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안, 파나마 보께떼
파나마간 김에 게이샤커피를
“파나마가 주요 커피 산지로 유명하진 않지만,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게이샤 커피는 바로 이 곳에서 납니다”
간밤에 코스타리카에서 버스를 여러 차례 갈아탄 끝에 파나마 국경을 넘었다. 국경에 그리 멀지 않은 곳에 다비드(David)라 불리는 도시가 있는데 수도인 파나마시티를 제외하고 가장 큰 도시라고 한다. 사실, 파나마는 파나마운하, 조세회피를 위한 페이퍼컴퍼니가 가득한 곳이란 이미지가 가득해 빠르게 통과할 계획이었다. 다비드에서 하루 숙박하고, 파나마시티까지 가는 장거리 버스를 탈 계획이었는데, 야간버스라 이 곳 주변을 여유롭게 둘러볼 시간이 있었다.
다비드에서 한 시간 차로 달리면 세계적인 커피 산지인 보께떼(Boquete)에 도착하는데, 고가 커피로 유명한 게이샤 커피로 유명하다. “나는 커피 안에서 신의 얼굴을 보았다 (when I tasted this coffee I saw the face of God in a cup)” 한 심사위원이 게이샤 커피를 맛보고 남겼다. 한국 사람이라면, 이름을 듣자마자 일본의 게이샤를 떠올리게 만드는 이 커피는 사실 일본과는 전혀 관계가 없다. 그저 이 커피 품종이 최초로 발견된 지역이 에티오피아 게샤 지역이었고, 이 이름이 전해지면서 게이샤라고 불리게 됐다고.
이후 지난 몇년간 커피 애호가들 사이에선 “신의 커피”란 별명과 함께 인기를 끌었는데, 중국에까지 그 유행이 번지자 전세계 게이샤 커피 원두가격이 천정부지로 솟아, 1잔에 수만원 내고 마셔야 한다는 기사를 읽은 적이 있었다. 보께떼에선 여럿 커피 농장이 있기 때문에 미리 예약만 하면 커피 농장 투어와 함께 게이샤 커피까지 시음해볼 수 있다. 보께떼 여행은 전날 밤, 게스트하우스에 우연히 놓인 보께떼 지도를 보고 결정했기 때문에, 커피 농장 예약을 할 순 없었다. 구글맵에서 찾은 몇몇 농장에 문자를 보냈지만, 그 누구도 새벽 늦게 답장을 하지 않았다. 일단 보께떼로 가면 최소한 게이샤 커피를 파는 카페라도 있겠지 싶어서 아침 일찍 버스를 타고 보께떼로 무작정 향했다.
편평한 땅에 낮은 건물들이 가득했던 도시 경관은 점점 푸른 산으로 수렴했다. 해발 1000~2100m 고지대에 위치한 마을이라더니, 버스에서 내리니 시골 특유의 깨끗한 공기가 서늘하게 피부를 스쳤다. 구글맵에서 미리 봐둔 카페를 몇몇 군데 돌아다녔다. 개중엔 한국 홍대에서 볼법한 힙한 감성이 물씬 풍기는 다락방 같은 카페도 있었고, 입간판에 “게이샤 커피 있음”이라고 큼직하게 적어놨지만, 관광객들만 갈 것 같은 널찍한 카페도 있었다. 이왕 게이샤 커피를 마시는 거라면, 커피에 진심인 곳에서 마셔보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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