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가원은 우선 가까워야 했다. 운동을 막 결심하는 사람에게 헬스장은 무조건 가까운 곳이 최고라는 말과 같은 논리였다. ‘요가’를 검색했을 때 지도 앱에 표시되는 장소 중 집에서 가까운 순서로 확인하기 시작했다. 모두 필라테스와 함께 운영하는 곳이라서 별로 내키지 않았다. 실제로는 그렇지 않겠지만 요가에 있어 전문성이 떨어질 것 같다는 편견이 있었다. 그리고 필라테스 수업과 섞여 있는 시간표 안에 요가 수업의 횟수가 기대보다 적었다. 이번엔 인스타그램을 켜고 해시태그 검색을 시작했다. #신림요가 #관악구요가 #서울대입구요가 … 유독 한 곳이 눈에 띄었다. 필라테스 센터에 비해 다소 어두운 조명 속, 벽 한 가운데에 무늬인지 한자인지 알 수 없는 심볼이 크게 박혀 있었다. 요가에서 흔히 사용하는 심볼인 ‘옴’이라는 글자였다는 건 나중에 알았다. 걸을 수 있는 거리는 아니었지만, 버스로 세 정거장 정도. 이곳이 최선이겠다 싶어 곧바로 방문해 보았다. 어두운 조명과 널찍한 수련실 모두 사진에서 봤던 그대로였고, 시간표가 다양한 요가 수업으로 꽉 채워져 있었다. 길게 고민할 것 없이 3개월을 등록했다.
요가원은 다양한 스타일의 요가를 다뤘다. 들어본 적 있던 빈야사, 아쉬탕가, 하타, 힐링 같은 이름의 수업 외에도 퓨전 스타일로 보이는 필라테스 요가와 아디다스 요가라는 수업도 있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정말 감사한 첫 요가원이다. 스스로 매력적으로 느끼는 스타일의 요가를 이렇게 한 곳에서 알아갈 수 있는 기회는 많지 않다. 이때 가장 큰 끌림을 느꼈던 요가는 하타 요가였다. 처음 접한 하타 요가는 정말 ‘요가스럽다’고 생각했다. 허리를 뒤로 젖히거나 한쪽 다리를 머리 뒤로 넘기는 등 요가라고 하면 으레 떠올리는 이미지에 나올 법한 자세를 이 시간에 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또 다른 특징은 한 가지 자세를 오랫동안 유지한다는 점이었다. 선생님 구령이나 시연을 따라가기 정신없었던 다른 수업과 달리 하타 시간에는 하나의 자세를 차분하게 시도할 수 있었다.
하지만 수업의 종류만큼이나 선생님도 다양하고 회원 수도 많아서 수련에 대한 피드백을 들을 수 없었다. 나서는 사람이 많으면 뒤로 한없이 물러서고 마는 나는 ISFJ. 그 많은 회원을 뚫고 질문을 할 성격이 아니다. 요가를 그저 운동 정도로 생각했다면 오히려 편하다고 느낄 부분이지만, 서점에서 우연히 집어 든 그 책을 읽었던 그때처럼 여전히 나는 요가에 대해 더 깊게 알고 싶었다. 원장님은 나의 의지를 읽으신 건지, 원장님의 수업을 들은 어느 날 집에 가려고 신발을 신던 나에게 웃으며 “정말 잘하시는 것 같아요.”라고 하셨다. 뭘 어떻게 잘했는지 묻지도 않고 그저 광대가 승천했다. “감사합니다. 안녕히 계세요.” 밖에 뱉지 못했지만, 집으로 돌아오는 내내 들떠 있었다. 어쩌면 그런 짧은 말이라도 무언가 나의 등을 떠밀어주면 나는 저항하지 않고 그저 ‘어이쿠’하며 떠밀려 가려고 했던 것 같다.
시간이 지나 등록했던 3개월이 모두 끝났고 나는 자연스럽게 새로운 요가원을 찾기 시작했다. 이곳에서의 경험 덕분에 다니고 싶은 요가원에 대한 취향과 기준이 생겼다. 이번에는 좀 더 인원이 적고 한 명의 선생님과 많은 대화를 나눌 수 있는, 그리고 가능하면 하타 요가를 많이 경험할 수 있는 곳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인스타그램을 켜고 다시 검색을 시작하려 하는데 피드에서 어느 게시글을 보고 눈이 번쩍 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