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만원 짜리 전망. 그런데 방 가격은 1700원?
1974년 당시 라다크를 세상에 공개했던 카슈미르 정부에게는
한 가지 고민이 있었다.
바로 관광객들이 묵을 호텔이 없다는 것이었다.
현지의 열악한 도로상태와 건축자재의 공급이 원활하지 않은 상태에서 호텔들을 뚝딱 지을 수 도 없었다. 준비 없이 갑작스레 내린 결정이었지만 그걸 취소할 수 도 없었던 정부는 라다크 현지인들을 모아 긴급회의를 소집한다.
이에 마을 사람들은 관광객들에게 빈방을 내주기로 약속했고 이 회의로 순식간에 500개의 방이 생겼다.
대가족 형태로 모여 사는 라다크인들의 집에 가족들과 친척들을 위한 여분의 방이 많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관광객들은 홈스테이를 통해 숙소와 새로운 경험을 제공받았다. 라다크인들의 삶을 가까이서 볼 수 있는 흥미로운 기회였다. 당시 호텔의 대안으로 시작된 결과였지만 여전히 라다크 곳곳에서 홈스테이를 즐길 수 있다. 물론 그 사이 부페와 수영장을 제공하는 고급 호텔들도 생겨났지만 말이다.
9개월 동안 인도 곳곳을 방랑하며 그지 같은 숙소에서 많이 묵었던 탓에 몸과 마음은 이미 만신창이 였다. 특히나 남인도 고아에서 흡혈귀의 친인척관계로 추정되는 벼룩과 빈대 부대의 공격 으로 온 몸 구석구석 그 치열한 사투의 흔적이 남아 있어 보기에도 흉측한 상태였다.
그래서 내겐 사막의 오아시스처럼 깨끗하고 편안한 곳이 필요했다. 그런데 이거 왠걸. 편하게 묵을 숙소들을 찾아 골목골목 돌아다니는데 다 한결같이 깨끗하고 포근하다. 아마 현지인들이 직접 살고 있는 집이기 때문에 그런 거 같다. 사람냄새가 곳곳에 묻어있으니 말이다. 온 동네 대문은 다 두들기며 발품을 찾아 돌아다니는데 드디어 나타났다.
2층 방문을 열자마자 정면으로 보이는 전면 유리창. 바깥으로는 눈 덮인 히말라야가 한 눈에 들어오는 풍경. 입이 다물어지지 않았다. 작은 방에 침대 하나만 덜렁 있을 뿐이지만 어느 세상에 히말라야 전망이 보이는 방을 100루피(1700원)에 묵을 수 있단 말인가? 난 내 귀를 의심했다. 하지만 이 똘똘하게 생긴 남자애는 흔쾌히 100루피를 불렀다. 마지막 방이라 했다. (손님 방이 2개 있는 집이다.). 홈스테이니 아침도 제공해준다 했다. 이게 왠 횡재 다냐. 전망은 100만원 짜리 인데 이렇게 싸게 묵을 수 있다니..
그 자리에서 2주 동안 머물기로 계약을 했다. 이로서 나의 순탄한 히말라야 생활이 시작되었다.
매일 아침 히말라야와 함께 눈을 뜨고
별들이 쏟아지는 하늘을 덮고 자는
그런 생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