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집밥 얘기 좀 해보려고요. 요새는 가공음식이 대세를 이루니 집 밥이 오히려 귀하다면서요? 집밥 중에서도 엄마가 해 주는 집밥이 가장 맛있고요. 그런데 혹시 아세요? 저도 집밥 먹어요. 그냥 집에서 먹는 밥이 아니라, 엄마가 직접 만들어주는 밥이에요. '화식'이라고도 표현하더군요. 개사료도 가공식품인 거 아시죠?
사실 우리 엄마는 비교적 게으른 편이에요. 딱히 운동도 열심히 안 하고, 요리도 그다지 자주 하지는 않더군요. 그런데 유독 저와 관련된 일에는 부지런을 떨어요. 산책도 하루 두 번 꼬박꼬박 하다가... 요즘은 하루 한 번으로 줄였어요. 엄마가 많이 피곤하대요.
엄마는 무엇보다 일주일에 두 번씩 '집밥'을 만들어요.
사실 제 밥은 다이어트 건강식이에요. 올봄에제가 관절 문제로 고생을 좀 했거든요. 잘 걸을 수 없어서 병원에 갔어요. 다행히 큰 문제는 없었지만, 의사는 우선 살부터 빼라고 했대요. 제가 그때 45kg 정도나갔거든요.
엄마는 일단 40kg 이하를 목표로 제 사료량을 조절했어요. 처음에는 약간의 사료와 양배추, 그리고 닭가슴살로 했어요. 하지만 제 살은 기대만큼 잘 빠지지 않았어요. 사료로 양을 줄이는 데는 한계가 있었거든요.
그러다가 엄마는 다른 개친구 엄마가 화식을 만들어 준다는 걸 알게 됐어요. '윈드'라는 친구인데요. 사실 저보다 몇 살 많은 레브라도 레트리버예요. 피부와 장 트러블 등 여러 가지 문제가 있었대요. 그런데 그 엄마가 화식을 해주면서 건강해졌다는 말을 우리 엄마가 듣고서는 저에게도 해먹이기 시작했어요. 그게 올봄부터였어요.
엄마가 만든 집밥에는 닭가슴살과 들깻가루, 당근, 호박, 양배추가 들어가요. 병아리콩과 완두콩은 삶은 다음 갈아서 넣고요. 얼마나 맛있는지 아세요? 가끔씩 엄마가 제 밥을 뺏어 먹을 정도로 맛있어요. 병아리콩의 고소함과 들깻가루의 은은한 향, 그리고 닭가슴살의 부드러운 풍미까지... 요즘에는 간혹 고구마와 참치, 황태포도 넣어줘요.
엄마가 집밥을 만들면서도 그게 얼마나 건강에 좋을지 잘 몰랐대요. 그런데 제 똥에서 구수한 냄새가 나는 걸 맡고 나서 그게 건강음식이란 걸 알았다네요. 우리 엄마는 산책하다가 제가 똥을 누면 꼭 똥냄새를 맡아보거든요. 좀 엽기 같지만, 사람이든 동물이든(사람도 동물이죠?) 똥 색깔과 모양이 건강의 척도라 그렇답니다.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제가 엄마가 해 준 이 음식을 먹은 뒤부터 거의 관절 문제를 일으키지 않았다는 거예요. 얼마 전엔 이웃집 할머니가 저를 보면서 날씬해졌다는 말도 하셨어요. 엄마 역시 제 바바리코트를 입히면서 "어라, 살이 빠졌네!"라고 하셨고요. 그 옷이 한동안 작아서 버클을 채울 수 없었거든요.
사실 엄마가 하는 집밥은 그렇게 과학적으로 계산해서 만든 것은 아니에요. 그러니까 개가 필요로 하는 영양소며 칼로리까지 계산한 것은 아니라는 뜻이에요. 그냥 건강에 좋다 싶은 것들을 모조리 때려 넣어 만드는 거죠.
가장 중요한 것은 제 입맛인데요. 엄마가 아무리 맛있게 만들어도 제가 잘 안 먹으면 도루묵이잖아요. 그런데 제 입맛에 잘 맞아요. 저는 매번 엄마가 만든 집밥을 다 먹고 나서 너무 아쉬워요. 더 먹었으면 좋겠어요. 뭐, 원래 우리 레트리버 종들이 식성이 좋아서 아무거나 잘 먹긴 해요. 그래도 엄마가 만든 집밥은 너무 맛있어요.
보이시죠? 엄마가 저 그릇에 반쯤을 채워줬는데, 다 먹고 그릇까지 싹싹 핥아먹는 거요. 어쨌거나 우리 엄마가 제 음식을 종종 먹고 또 음식을 너무 적게 주는 게 흠이긴 하지만, 좋은 엄마 같아요. 제가 복 받은 개 맞죠?
날씨가 많이 추워졌어요. 모두 건강한 집밥 드시고, 건강하시기 바랍니다. 혹시 집밥 드시고 싶으신 분은 우리 엄마한테 연락해 보세요. 엄마가 한 공기 정도는 나눠줄 수 있다고 했거든요. 아, 잠깐만요. 그럼 제 몫이 줄어드는 건가요? 그럼 안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