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Native Lore Wild Apr 04. 2023

도심 숲

뉴욕의 공공공간 산책 이야기


나무 그늘아래에서

해가 뜰 무렵 숲에서는 빛이 산산이 부서져 나무 아래에 내려앉는다. 조각난 빛의 무더기를 발견할 때면 홀린 듯이 핸드폰 셔터에 손이 간다. 찰나의 순간, 빛은 구름에 사라져 버리기도 하고, 구름이 바람에 밀려나면 또 그 옆에 아무렇지도 않게 다시 내려앉기도 한다. 햇빛은 은사시나무의 여린 이파리를 통해서 투명하게 투과되기도, 가지가 겹쳐짐에 따라 진한 명암의 그림자를 만들기도 한다. 순간순간 달라지는 빛의 형태는 같은 장소도 매번 새롭게 한다.


바람이 불어오며 살랑이는 잎이 만들어 내는 차르르 소리,

간간이 들리는 새의 지저귐, 

그리고 스삭 스삭 움직이는 보이지 않는 작은 생물들의 그림자 소리는 

숲 속에서만 만날 수 있는 섬세한 순간의 소리이다.


도시 안에서도 숲이 만들어 내는 순간들을 경험할 수는 없을까? 도시 안에서 숲은 어떤 모습이어야 할까?

숲의 사전적 의미는 ‘수풀의 준말로 나무들이 무성하게 우거지거나 꽉 들어찬 것’이라고 한다. 건물이 꽉 들어찬 도시공간과는 반대라고 여겨져 도시와 숲은 이분법적인 시각으로 보기 쉽다. 더구나 도시의 입장에서는 나무에게 자리를 내어주는 일이 간단하지만은 않다. 나무가 심어진 땅은 이익을 창출하기 어렵고 정성스러운 관리도 필요하다. 

하지만 도심 속의 숲은 회색으로 덮인 빈약한 땅을 풍요롭게 채워준다. 콘크리트나 아스팔트로 깔린 도시 표면 사이, 나무가 심어진 곳은 땅속으로 연결된다. 빗물을 지하로 흡수시켜 불침투성의 도시 표면으로 흐르는 빗물을 흡수하고, 땅 속 흙도 살린다. 나무는 증산과정을 통해 수증기를 방출하면서 열을 빼앗아 주변 온도를 낮추기도 한다. 그와 더불어 매번 달라지는 숲의 그림자, 나무의 모습은 도시를 아름답게 하고, 그 속에서 사회적인 상호 작용도 촉진시켜 더 안전한 공간을 만드는데 일조한다. 결국 도시 안의 작은 숲은 유지하는데 드는 비용보다 더 큰 가치를 땅에 더한다. 


뉴욕의 건물 틈새에 숲 속을 연상시키는 공원이 있다. 높이 솟은 건물 아래 나무 무리는 어떤 때는 도시의 배경과 대조되어 진짜 숲에 있는 것보다 더 극적이었다.


작가의 이전글 책 읽기 좋은 그늘 - 링컨센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