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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는이가 Aug 11. 2023

‘간’만 주세요.

시골에 만족하고 사는 죄로 댓글 욕을 바가지로 얻어먹다.

내가 ㅇㅇ아파트에 살 때 얘기다.

퇴근하고 우리 집에 들르기로 한 그이가 아파트 뒷골목 포장마차에서 순대를 사 왔다.


“와~ 순대다~~~~”

신나서 까만 비닐봉지를 받아든 나는 당황했다.


그이가 길거리에서 순대를 사면서 주문하기를

 “간만 주세요”(순대는 기본이고 얹어주는 내장중에) 라고 했더니

진짜로 오직 간만 잔뜩 주신 것..


아주머니께서 ‘이놈 당해봐라.’ 하신 건 아닐 테고

아마 장사하러 처음 나온 가정주부가 아니었을까.

순대 같은 길거리음식을 단 한 번도 사 먹어본 적 없는.

그리고 간만 달라고 한 첫 손님이 그이었던 거.


"간만 주세요."

-네? 간만… 요?

"네! 간만 주세요."


어제 저녁, 그이가 밥 아닌 걸 먹고 싶다 해서 냉동만두와 마트에서 포장되어 파는 간을 데워 간단히 먹었다.

간만 먹다 보니 목이 메어 10년 전 생각이 났네.


그때 그 아파트 바로 앞에 지하철 생겼던데

그때 전셋값이나 매매값이나 비슷했었는데

그때 샀으면 좋았을걸.

아 목멘다~

......


하지만 그랬더라면 돈을 쥐고 있느라

그이와 나는 독일에 가지 못했을 테고

우리가 지은 시골집도 없었겠고

이렇게 일기를 쓰지도 않았고

그러면 유튜브 채널도 없고

인스타도 안 하고

책에 쓸 이야기도 없었을 테고

종이신문 기사


오늘처럼 한국일보 기사에 언급될 일도 없고

댓글욕을 바가지로 먹어보지도 못했을 거야.

이 얼마나 소중한 경험인지.


인터넷 기사

-유튜브 하려고 시골 갔냐~

-일 년도 못 버티고 도망 나올 것이다~

-멀리서나 아름답지 똥물, 벌레 천지다~

(기사 댓글중)


{{기사 보러 가기}}


‘멀리서 보면 희극 가까이 보면 비극’

도시와 시골 어느 쪽이나 마찬가지라 생각합니다.

옳고 그름의 저울질을 떠나

나에게 어느 쪽이 덜 비극이냐의 문제겠죠.

인생 자체에 희극 비극 다 있지 않겠습니까~


소유한 아파트 가치가 올라서 돈을 벌어도 좋지만

저는 다른 경험을 해서 성장하는 걸 택했습니다.

이제 와서 ‘ ~할걸’ 후회해보기도 하지만

그때 그 선택은 저에게 최선 였겠죠 .

다시 돌아가도 같은 선택을 했을 겁니다.

그래서 저는 지금 만족하고 좋습니다.


짜장면이냐~ 짬뽕이냐~

지금 나에게 최선의 메뉴를 택해서 맛점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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