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시간부자 Jun 10. 2024

건강을 위해 요즘 하는 일들

만 사십 세가 되던 지난 5월에 고열과 몸살을 동반한 심한 감기가 두 번이나 찾아왔다. 원래도 가끔씩 감기에 걸리기는 했는데, 한 달에 두 번이나 심한 감기에 걸린 것은 처음이라 조금 당황스러웠다.


첫 번째 감기 끝에는 목소리가 제대로 나오지 않는 증상이 꽤 오래 지속되었고(드라마 눈물의 여왕 제작발표회 때 박경림 MC 같은 목소리여서 내게 전화를 건 모든 사람을 당황케 했다), 두 번째 감기 끝에는 생에 처음 겪는 심한 어지럼증과 구토 증상으로 기진맥진했었다.


만 사십 세가 되는 달에 두 번이나 심하게 아픈 것은 내 몸이 보내는 사전 경고(이제 몸을 좀 더 생각하라는 경고)인 것 같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분명히 해는 작년보 덜 바데, 여유가 생기니 마음이 풀려서 그런지, 일부러 짬을 내어 운동하는 게 어려웠다. 작년과 달리 올해는 달리기, 등산, 걷기, 요가 등 뭐 하나 꾸준히 한 운동이 없다.


아직 칠순이 되지 않은 우리 엄마는 오래전부터 고생시키던 무릎 통증이 점점 심해져서 이제는 인공 관절 수술을 해야 한다고 하고, 마찬가지로 칠순이 되지 않은 시어머니는 오랜 통증의 원인이었던 고관절을 결국 수술해야 한다는 소식이 연이어 들려왔다. 엄마는 무릎 통증 때문에 걷기가 힘들다는 이유로 올봄에 가려고 했던 일본 여행을 포기했고, 시어머니는 이번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여행에 동참하셨는데  여행에 대한 의지는 충만하셨으나 걷는 것이 힘들어 보여서 내내 마음이 쓰였다. 두 어머니 모두 아직 칠십이 되지 않으셨으니, 올해 만 사십 살이 된 내가 두 분 나이가 되려면 삼십 년도 남지 않았다.


두 어머니 모두 지난날 고생은 많이 하시고 자기 몸 챙기는 것은 뒷전으로 미루며 살아오셨다. 2차 감기 증상이 거의 끝나가던 중 갑작스러운 구토와 심한 어지럼증으로 저녁도 못 먹고 파에 앉아 있는데 가만히 있어도 세상이 핑글핑글 돌아가는 게 너무 무서웠다. '지금처럼 몸을 챙기는 것을 여러 이유로 계속 미룬다면, 삼십 년이 채 지나기 전에 나도 걷는 것 힘들게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생각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뭐라도 당장 시작할 수 있는 것을 곧바로 시작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년에 수강했던 아파트 지하 줌바댄스를 신청했다. 아주 오랜만에 수업에 나가 보니, 수업 분위기가 많이 달라져 있었다. 전에는 강사님이 억지로 흥을 끌어올리려 해도 영 흥이 올라오지 않는, 나처럼 목석같은 회원들이 운동을 위해 쥐어짜며 몸을 움직이는 수업이었다. 그런데 그 사이 회원들이 바뀌었고, 전직 댄서이신가 싶은 채리나를 닮은 회원분이 강사님 바로 옆에서 정말로 열심히 흥겹게 춤을 추셔서 수업 분위기가 아주 후끈했다. 덕분에 나도 민망함과 쑥스러움이 쏙 들어갔고, 아주 오랜만에 땀이 나도록 움직이면서 즐겁게 수업을 받았다. 다음 수업이 현충일 휴강이라 일주일 후에 수업을 다시 받을 수 있는데, 즐거운 마음으로 다음 수업을 리게 되는 이 설렘이 참 오랜만이고 기분 좋다.


주 2회 줌바댄스로는 부족하다는 생각에, 주말을 이용해 아파트 헬스장에 가서 근력운동을 했다. 헬스장에 있는 기구 사용법을 잘 몰라서 가끔 가도 러닝머신과 몇 가지 기구만 사용했었는데, 이번에는 미리 유튜브로 운동 기구 사용법과 순서 등을 살펴보고 갔다(모델 한혜진 헬스장 루틴). 헬스장 러닝머신에서 워밍업 걷기를 하면서 다시 한번 동영상을 시청하며 운동 기구 사용법을 체크하고, 의지를 끌어올렸다. 그리고 영상에서 본 내용을 참고하여 이런저런 기구로 근력 운동을 했는데, 근육들이 자극되는 느낌이 꽤 괜찮았다. 처음이라 무리하지 않고 살살했는데도, 근력 운동으로 몸이 따뜻해지고, 배와 허리에 힘이 생기는 느낌이 들었다. 운동 이후 샤워하는 개운함도 참 좋았다. 다음번에 또 언제 운동하러 갈 수 있을지 헤아려 보다가, 무리하지 말고 헬스도 주 2회만 하기로 다짐했다. 주중에 일정이 없는 오전에 한 번, 주말에 한 번 정도만이라도 '꾸준히' 습관이 될 정도로 하면 몸이 달라질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운동을 꾸준히 하려는 이유는 '예쁘고 날씬한 몸매'를 위해서가 아니다. 이런 목표 잠시 가진 적도 있지만, 이런 목표로는 운동을 꾸준히 지속할 수가 없었다. 바쁘거나 피곤할 때 '운동으로 날씬해진다 해서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겠'는 생각이 들고, 운동보다 더 편하고 쉬운 활동에 머물게 되었다.


그런데 지금은 '강하고 유연한 몸이 되고 싶다'는 마음이다. 운동으로 이루고 싶은 것은 겉모습의 어떤 상태가 아니라, '가볍고 부드러운 움직임'이다. 움직일 때 덜커덩 삐걱대는 상태가 아니라, 어디 앉거나 일어설 때마다 어이야 소리가 절로 나오는 상태를 벗어나서, 내 팔다리를 가볍게 들어 올려 자유롭고 편안하게 움직이고 싶다. 이렇게 생각을 하니, 자꾸만 운동하는 시간이 기다려진다.


그리고 혈당 스파이크(혈당 급상승 후 급강하)로 무기력한 상태가 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아침에 정제된 탄수화물 대신 야채, 과일을 먹고 찐고구마나 찐 감자를 먹고 있다. 내가 원하는 활동들로 내 시간을 채우기 위해서는, 의욕과 기력이 어느 정도 있어야 한다. 에너지가 없고 기력이 없을 때는 만사가 귀찮고, 다 의미 없다고 생각되어, 진짜 의미 없는 일들로 시간이 흩어져 없어진다. 아침시간이 그렇게 날아가고 나면, 남은 하루에 미치는 영향이 상당히 크기 때문에(오전 활동이 하루의 충만함을 좌우한다고 여긴다) 아침을 조금 더 신경 써서 먹기 시작했다. 오이, 방울토마토, 양배추에 올리브오일, 소금, 후추, 바질가루를 뿌려서 먹는데, 의외로 야채만 먹어도 포만감이 꽤 느껴지고 배가 그렇게 빨리 꺼지지 않는다. 커피에 찐고구마나 찐 감자를 곁들이면 속이 꽤 든든하다. 그리고 확실히 에너지 급강하로 인한 무기력증이 줄었다. 기분이 평온하다.


이 글을 쓰는 지금은 헬스장 근력 운동으로 생긴 옆구리와 허리 통증이 있는데, 이 근육통이 근력 강화를 가져온다고 생각하니 통증이 그리 싫지 않다. 앞으로 더 나이가 들어도 올해보다 덜 아프고, 더 잘 걸을 수 있기를! 그러기 위해서 내가 할 수 있는 일들을 즐거운 마음으로 지속하고 싶다.


작가의 이전글 여행에서 떠올린 일상의 다짐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