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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샤 Jan 11. 2019

여기 인도 맞아?

우리랑 비슷한 얼굴의 사람들이 사는 히말라야 산골 , 미지의 땅'라다크'

인도 최 북단에 위치한 라다크 ⓒ인도 아샤


도로 가판대도 하나 없는 절벽 길을 20시간 넘게 계속 달린다.  ⓒ인도 아샤
끝이 보이지 않는 길. 언제쯤 라다크에 도착하게 될까 ⓒ인도 아샤
2008년 7월 15일

난 신기한 세상에 도착했다. 내가 알고만 있던 인도는 그곳에 없었다. 가이드북을 봐도 레는 분명 인도 땅 안에 있는 도시가 맞는데 사람들이 다 나처럼 생겼다? 아니, 내가 그 들처럼 생겼다고 해야 하나? 중국도 일본도 아닌 인도가 분명한데, 순간이동을 해서 다른 나라에 떨어진 것만 같다. 


시내 우체국 앞에 앉아 지나가는 사람들을 구경하는데 눈 앞에 사람들이 낯설고 신기해서 입을 다물지 못했다. 남자 여자 할 거 없이 어깨부터 종아리까지 내려오는 펑퍼짐한 치마 전통복(곤차)을 입고 다닌다. 


불교 지역 아니랄 까 봐 나이 든 어르신들은 마니차(원통형 기도 도구)를 돌리며 천천히 음미하듯 길을 걸어 다니고 만나는 이마다 다정한 미소를 지으며 줄레라고 인사를 나눈다. 

줄레는 이 지역의 인사말이다. 동글동글한 얼굴, 작은 눈, 낮은 코, 검은 머리, 웃는 인상들이 얼마나 따뜻한지 마치 한국에 온 거 마냥 푸근하다.


인도만 9개월째 여행 중인 나로서는 이 곳은 그냥 천국이다 천국. 그동안 얼마나 긴장 속에 다녔는가. 계속 새로운 도시로 이동하는 여행자의 습성 때문에 낯선 장소와 낯선 사람들과 만나면 잔뜩 긴장하곤 했다. 일행이 있었다면 덜했겠지만 나 홀로 여행자였기에 행동 하나도 조심스럽게 해야 했다. 오해를 사는 실수가 있어선 안되니 말이다. 것뿐인가? 어딜 가나 축제장을 연상시키는 득실득실한 인파들(인구대국의 위상) 온종일 빵빵 대는 차량들과 길거리 소음은 멘탈 붕괴 직전까지 날 몰아갔다. 또 어느 나라에서 왔냐부터 시작해서 집안 족보까지 꼬치꼬치 다 캐묻는 인도인들의 드넓은 호기심에도 슬슬 피곤해진 참이었다. 

휴게실 있는 거라곤 드넓은 평야와 히말라야 산. 구름. 파란 하늘 ⓒ인도 아샤
6월 중순의 마날리-레 도로. 여전히 눈의 왕국이다 ⓒ인도 아샤

그런 내가 절대 침묵의 히말라야에 도착했다. 들리는 건 바람소리요. 새소리요. 시냇물 소리다.

오래간만에 도시 공해와 소음에서 벗어나 힐링존에 진입했다. 시선이 맞닿는 곳마다 히말라야 절경이 펼쳐지니 두 눈도 부귀영화를 누린다. 비슷하게 생긴 사람들의 정겨운 인사와 환대는 어찌나 구수한지 오래간만에 마음이 편안하다. 델리에서 마날리까지 18시간, 마날리에서 레까지 20시간, 무시무시한 5000m 고개를 두 번 넘고 도로도 이정표도 없는 비포장 먼지 길을 달려달려 여기까지 온 보람이 있다. 비행기로 1시간이면 가는 거리지만 여행자에게 있는 건 시간이오. 없는 건 돈인지라 엉덩이 사라지는 고통을 감수하고 육로 여행을 택해야 했다. 

하지만 입을 절로 다물게 하는 수려한 풍경들에 푹 안기듯 지나온 38시간은 결코 긴 시간이 아니었다.   


밤이면 밤하늘을 수놓은 별 부대가 일제히 고공낙하를 하기 시작하고 눈을 뜨면 사방으로 히말라야가 병풍처럼 펼쳐지는 샹그릴라. 여기는 인도 내 작은 티베트라 불리는 해발 3500m의 레. 난 눈 덮인 산맥에 숨겨진 미지의 세상에 발을 디뎠다.

화창하고 맑은 하늘. 저 멀리 만년설이 보인다. Leh Palace 에서 내려다본 시내 전경 ⓒ인도 아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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