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에 만족하고 사는 죄로 댓글 욕을 바가지로 얻어먹다.
내가 ㅇㅇ아파트에 살 때 얘기다.
퇴근하고 우리 집에 들르기로 한 그이가 아파트 뒷골목 포장마차에서 순대를 사 왔다.
“와~ 순대다~~~~”
신나서 까만 비닐봉지를 받아든 나는 당황했다.
그이가 길거리에서 순대를 사면서 주문하기를
“간만 주세요”(순대는 기본이고 얹어주는 내장중에) 라고 했더니
진짜로 오직 간만 잔뜩 주신 것..
아주머니께서 ‘이놈 당해봐라.’ 하신 건 아닐 테고
아마 장사하러 처음 나온 가정주부가 아니었을까.
순대 같은 길거리음식을 단 한 번도 사 먹어본 적 없는.
그리고 간만 달라고 한 첫 손님이 그이었던 거.
"간만 주세요."
-네? 간만… 요?
"네! 간만 주세요."
어제 저녁, 그이가 밥 아닌 걸 먹고 싶다 해서 냉동만두와 마트에서 포장되어 파는 간을 데워 간단히 먹었다.
간만 먹다 보니 목이 메어 10년 전 생각이 났네.
그때 그 아파트 바로 앞에 지하철 생겼던데
그때 전셋값이나 매매값이나 비슷했었는데
그때 샀으면 좋았을걸.
아 목멘다~
......
하지만 그랬더라면 돈을 쥐고 있느라
그이와 나는 독일에 가지 못했을 테고
우리가 지은 시골집도 없었겠고
이렇게 일기를 쓰지도 않았고
그러면 유튜브 채널도 없고
인스타도 안 하고
책에 쓸 이야기도 없었을 테고
오늘처럼 한국일보 기사에 언급될 일도 없고
댓글욕을 바가지로 먹어보지도 못했을 거야.
이 얼마나 소중한 경험인지.
-유튜브 하려고 시골 갔냐~
-일 년도 못 버티고 도망 나올 것이다~
-멀리서나 아름답지 똥물, 벌레 천지다~
(기사 댓글중)
‘멀리서 보면 희극 가까이 보면 비극’
도시와 시골 어느 쪽이나 마찬가지라 생각합니다.
옳고 그름의 저울질을 떠나
나에게 어느 쪽이 덜 비극이냐의 문제겠죠.
인생 자체에 희극 비극 다 있지 않겠습니까~
소유한 아파트 가치가 올라서 돈을 벌어도 좋지만
저는 다른 경험을 해서 성장하는 걸 택했습니다.
이제 와서 ‘ ~할걸’ 후회해보기도 하지만
그때 그 선택은 저에게 최선 였겠죠 .
다시 돌아가도 같은 선택을 했을 겁니다.
그래서 저는 지금 만족하고 좋습니다.
짜장면이냐~ 짬뽕이냐~
지금 나에게 최선의 메뉴를 택해서 맛점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