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Native Lore Wild Mar 03. 2023

제주 숲길

제주 여행 01  

겨울 제주의 색은 진한 푸른색이다 상록활엽수의 진한 녹색은 마치 포토샵에서 채도 낮춘 것처럼 색감이 빠져 있다. 육지에서 앙상하게 가지만 남겨진 낙엽수림과 콘크리트건물들만 보다가 한 시간 남쪽으로 비행하면 진녹색의 숲에 도착한다. 산책로에 사람들이 많지 않아 푸르른 풍경이 더 기억에 남는다. 이번 겨울에는 북쪽 제주에서만 머물기로 하고 함덕 해수욕장 근처에 숙소를 잡았다. 


보통 공간 인지는 전체적인 색깔, 톤, 큰 흐름의 형태, 질감 등이 결정한다. 우리는 초점을 맞추고 명확하게 보이는 부분보다 주변시(peripheral vision)로 공간을 인식하기 때문이다. 반복되는 색감과 형태는 공간을 기억하는데 중요하게 작용한다. 이번 겨울여행에서는 잔상으로 남은 진한 푸른색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이른 아침 함덕 해수욕장을 품고 있는 서우봉 둘레길을 걸었다. 겨울이 되면 연녹색 들판과 노란 유채꽃의 화려함은 잃는다. 대신 북쪽바다와 활엽수림이 대신한다. 아침 산책을 하면서 '찐한 녹색'이라는 말이 머리속을 맴돌았다. 하지만 녹색만으로 정의할 수 없었다. 미묘하게 다른 푸른 색이 반복되었고 중첩되었다. 


겨울의 제주의 푸르름은 여름의 그것과는 다르다. '푸르다'는 초록빛과 파란빛을 동시에 뜻한다. 다른 색이지만 바다, 하늘 그리고 해안 나무와,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띵할 정도의 청명한 공기가 온통 같게 느껴지기 때문이 아닐까. 다양한 푸르름 사이에서 어떠한 단어를 찾아 내지 못하고 진한 무엇이라고 밖에 표현해 내지 못했다. 



함덕 서우봉 둘레길,  © 2021. Leeju Kang All rights reserved.


해안 둘레 길 진한 푸른색의 원천은 상록수이다. 둘레길의 경사로로 올라가다 보면 난대림에 속하는 상록활엽수림이 나온다. 해변 사면에 까마귀쪽 나무 (Litsea japonica Juss)나무와 우묵사스피레나무 (Eurya emarginata (Thunb.) Makino) 덩굴식물과 함께 얽혀 있었다둘레길의 어느 순간은 까마귀쪽 나무가 터널을 이루고 다시 밝아 지기도 했다제주와 남부 지방의 해안가까지 퍼져 있는 토착식물로 이곳에 오지 않으면 보기 어렵다거센 바람을 맞으며 척박한 경사면에서 살아남은 나무줄기는 겪어  시간만큼 가지가 휘어져 있었다




함덕 서우봉 둘레길,  © 2021. Leeju Kang All rights reserved.

우묵사스피레 나무 열매는 쥐똥 같아 섬사람들은 쥐똥나무 혹은 섬쥐똥나무라고 부른다. 학명은 Eurya emarginat이나 다른 이름으로는 ilex emarginata Rehder & Wilson이다. 아일렉스(ilex)종은 미국 동부에서는 생울타리 나무로 많이 사용하는 종으로 크리스마스 트리를 장식하는 동그랗고 빨간 열매가 열린 나무도 아일렉스의 일종이다. 동그란 빨간 열매는 겨울에 열려 꽃 대신 정원의 화려함을 더한다. 그리고 배고픈 새들의 먹이가 된다.




 

함덕 서우봉 둘레길,  © 2021. Leeju Kang All rights reserved.

까마귀쪽 나무는 제주말로는 구롬비라는 별명이 있을 만큼 제주사람들에게는 익숙한 나무이다척박한 땅에서 빠르기 자라기 때문에 가로수나 방풍림의 나무로 사용된다둘레  산책로를 올라 갈수록 까마귀  나무가 점점 빽빽 해진다둥그런 형태로 모여 있는 기다랗고 뾰족한 잎파리가 마치 진녹색의 꽃들이 피어 있는 듯했다.   


북쪽 사면의 제주의 해안마을은 감귤색을 띄고 있지는 않았지만 까만 현무암처럼 검은 녹색의 그림자가 짙었고 청량한 겨울 바다의 푸르름의 정수를 느낄  있다날이 차가워져도바람이 심하게 불어도 해안의 숲은 강인한 생명력을 뿜어냈다



참조

한국의 수목 https://florakorea.myspecies.info/ko

국립생물자원관 https://www.nibr.go.kr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