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같은 토요일의 주말. 약속이 없어서 집에 틀어박혀서 못다한 다음주의 수업 자료나 제작하자고 노트북과 씨름 중이다. 찬란한 바로크의 역사와 제재곡을 설명해야 하기에 유튜브를 틀어놓고 있는데 역시나. 나의 시선을 빼앗는 여러 영상들에 시간을 다 뺏겨버리고 말았다.
뺏겨버렸다고 수동적으로 표현하기에는 수업 준비 이외에 딴 짓을 하고 싶은 내 욕구가 더 크게 차지한 것이긴 하지만.
그 핑계로 4월 3일에 보러 갈 KBS 교향악단의 교향악축제 악곡을 미리 예습 중이다. 학창시절에는 바이올린 전공 친구들의 악기 소리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지만, 어째서인지 나의 최애 협주곡들은 죄다 바이올린 협주곡들이다. 물론 다른 악기 협주곡들도 지분이 있지만 압도적인 낭만시대 바이올린 협주곡들은 내 마음을 언제나 충만하게 만들어주는 게 나의 사랑을 독차지 하는 이유가 아닐까.
4월 3일의 레파토리는 브람스의 바이올린 협주곡 D장조 Op.77과 시벨리우스의 교향곡 제 2번 D장조 Op.43이다. 새벽같이 등교해서 하루 종일 악기 연습에 매진하고 밤 11시에 연습실 문을 닫고 나오던 고등학교 시절, 가장 부러운 친구들은 서울로 레슨을 다니던 친구들이었다.
따뜻한 남쪽 경상도에 살면서 서울 레슨을 다닐 수 있는 것은 선생님의 허락과 집안의 재정적인 지원이 있어야만 가능한 것이었기에 연주 능력이 뛰어난 선생님들께 양질의 레슨을 받는 친구들이 늘 부러웠다. 그 중엔 KBS 교향악단 단원 선생님께 레슨을 받는 친구들도 있었고. 그래서 항상 KBS 교향악단의 연주가 궁금했는데, 서울과 머지 않은 곳에 자리를 잡고 나서는 마음만 있었지 연주를 직관하는 것은 차일피일 미뤄왔는데 이 곳에 자리를 잡은지 6년만에 드디어 마음을 실행에 옮기기로 했다.
항상 낭만시대 유명 바이올린 협주곡들의 멜로디만 분절적으로 머릿속에 둥둥 떠다니는데 매번 작곡가들이 헷갈려서 혼란스러워 하던 차에 이번 기회를 틈타 집중적으로 한 곡씩 감상하며 특정 악곡을 내 것으로 소화하기 위해 노력중이다.
클래식이 낯설고 어렵게 느껴지는 이유는 낯선 언어와 마찬가지로 접해보지 않아서라고 항상 생각한다. 아이들에게도 가장 중요한 건 많이 노출되는 것이라고 항상 알려준다. 실제로 자꾸 자꾸 접하다보면 그 곡이 친숙해지는 마법이 일어난다. 진짜다!
아무리 클래식 전공자인 나이지만 모르는 악곡 앞에선 나도 낯설고 졸린 감정을 쉽게 경험하기 때문에 많이 듣는 예습을 통해 이를 극복하고 공연을 오롯이 즐기는 행복을 만끽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 같다.
악곡의 음악적인 특징과 작곡 배경을 알아도 감상에 도움이 되지만, 그런 배경 지식 없이도 귀에 익숙해지는 것을 반복하다보면 어느새 그 곡이 훨씬 더 친근하고 익숙하게 느껴지는 순간이 찾아올 것이다. 그래서 아는만큼 들린다는 말이 꼭 깊이의 문제가 아니더라도 친근함의 영역이라는 생각을 고등학생 때 악기를 전공하던 시절부터 오랫동안 해왔다.
관심은 있으나 영 어렵고 낯설게 느껴지신다면 괜히 더 친숙하고 귀에 익은 쉬운 클래식부터 하나씩 들어보시면서 관련된 영상도 타 보고, 그러면서 친숙함의 영역을 넓혀가보시길. 그러면서 음악이 주는 즐거움과 행복감을 느껴보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