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아샤 Jan 13. 2019

전화로 만나는 가족들의 일상

몸은 멀리 있지만 마음 으로 이어져 있는 라다크 가족들.

한 해, 두 해, 계절이 바뀌고 무상한 세월이 가고 있다. 

난 파키스탄과 인도, 네팔 총 1년 반의 장기 여행을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갔다. 

다행히 여행경력을 살려 평소 생각해 보지도 못한 직업을 갖게 되었다. 

이름하여 인도 배낭여행 선생님

나는 10대부터 70대까지 나이를 불문하고 인도로 고난이도 배낭여행의 진수를 배우러 오는 학생들에게 배낭여행을 알려주는 선생님이다. 한국, 인도와 네팔을 종횡무진 왔다 갔다 하는데 회사에 라다크 프로그램이 없는 관계로 쉽게 라다크 방문은 하지 못하고 있다.


난 그동안 틈틈이 라다크에 전화해 가족들의 안부를 물었다. 

가족들은 여느 때와 다름없는 평온한 일상을 보내고 있었다.

 

아발레는 요즘 부쩍 행사가 많다고 했다. 아발레는 자랑스러운 라다크 문화 공연단 예술단원이다. 아발레는 수줍은 미소에 조용한 인상을 가진 분이셨는데 배역이 정해지고 옷을 입으면 꼭 다른 사람처럼 변신을 하곤 했다. 배역이 여자면 여자 같은 걸음걸이와 연기를 보여 주는 거다. 집에서는 가족에게 헌신적이고 따뜻한 아빠의 한 가지 모습인데 일을 할 때는 카멜레온처럼 변하는 아빠가 신기하기도 하고 멋있기도 했다. 아발레는 본인의 직업을 무척이나 사랑하셨다. 자신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며 남다른 동료애도 가진 분이었다. 아발레가 속한 공연단은 라다크의 전통과 문화를 계승하는 유명 예술단이었기 때문에 인도 국가행사나 지방 행사에도 많이 초청되어 갔다. 출장이 잦을 때면 며칠몇 주씩 집을 비우곤 하셨다. 그러다 보니 집에 전화하면 아발레가 없는 날도 많았다. 


그럴 때면 아말레와 다른 가족들과 대화를 했다. 

어머니와 나의 기본 대화는 항상 이렇게 시작했다.

"줄레 아말레"

"줄레 아샤레"

"캄상이날레?(잘 지내시죠?"

"아샤야, 나는 잘 지낸단다."

"가족들도 모두 잘 있고요?"

"응, 모두들 건강하게 잘 지내고 있어."

"우리 아샤는 언제 집에 오니? 다들 보고 싶어 한단다."

아말레는 그렇게 항상 내게 물었다. 그리고 난 항상 꼭 보러 가겠다고 말하곤 했다. 

내 대답을 들은 아말레는 안심을 하며 바로 다음 주제로 넘어갔다. 그녀는 수화기 너머 종종 내가 상상할 수 있는 일상의 작은 사건들을 공유했다. 


한 번은 변덕이 죽을 끓든 가출을 일삼는 고양이 따시가 일주일째 사라져 온 집안 식구들이 찾아다녔다고 한다. 따시는 보통 하루 길게는 이틀 안이면 집에 돌아오곤 했는데 이번처럼 길게 사라진 경우는 처음이었다. 다행히 10일 뒤에 따시는 집으로 돌아왔다.. 배가 부른 채로 말이다. 일종의 사랑의 도피였던 모양이다. 

외할머니와 귀염둥이 조카들 ⓒ인도아샤

외할머니는 요즘 우리 집에 와서 지내신다고 한다. 원래 외삼촌네 계셨는데 딸 집이 편하긴 한가 보다. 우리 집 맞은편에 고모 댁이 있는데 고모댁에 계신 친할머니와도 종종 왕래하신다. 친할머니는 기억력이 좋지 않고 눈이 잘 안 보이셔서 가끔 우리도 잘 못 알아보시는데 두 분은 자매처럼 잘 지내신다고 한다. 친할머니는 건강은 안 좋으시지만 손 힘은 제법 있으시다. 하루 종일 오른손으로 마니차(불교 경전이 들어있는 작은 기도 도구)를 돌리신다.  


누르부는 여자 친구가 생겼다가 잠시 헤어져서 상실의 시대를 보내고 있고, 오빠는 인도 군인으로 군대에서 일하고 있는데 1~2주에 한 번 집에 온다고 한다. 지미는 현재 라다크를 떠나 찬디가르 펀잡 대학교에서 공부를 하고 있다. 델리에서 5시간 걸리는 거리다. 


가까운 거리를 핑계 삼아 오랜만에 셋째 동생 지미를 보러 찬디가르로 가기로 했다. 

마침 가이드하던 팀이 끝나 4일의 시간이 생겼다. 오랜만에 동생을 만나러 가는 길이 참으로 설렌다. 

 


매거진의 이전글 이별은 언제나 눈물로..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