는 꽃들과 함께 모든 것은 완벽을 향해 가고 있었더랬다. 바람이 없고 날이 좋은 조건에 한해서 그랬다.



남쪽은 이번 주 내내 비바람이 장악했는데 따사로운 영상미를, 구독자의 기대를, 무엇으로 채울 텐가.....

불안 초조, 갈팡질팡하는 남편을 보다 못한 아내는 그이의 등짝에 억지로 카메라를 업혀 빗 속으로 밀어 넣었다. 마을 여기저기를 배회하며 조각 촬영을 하고 돌아온 남자는 물 먹은 스펀지 같은 얼굴로 이건 아니라며 투덜댔다.


바람이 불어서 카메라가 흔들리고 또 빗소리도 그다지 경쾌하지가 않더란다.

흠.....


어찌어찌 날이 개어서 집 근처의 전통마을에 다녀왔다. 분명 촬영을 하러 갔고 전통마을도 꽤 괜찮았는데.... 결국 급조된 계획에 우리의 삶을 끼워 넣을 수가 없었다. 남자는 “남도여행을 테마로 이어가 볼까? “ 하다가... 에라 모르겠다. 하고 손을 놓아버렸다.


흠......



업로드를 약속하기 이틀 전날,

그 남자는 고양이가 밥을 많이 먹는다 타박했고 백구가 사람 말을 못 알아듣는다 미워했다. 그 날 저녁식사 중에는 아내에게 못마땅했던 지난 사건을 들춰서 짜증을 부렸다.


업로드를 약속하기 하루 전날,

여러 번 엎었던 촬영의 조각들을 노트북 모니터에 늘어놓은 남자는 그 아래에 구슬픈 BGM을 깔았다. 그는 영상 조각들을 끌고 장엄하고 원대한 산을 위대하게 오르고 있었다. 한참을 오르다가 남자는 문득 아차 싶어 뒤를 돌아봤다. 왔던 길도 사라졌고 여기가 어디인지, 어디로 가야 할지 도무지 혼란스러웠다.



깻똑! 깻똑!   깨깻똑!


예리한 카톡 알림 소리가 남자의 관자놀이를 콕콕 쪼아댔다. "아, 아내 데리러 가야지. 휴~ 꿈이었어.. 다행이다...."


남자는 자신의 상태를 받아들이고 영상의 조각들 위에 솔직한 자막을 얹었다.

이번 주 영상도 그럭저럭 괜찮게 나온 것 같다.



완벽주의자의 슬럼프 극복기 보러 오세요^^

https://youtu.be/o25OWZIfXow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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