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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는이가 Feb 15. 2021

유기견 '여우'이야기

'여우'의 '여유'를 찾아서


밥을 주면 더 달라하고 쓰다듬으면 품으로 더 파고들었다. 그녀의 허기가 언젠가는 채워질 거란 믿음에 나는 꾸준히 같은 자리에서 같은 자세를 취하려 했다. 너무 가깝지도 않게 너무 멀지도 않게......


 늘 검댕과 도깨비 풀을 묻히고 다니던 그녀는 처음 봤을 때 끔찍하게도 목줄 선 따라 털이 없었다. 털은 없어도 얼굴 생김새가'스피츠'품종 같아 자료사진을 찾아봤다. 원래는 목둘레 털이 풍성한 것이 여우도 귀티가 좔좔 흘렀었겠다.(여우는 얼굴이 여우같이 뾰족해서 지은 임시 이름) 그러나 굶주린 스피츠에게 품위 유지란 사치였겠지. 겨우내 살찐 우리 백구들 옆에 있으니 그렇게 비루할 수가 없었다. 하지만 남루한 차림임에도 영리하기가 보통이 아니어서 우리로부터 내치지 못하게 했을 뿐 아니라 간식까지 던져주게 만들었다. 맛난 걸 던져주면 점프해서 공중에서 받아먹는 재롱을 부리니 예뻐하지 않기가 어려웠다. 행동마저 여우같은 녀석...


여우가 우리 곁을 맴돈 지 한 달 남짓 되었나?

최근에는 살이 오른 여우의 목덜미에 새 털이 차올랐다. 여우는 생각보다 쉽게 마음을 열고 빨리 안정을 찾아가고 있다. 귀티를 완전히 회복하지 못했지만 이따금 그이 옆에 앉아 느긋이 있기도 하고 심지어 사료가 많으면 남기는 모습을 보였다. 이 정도 발전이라면 새 주인을 찾아줘도 좋을 것 같다. 방법을 찾아보자... 아쉽게도 우리는 더 이상 식구를 늘릴 수 없고 그렇다고 안락사를 잠시 유보시킬 뿐이라는 유기견 센터에 연락할 수는 없다. 언젠가는 쫓아내는 시늉도 해봤으나 다음날이면 나타나 해맑은 얼굴로 점프했다.


책임지지 않을 거라면 보내야 하지 않을까?

이 지역의 유기견 센터 상황을 알면서도 그런 결심을 한 날도 있었다. 하루만 더 배불리자, 하루를 살아도 뛰어다니게 하자, 그런데 내가 뭐라고 그녀의 생명을 좌지우지 하나?

24시간을 못가 무너질 결심을 수시로 했다.

그러다 한 달이 넘어간 것이다.


새 주인을 찾아주기 위해 우선 그녀에 대해 더 알아보자.

매우 영리하며 학습능력이 뛰어나고 충성스러우며, 가족과 함께 하는 것을 좋아하기 때문에 반려견으로 기르기에 좋다. 또한 활동적이며 놀기 좋아하고 다른 동물이나 어린아이들과 잘 어울린다. 예민한 감각으로 낯선 사람이 오면 경계하고 짖는 경향이 있어 경비견의 모습도 볼 수 있다.

[네이버 지식백과] 재퍼니스 스피츠 [Japanese Spitz] (두산백과)


지식백과에 기록된 모든 문장마다 여우와 들어맞아서 무릎을 쳤다. 지금 여우는 우리 집 데크 모서리에 당당하게 서서 수도계량기 검침원을 향해 우렁차게 짖고 있다. 여기가 본인 집이라고 단단히 믿고 있는 것이다. '여유'를 되찾아가는 '여우'를 보면 기쁘면서도 마음이 무겁다.


아래에 영상으로 여우를 볼 수 있도록 저희 유튜브 채널에 담았습니다.

분명 저희를 향해 쓴소리 할 사람이 있을 것입니다.

그렇더라도 마지막 방법을 써봅니다.

https://youtu.be/2KfkAyP2zM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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