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현 - 광화문에서
2016년 광화문 광장에서 만난 누나가 있습니다
한겨울에 만나 이듬해 추석날까지 광장에서,
헌법재판소 앞에서, 언론투쟁, M본부 퇴직 기자 응원을 함께 했던
멋지고 당찬 누나였습니다
2017년 추석 당일 장을 보러 간 쇼핑몰 서점에서
누나의 첫 동화책을 운명처럼 만나게 됩니다
사인을 해줄 수 있겠다며 그녀에게 연락을 했습니다
작가인 누나는 팬에게 사인을 해 주기 위해
나의 제안을 받아들였습니다
오랜만에 만난 우리는 사이좋은 오누이처럼 혹은 연인처럼 함께 장을 보고,
마약이 들어간 온갖 간식등을 맛보고,
집에 있는 아이와 아빠를 위해 맛집에서 육회도 포장하고,
그렇게 짧지만 행복한 추억을 만들었습니다
어수룩한 어둠이 깔리기 전
타의적 신데렐라인 그녀를 집까지 바래다주었습니다
집에 짐을 가져다 놓고 나온 그녀는
잠시 내차에 올랐는데
차 안엔 한동안 아무 말 없이 침묵이 흘렀습니다
침묵을 깨고 누나가 말을 건넸습니다
"레오~ 오늘 고마워
그 책이 어떻게 아직 서점에 남아 있었는지...
참, 덕분에 장도 쉽게 볼 수 있었어"
"고맙긴요 나도 즐거웠어요"
"집에서 기다리지 않아?"
"늦는다고 전화했어요"
"괜찮아?"
"네에 ~ "
"..."
"누나~"
"..."
"좋아해요..."
"나도 레오가 좋아... 하지만..."
누나의 손을 살며시 잡았습니다
작은 떨림이 손바닥으로 고스란히 전해졌습니다
두 개의 심장이 뛰고 있었습니다
"사랑해요~ 누나!"
떨리는 손을 꽉 움켜쥐었습니다
"레오! 미안해~"
뜨겁게 떨리던 손이 미끄러지며 누나는 차문을 열고 나갔습니다
순간 얼어버린 듯 그렇게 한참을 멍~하니 그녀의 빈자리를 응시하는 레오!
'미안해요 내가 성급했나 봐~'
시들어진 오른손으로 시동을 켭니다
눈앞이 흐려진 어두운 골목을 지나며 라디오를 켭니다
#동화작가#누나#추석#2017#고백#크리스티나#광화문에서#김보경#규현
https://youtu.be/QpbWFJgG2Cg?si=mJIvCMadRaHlZiZK
넌 어땠는지 아직 여름이 남아
왠지 난 조금 지쳤던 하루
광화문 가로수 은행잎 물들 때
그제야 고갤 들었었나 봐
눈이 부시게 반짝이던 우리 둘은
이미 남이 되었잖아
네 품 안에서 세상이 내 것이었던
철없던 시절은 안녕
오늘 바보처럼 그 자리에 서 있는
거야
비가 내리면 흠뻑 젖으며
오지 않는 너를 기다려
나는 행복했어
그 손 잡고 걷던 기억에 또 뒤돌아
봐
네가 서 있을까 봐
난 모르겠어 세상 살아가는 게
늘 다른 누굴 찾는 일 인지
커피 향 가득한 이 길 찾아오며
그제야 조금 웃었던 나야
처음이었어 그토록 날 떨리게 한
사람은 너뿐이잖아
누구보다 더 사랑스럽던 네가 왜
내게서 떠나갔는지
오늘 바보처럼 그 자리에 서 있는
거야
비가 내리면 흠뻑 젖으며
오지 않는 너를 기다려
나는 행복했어
그 손 잡고 걷던 기억에 또 뒤돌아
봐
네가 서 있을까 봐
그 자리에서 매일 알아가
조금씩 변해가는 내 모습은
먼 훗날엔 그저 웃어줘
난 행복해
오늘 여긴 그때처럼 아름다우니
괜히 바보처럼 이 자리에 서 있는
거야
비가 내리면 흠뻑 젖으며
오지 않는 너를 기다려
나는 행복했어
광화문 이 길을 다시 한번 뒤돌아 봐
네가 서 있을까 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