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하게뜸니다!"
백화점에서 내 손에 든 짐을 들어주려는 엄마에게 손을 닭날개처럼 짧게 붙이고 선서하듯 손바닥을 펴 보이며 큰 소리로 말했다. 엄마는 재차 무거운 거는 나눠 들자며 내 양손에 든 짐을 가져가려 했다.
"괜찮뜸니다~ !"
또 배에 힘을 주고 말했다. 펭수가 재미없다는 엄마에게도 펭수의 매력을 전도한 탓에 엄마는 서른 넘은 딸내미가 뭘 흉내 내는지는 알고 계셨다. 꽉 움켜쥔 내 주먹을 펴면서까지 짐을 가져가려는 엄마에게 뺏기지 않으려고 집중하다 보니 더 큰 목소리가 나왔다.
한껏 큰 목소리로 말하자 사람들의 시선이 쏠렸다. 흘깃 보는 게 아니었다. 대놓고 눈이 휘둥그레져 아래위로 쳐다보거나 옆으로 지나가면서도 고개를 돌려 나에게 고정한 눈동자들. 익숙했다. 확장된 동공으로 스캔하며 내가 '정상'인지 파악해보려는 시선. 너무나 익숙했다. 자폐인과 함께 있을 때 공공장소에서 여러 번 받아본 눈길이다. 30대 성인이 영구 같은 말투로 두 마디 큰 소리를 낸 것에 대한 대가라기엔 시선들은 길고 차가웠다. 장애 여부를 판단해야만 직성이 풀리는 걸까. 나는 굳이 내 지능에 문제없음을 증명하고 싶지 않았다. 목소리를 조금 낮춰 계속 펭수 말투로 보따리를 움켜쥐며 엄마에게 말했다. 펭수가 그러하듯 엉덩이를 실룩거리며.
"엣 헴 엣 헴! 신이나~ 신이나~ 요를 레이 이 이후!"
꽤 오랜 시간 자폐인과 발달 장애인 활동보조 교사로 일했다.
주말에 자폐인의 부모가 휴식을 취할 수 있도록 돕자는 취지의 활동을 주로 했다. 자폐인을 포함한 발달 장애인에게 지하철을 타는 법을 알려주고 함께 극장을 가는 등 사회적응 활동을 시작으로 교외 연수원 등에서 하루~이틀 밤을 함께 숙박하는 형식이었다. 자폐인과 함께 다니는 것보다 더 에너지가 필요한 건 공공장소에서 사람들의 쏟아지는 눈동자에 의연한 대응을 하는 거였다. 사람들은 뚫어지게 우리를 보거나 추임새를 넣었다. '쯧쯧...'
당시 20대였던 나는 자폐 아동뿐 아니라 30~40세의 발달 장애인과 함께 다닐 때도 있었다. 나보다 몸집도 크고 흰머리도 듬성듬성 난 그들은 나에게 큰 목소리로 "선쌩님!"이라고 부르며 꼭 손을 잡고 다녔다. 자폐인들은 물가에 내놓은 아이처럼 세상 모든 것에 마음을 열고 다가갔고 경계라는 걸 몰랐다. 자폐인들은 우주와 같은 내면의 경계도, 일반 사람들이 생각하는 행동의 경계도 없었다. 그래서 발달 장애인들은 세상 그 누구도, 무엇도 경계하지 않더라. 반면 경계 없는 자폐인들을 공공장소에서 마주친 이들은 행여나 자폐인이 자신에게 가까이 다가올까 차가운 시선과 표정으로 두꺼운 벽을 쳤다.
지나치게 큰 목소리에 산만하게 움직이는 팔, 다리와 얼굴. 때로는 자해하며 소리까지 지르는 이들에게 시선이 안 가는 게 더 이상한 거 안다. 하지만 보통의 사람이 큰 목소리를 냈을 때와는 확연이 다른 시선이 쏟아진다. 뚫어지게 응시하기는 기본이고 "에휴.. 불쌍해서 어쩌나."라며 걱정하는 말속에 '나는, 내 자녀는 안 저래서 다행'이라는 생각을 실어 보낸다. 자신의 머리를 부서져라 때리며 제자리를 맴도는 자폐인을 꼭 끌어안고 진정시킬 때면, "저러면서까지 밖에 나와야겠냐"는 말을 들었다.
취업 후엔 평일 하루를 포함해 주말을 모두 써야 하는 활동에 참여할 수 없었다. 사실 할 일 없던 주말도 있었지만 쉬고 싶었다. 한동안 발달 장애인을 잊고 지냈는데, 펭수 캐릭터의 중독성 있는 말투를 따라 하다 받은 시선이 자폐인들과 있을 때 받은 그것과 포개졌다. 요즘 펭수가 내 일상을 지배하고 있어 어딜 가나 펭수 생각이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유튜브 공식 채널에 올라온 펭수의 영상을 다 봤다. 그것도 모자라 팬들이 재편집한 영상에 타 방송사와 정부부처에서 제작한 펭수 영상까지. 언제 새 영상이 올라오나 목 빠지게 기다리고 있다. 펭수에 빠진 게 벌써 몇 달째인데. 공공장소에서 펭수가 된 오늘에서야, 구독자 1명일 때부터 사람들의 차가운 시선에 아랑곳하지 않고 자신을 지켜온 펭수와 제작진의 그리고 발달 장애인의 지난날을 조금이나마 느껴볼 수 있었다.
펭수의 말투와 행동은 자폐인들과 꼭 닮아있다. '자폐'라는 단어는 보통 부정적으로 쓰임을 알고 있다. 우리 사회는 혼밥을 즐기는 대선후보에게 '사회적 자폐아'라는 기사로 공격하고, 단체생활을 즐기지 않는 이에게는 '자폐아처럼 혼자만의 세계에 빠져있지 말라'는 충고를 서슴없이 해왔다. 자폐는 그저 타고난 특성일 뿐인데. 펭수가 자폐인을 포함한 발달 장애인과 닮아있다는 생각을 활자로 바꾼 이 글이 펭수에 대한 모욕이 아님을 너른 마음으로 이해해주시길 부탁드린다.
자폐인을 포함한 발달 장애인은 시선 맞추기를 어려워했고 일상적으로 맥락 없는 소리를 냈다.
내 입장에서는 한 번이라도 내 눈과 맞춰주길 바랐지만 자폐인들의 시선은 나의 어깨너머와 먼 산을 향해있었다. 난 무례하게도 이들의 행동을 관찰하며 "왜?"라는 질문을 했다. 발달 장애인마다 증상과 정도가 천차만별이라 일반화를 하긴 힘들다. 하지만 대부분의 자폐인은 초단위로 입력되는 감각이 자폐가 없는 사람보다 몇백 배 많다. 누군가의 발자국 소리가 폭탄 터지는 소리처럼 들릴 때도, 아파트 밖으로 지나가는 차의 바퀴가 굴러가며 땅에 만드는 진동이 지진처럼 느껴질 때도 있다. 우리가 자연재해를 입거나 전쟁 중일 때처럼 감당할 수 없는 자극이 평상시에도 이들에게 계속된다. 자폐인이 눈 앞의 나를 인식하고 내 말을 듣는 것만으로 작은 기적이었던 거다.
자폐인은 시도 때도 없이 특정 멜로디를 반복하곤 한다. 그 멜로디는 cf의 로고송일 때도, 캐럴 음악일 때도, 지하철 정차음일 때도 있다. 이유를 알 수 없이 맥락과 상관없이 같은 음악이나 문구를 끊임없이 반복한다. "어! 허이", "에휴', "뚜삐뚜뿌", "우우~" 등의 출처를 알 수 없는 추임새나 한숨 소리를 하루에도 수 백번, 몇십 년간 반복할 때도 있다. 지하철에서도, 영화관에서도 큰 소리로 본인만의 노래를 외친다. 아무런 표정도 없이.
펭수와 자폐인은 정말 꼭 닮아있다.
펭수의 눈은 시선이 없다. 늘 본인의 우주를 응시하고 있다. 또한 펭수는 음악적 영감을 받을 때면 장소 등 주변 환경은 고려하지 않고 뜬금없이 멜로디를 만들어내거나 추임새로 음악을 만든다. 때로는 맥락 없이 "꽤애애애~~~액!" 목이 갈라져라 소리를 지른다. 열 살 펭귄 펭수가 펭귄어를 하는 거다. 남극에서 헤엄쳐오다 스위스에 들러 배운 요들송을 언제 어디서든 자신 있게 큰 소리로 부른다. 뒤집어지는 목소리로 공공장소에도 크고 당당하게 부른다.
팬들은 초점 없는 펭수의 사백안을 사랑한다. 얼굴 근육이 없는듯한 펭수지만 상황과 분위기 그리고 펭수의 말소리와 함께 표정을 느낄 수 있다. 펭수가 '엣헴'이라는 감탄사로 만든 10초짜리 음악을 1시간 동안 무한 반복하는 영상을 팬들이 직접 만들어 보고 또 본다. 넌더리가 날 만큼 보고 또 봐도 보고 싶고 머리에 울리는 엣헴송. 팬들은 펭수가 하는 행동을 판단하거나 해석하지 않고 그저 사랑하는 거다. 펭수는 열 살이니까. 자폐인의 외모가 할아버지의 모습을 하고 있어도 그들은 늘 다섯 살 또는 세 살인 것처럼.
펭수는 남극에서 온 펭귄이라 참치캔 또는 새우탕면과 같은 해산물만 먹는다. 좋아하는 간식은 빠다코코넛 과자와 녹차. 같은 조류에 속하는 닭으로 만든 치킨 등의 음식은 거부한다. 자폐인이나 발달 장애인들 역시 식성부터 의상까지 호오가 뚜렷한 경우가 많다. 매일 먹는 음식만 고집하거나, 매일 같은 옷을 입으려 하고 같은 방향으로 앉아야만 하는 경우 등이 있다. 펭수의 취향마저 꿰고 있는 이들은 펭수에게 참치캔, 빠다코코넛 과자 그리고 녹차만을 선물한다. 자폐인의 경우 한 음식만 먹으면 골고루 영양소를 섭취하지 못해 다른 음식을 먹도록 유도한다. 하지만 펭수에게 그랬듯 발달장애인이 한 가지 음식만을 선호하는 성향마저도 사랑하는 눈으로 바라보고 귀엽다, 예쁘다 칭찬한 번 해주지 못했던 게 떠올랐다.
펭수와 자폐인이 꼭 닮았으나 180도 다른 면도 있다. 바로 보호자의 태도다.
발달 장애인들의 부모님들은 이유 없이 세상에 죄송해했다. 자폐인을 무례하게 응시하는 시선에도, 당신의 자식이 세상에 존재한다는 사실이 안쓰럽다는 듯 혀를 끌끌 차는 이들에게도 자폐인의 부모는 늘 머리를 조아렸다. 활동 보조인인 나도 그랬다. 세상의 무례 앞에 자폐인을 대신해 사과했다. 집 밖으로 한 걸음 떼는 일이 총알이 빗발치는 전쟁터에 나가는 것처럼 힘든 일인 이들의 마음을 돌보는 일이 우선이었는데. 사람들의 잘못된 반응에 허리를 숙였다. 땀이 날만큼 꼬옥 자폐인의 손을 움켜잡고도 연신 대중을 향해 굽신거리며 뭇사람들의 가벼운 언짢음을 해소할 때 내가 뭐라도 되는 양 발달 장애인을 위해 봉사하는 스스로를 대견해한 순간도 있다.
반면 펭수의 보호자들은 당당하다. 어딜 가나 소속사 ebs의 사장 이름을 "김명중!"하고 크게 외치고, 인파들 사이로 거침없이 뛰어가며 자신의 몸집에 맞지 않는 가위 등의 소품을 쥐어주는 이들에게 던지고 소리를 지르는 펭수. 사람이었다면 이런 돌발 행동에 인성 논란이 일었겠지만 펭수는 '펭성논란'에 시달린다. 여기에 '펭귄어'라며 알 수 없는 소리까지 '꽤에에에엑'하고 지르는 펭수를 대신에 제작진은 그 누구에게도 사과하지 않는다. 대신 사람들에게 당당하게 외친다. "펭수는 열 살이라 아직 금전 개념이 없고 회사의 직급 체계를 몰라요.", "펭수는 부모님을 남극에 두고 헤엄쳐서 한국까지 왔어요. 지금은 펭귄어를 하는 거예요"라고 귀띔해준다. 그렇게 뭇사람들은 펭수를 있는 그대로, 말 그대로 '펭수를 펭수로' 받아들인다.
펭수를 잘 모르는 이들조차 펭수가 어떤 행동을 하든 미소 짓고 바라보게 된 건 순전히 제작진 덕이다. 혼자서는 의자에 앉거나 입구를 통과하는 것조차 못하는 펭수의 곁엔 늘 제작진이 함께한다. 제작진은 목소리 큰 펭수의 부족함을 이해해주고 감싸주며 펭수의 특성을 모르는 이에게 당당한 양해를 구한다. 펭수가 어린이들이 볼 때 잘못된 행동을 하거나 누군가에게 피해를 줄 때를 제외하고는 펭수의 모든 행동을 칭찬하고 꼭 껴안아준다. 행여 잘못된 행동이라도 꼭 존댓말을 쓰면서 왜 그러면 안 되는지 설명해준다. 키 2m가 넘는 거대 펭귄이지만 열 살이기 때문이다. 가식적인 친절이 아니라 제작진의 표정이 때로는 건조하지만 일관되고 진심 어린 사랑을 느낄 수 있다. 펭수가 조금이라도 기운이 없어 보일 때면 펭귄 전문가와 심리상담사와 함께 펭수가 괜찮은지 진단해준다. 이런 모습은 인기를 얻기 전, 아무도 펭수를 모를 때부터 한결같다. 펭수 제작진은 백점 만점에 천 점짜리 발달 장애인 활동 보조자의 모습이다.
펭수 역시 당당하다. 화보 촬영을 갔을 때 모델이 몇 가지 포즈를 보여준다. 그리고 펭수에게 해보라며 의자를 권한다. 성인 2명 정도는 거뜬히 오가는 보통 출입구도 좁을 만큼 펭수의 허리둘레는 넓다. 때문에 모델이 앉았던 사람용 의자는 펭수 엉덩이의 반도 들어가지 않는다. 그때 펭수는 사람용 의자엔 맞지 않는 본인의 몸을 탓하지 않는다. "매니저! 의자에 앉을 수가 없잖아!"라고 소리치며 본인을 초대한 이들의 배려 없음을 유쾌하게 지적한다. 몸집이 거대한 자이언트 펭귄이라 고향 남극에서는 친구들이 안 놀아줬지만, 본인의 신체적 특성에 펭수는 주눅 들지 않는다. 계단을 오르고 내릴 때도 도움이 필요한 펭수는 당당하게 도움을 청한다. "매니저!"라고 외치면 근거리에 있던 pd두 명이 펭수 곁으로 달려온다. 보통은 방송 제작 책임을 맡아 '갑'의 위치에 있는 pd들이 홀로 남극에서 온 10세 펭귄에게 자발적으로 을이 되어 애정과 도움을 쏟는 거다.
그러고 보니 자폐인들은 늘 펭수처럼 당당했다. 뭇사람들의 무례한 시선에 고개 숙이지 않았다. 머리, 눈, 코, 입, 귀 등 온몸을 때리며 쏟아지는 강한 자극들을 온몸으로 받아내느라 힘들 때도 타인과 세상을 향해 화를 내지 않았다. 이럴 때 발달 장애인들은 오히려 스스로의 몸을 있는 힘껏 때리며 매 초를 살아냈다. 이유 없는 고통을 내린 세상이 아닌 자신을 향해 주먹질하는 천사들의 모습이 보통 사람 눈에는 무섭게 자해하는 걸로만 보인다. 자폐인은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 버거운 삶을 지탱해낸 건데. 열 살 펭수에는 못 미치는 평균 3~7세의 지능을 가져서 펭수보다 구사하는 문장은 적었을지라도. 발달 장애인들은 이유 없이 사과하거나 주눅 들지 않았다.
펭수 제작진에게 배우는 발달 장애인을 대하는 태도.
펭수를 기획한 ebs 이슬예나 pd는 '취재대행소 왱'과 인터뷰에서 펭수의 정체를 언제 밝힐 거냐는 질문에 "질문도 하지 않아 주셨으면 좋겠는데."라고 단호하게 답했다. 펭수 인형탈 속에 어떤 사람이 들었든 상관없다. 아이언맨을 연기한 배우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가 자연인으로서의 삶을 사는 것과 영화 속 마블 세계관에 속한 아이언맨을 시청자들은 구분한다. '펭수'라는 판타지를 창조한 기획자의 기획 의도에 대한 존중 없이 뭇사람들은 판타지를 파괴하며 갖은 명분을 대려고 한다. 굳이 '국민의 알 권리'라는 실체 없는 대의를 앞세워 존중 없는 뒤 캐기를 하지 말아 주길 팬들은 한마음으로 바라고 있다. 이는 자폐인을 대할 때도 마찬가지다. 50대의 나이에 5살의 지능을 가진 이들에게 "빨리 완쾌해서 부모님에게 의젓하게 감사하다고 말할 수 있길 기도하겠다"라고 할 필요 없다. 일반 지능을 가진 성인과 비교했을 때, 부족해 보인다고 해서 그들의 숨겨진 내면이라도 정상이길 강요하는 건 폭력이니까.
'자이언트 펭TV' 제작진은 펭수가 성별이 없다고 했다. 펭수의 세계관을 받아들이지 못한 이들은 "그 인형탈 안에 누가 있어요?"라고 질문하고, 입문 단계에 들어선 이들은 "펭수는 암놈이에요 수놈이에요?"하고 묻는다. 그런 이들에게 제작진은 "펭수는 펭수일 뿐"이라고 답한다. 세 살 아이가 봐도 인형탈 안에 사람이 들어 있는 건 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많은 이가 제작진의 의견과 펭수를 존중하며 느끼는 감정은 '사랑'이다. 성인 2명이면 인형탈을 거뜬히 벗길 수 있을 텐데. 하루 종일 펭수를 따라다니면 인형탈 속에 든 자연인의 정체 정도는 손쉽게 확인하고 발설할 수 있을 텐데. 수많은 이들은 '쉽고 무례한 행동을 하지 않음'을 택했다.
자폐인과 발달장애인을 대할 때도 펭수를 대하듯 해줬으면 한다. 특이한 소리를 내고 이상한 행동을 해도 배제와 차별의 시선보다는 이해의 마음을 보내주길. 발달 장애인을 발달 장애인으로.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 물론 부모님의 입장에서는 우리 아이가 비장애인처럼 도움 없이 살아갈 만큼 특이 증상이 줄어들길 백번 천 번 바라시는 게 당연하다. 실제로 꾸준한 교육의 효과가 나타나 아르바이트를 하거나, 글을 쓰는 자폐인과 발달장애인들도 있다. 하지만 만약에 그렇지 않더라도 자폐인과 가족들이 좌절과 슬픔의 터널을 지나 일상을 찾으셨으면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국가의 지원이 절실하다. 펭수 역시 세금으로 충당한 수신료로 제작하지 않는가. 펭수 보호자, 즉 ebs제작진의 무한 사랑을 뒷받침하는 건 국민이 낸 수신료다. 다수 국민들은 '세금이 올바로 쓰인 가장 좋은 예시로 펭수를 들겠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발달장애인과 자폐인은 사회의 도움 없이는 일상의 생활이 불가능하다. 선진국에 비해 아직 한국은 자폐인과 발달 장애인에 대한 체계적인 교육과 24시간 활동 지원이 부족하다. 모든 부담을 가정이 지고 있는 거다. 방문을 드나들 때도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한 펭수처럼 발달 장애인 역시 매 순간 도움이 필요하다. 특수교육 시스템이 잘 정비된 해외와는 다르게, 자폐인을 가정에서 양육하려면 평균 연 5000만 원에서 1억 원이 든다. 펭수 제작진은 펭수가 잘 나가서 돕는 게 아니다. 펭수의 구독자가 한 명도 없을 때부터 한결같이 늘 펭수곁에서 활동 도움을 주고 생활할 때 도움을 줬다. 혼자서는 일상생활을 유지할 수 없는 자폐인과 발달장애인에 대한 꾸준한 지원만이 이들과 가족들의 일상을 찾아줄 수 있다.
그동안 우리 사회는 발달 장애인을 품고 돌보기는커녕 죄인 취급해왔다.
불과 2년 전, 특수학교 설립을 반대하는 주민들 앞에 발달 장애인의 부모님은 눈물 흘리며 무릎을 꿇었다. 결국 특수학교는 위험시설이라는 이유로 해당 구에 설립할 수 없었다. 자폐인을 포함한 국내 발달장애인 수는 2017년 12월 기준 225,601명이다. 이는 총인구의 0.4% 정도다. 또한 2017년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는 미국 어린이 36명 중 1명이 자폐증이라고 발표했다. 발달장애인의 숫자는 생각보다 많은데 주변이나 우리의 일상에서 마주치기 힘들다.
자폐인은 일상생활을 위해 필요한 만큼 교육을 받고, 경제적 능력을 갖출 기회가 없는 데다 주변의 차가운 시선까지 겹쳐 바깥으로 나오지 못하고 있어서다. 한국 보건사회 연구원에서 2019년 1월에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발달장애인의 58.7%가 외부활동 시 불편함을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요 이유로는 ‘외출 시 동반자가 없어서’(46.2), ‘의사소통에 어려움이 있어서’(31.8%), ‘주위 사람들의 시선 때문에’(15.9%) 등이었다고 한다. 또한 15세 이상 발달장애인 중 경제활동 참가율은 35.2%로 낮은 편이다. 발달장애인의 장애인 거주시설 입소율은 10.12%로 비 발달장애인 0.24%에 비해 매우 높게 나타난다. 보통은 발달장애인의 의사와 무관하게 보호자가 시설 입소를 강제하는 경우다. 한국 보건사회 연구원의 발표자료는 '선진국에서는 발달장애인이 일반 시설을 이용한다. 반면, 우리나라는 마음 편하게 눈치 보지 않도록 전용시설을 만들어달라는 요구가 많다'라고 했다.
펭수는 노래했다. 특별하면 외로운 별이 된다고.
누구보다 특별한 펭수. 펭수의 고향 남극에서는 펭수가 너무 뚱뚱하고 크다고 다른 펭귄들이 놀아주지 않았다고 한다. 펭수는 지금도 이게 가장 힘들었던 기억이라고 말한다. 그래도 펭수는 주눅 들지 않는다. 당당하게 자신은 외로웠다고 말한다. 대신 기후변화로 남극에 빙하가 녹아 힘든 펭귄들을 보호해달라고 목소리를 높인다. 왕따를 당해 걱정이라는 사람에게는 왕따를 조장하는 이들이 잘못된 거라며 책상이 부서질 듯 날개로 쾅쾅 치며 분노한다. 지금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펭수는 더 이상 외롭지 않다. 하지만 특별한 별 중 아주 소수만이 사랑받으며 빛난다는 걸 펭수는 알고 있다.
특별해서 외로운 별이 된 자폐인과 발달장애인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일은 생각처럼 쉽지 않다. 펭수는 의사 표현도 또렷하고 말을 조리 있게 하는 반면 자폐인은 그렇지 않은 경우도 많다. 펭수는 의학적으로 자폐 판정을 받지 않을 거다. 그럼에도 펭수와 자폐인 그리고 발달장애인의 행동 특성이 닿아있는 부분이 많다. 우리는 펭수 제작진을 통해서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받아들이고 사랑하는 법을 배웠다. 너무도 특별해서 누군가의 도움 없이 세상으로 한 발자국도 뗄 수 없는 발달 장애인들에게 펭수에게 쏟는 사랑의 일부를 나눠야겠다. 무관심 속에 이들은 학대당할 확률이 높고, 특히나 중년 이상의 나이가 됐을 때 장애인 거주시설에 입소하지 못한 발달 장애인은 무관심 속에 사라진다. 올해 국내 발달 장애인의 사망 평균 연령은 53.5세를 기록했다. 2016년 기준 국내 평균수명이 82세인 것과 비교했을 때 발달 장애인은 너무도 이른 나이에 별이 된다.
현재 펭수의 공식 유튜브 채널 조회수와 구독자는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다. 이에 따라 영상의 댓글에는 진풍경이 펼쳐지고 있다. 보건복지부, 외교부, 법제처 등 정부부처와 각 지자체들 그리고 동원참치 등 사기업에 kbs, kbs world, mbc, tvn 등 방송국들까지 펭수와 협업을 위해 한 번만 시간을 내달라고 읍소 중이다. 누구도 하지 못한 정부 부처 간 방송국 간의 대 통합을 펭수가 이루고 있다며 펭수가 쓰고 있는 역사에 팬들은 박수를 보내고 있다. 작은 바람이 있다면 펭수가 발달장애를 가진 아동 청소년과 성인 중 펭수를 사랑하는 이들과 같은 눈높이에서 함께 자유롭게 뛰논다면. 펭수를 사랑하는 수많은 이들의 애정을 발달장애인에게도 나눠주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이 글이 펭수와 ebs제작진 이슬예나 pd, 박재영 pd, 임문식 pd, 공민정 메인작가, 자이원배, 그리고 김명중(사장님)에게 전달되면 어떨까 하는 행복한 망상을 해본다. (제작진 지인의 지인이라도 이 글을 보신다면 꼭 '자이언트 펭TV'제작진께 전달해주세요!)
* ebs는 왜 펭수를 만들었을까? (취재대행소 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