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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효덕 Feb 28. 2024

패션 유튜버가 세상에서 제일 미워




임신을 하고
가장 먼저 사야 하는 아이템은?




내 경우는 임부복이었다.



이미지 출처: freestocks



불어나는 배를 감당해줄 옷이 없었기 때문이다.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난 12주부터 기존의 옷을 입을 수가 없었다. 셋째라 배가 더 빨리 나온 탓도 있다. 임신을 세 번이나 겪고 있지만 임부복이 하나도 없었다. 내 계획은 딱 둘째까지였으니까. 옷장 속 임부복은 모두 아름답게 나눔한 상태였다.



평소 옷입기에 관심이 많은 나는 패션 유튜버들의 영상을 보는 걸 좋아한다. 마음에 드는 아이템이 있으면 따라 사기도 하고, 옷장 속에서 비슷한 옷을 찾아 그들과 비슷하게 입으며 의생활의 즐거움을 만끽하며 살고 있었다. 아이를 낳은 후에도 예쁜 옷을 입으며 나를 가꾸는 행위는 엄마로서의 자존을 높여주기도 했다. "정말 아이 둘 낳은 거 맞아?"라는 말을 들을 때마다 속으로 얼마나 흐뭇했는지는 비밀..



언제부터인가 패션 유튜버들의 화려한 룩북 영상을 보고 난 뒤 묘한 소외감이 들기 시작했다. 더이상 그들의 대화에 내가 끼지 못하는 느낌이랄까? 수많은 패션 유튜버들이 제시하는 스타일링 팁들은 더 이상 내가 소화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었다. 미니스커트를 입는다거나, 하이웨이스트 바지에 셔츠를 넣어서 입는다거나, 허리선을 강조하는 벨트를 멘다거나.. 하라면 할 수야 있겠지만 내가 원하는 내 모습은 아니었다.




이미지 출처: unsplash


임산부지만
예쁘게 입고 싶어


나와 같은 고민을 하는 사람이 비단 나 뿐만은 아닐 것이다. 인스타에서 '임부복'을 검색해서 핫한 임부복 쇼핑몰을 돌아봤다. 다른 쇼핑몰에선 내가 입을만한 옷을 찾는 것 자체가 힘들었는데 여기 있는 모델들은 다 배가 불러 있다. '내가 입을 옷이 있긴 하네' 안도감이 들면서도 한숨이 나온다. 내 마음에 드는 옷이 별로 없기도 하고, 퀄리티도 별로 좋아 보이지 않는다. 어쩌다 마음에 들면 비싸다.




임부복의 딜레마는 이렇다. 어차피 한 철 입는 옷이니 사람들은 굳이 큰 돈을 들이고 싶어 하지 않는다. 저렴하게 판매할 수 있는 옷이 주로 거래된다. 난 저렴한 옷 여러 벌 보단 좋은 옷 한 벌 사서 오래 입는 걸 좋아하는 편인데 사진 속 옷들의 퀄리티가 마음에 안 든다. 속상하다. 살 게 없다. 더 슬픈 건 당장 입을 게 없다는 사실.








그래도 바지가 터져 나가는 마당에 안 살 수는 없는 터. 세 번의 임신을 통해 내 나름의 임부복을 고르는 기준이 생겼다.



1. 임부복은 하의 위주로 살 것.


  상의는 평소에 루즈하게 입던 옷을 그대로 활용하는 걸 추천. 만삭이 다가워 배가 너무 커지면 그땐 남편 옷을 활용하면 좋다. 임산부의 체형 특성 상 상의를 루즈하게 입을 수밖에 없기 때문에 하의는 슬림한 핏으로 고르는 게 균형이 맞다. 슬림핏 바지나 일자 스커트가 유용했다.



2. 원피스는 랩원피스 형태가 유용.


  임신을 하지 않을 때에도 난 랩원피스를 즐겨 입었다. 몸에 딱 붙고 허리 선이 강조되기 때문에 임산부의 배만 부각되어 오히려 날씬해 보인다. 개인적으론 패턴이 있는 걸 추천한다. 소재가 조금 저렴해도 단색일 때보다 덜 티나기 때문이다.



3. 이너 원피스는 활용도가 높다.


  인스타에서 우연히 '임산부 이너 원피스 한 벌로 7일 돌려 입기'라는 릴스를 봤다. 나시 원피스 한 벌에 다양한 자켓과 가디건, 맨투맨을 매치해서 입는 영상이었다. 고무줄 밴딩 원피스인데 위에 자켓을 입으니 출근룩으로도 손색 없을 듯하다. 아이보리, 블랙 구매했더니 만족도 최상!



4. 출산 후에도 활용 가능한 아이템을 사자.


  둘째 출산 후 수많은 임부복을 처분하며 아깝단 생각을 했다. 임부복은 최소한으로 사고 출산 후에도 활용할 수 있는 아이템을 사길 추천한다. 난 어젯밤에 기장이 짧은 가디건을 샀다. 이외에도 목걸이나 귀고리, 헤어 악세서리 등 기분 전환을 해줄 수 있는 작은 아이템을 사는 것도 좋다.



  

입덧으로 쇼핑 할 의지마저 없었는데 오랜만에 크게 한 판 주문했더니 뇌에서 도파민이 마구 분비된다.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난다. 밥을 안 먹어도 배부른 느낌. 어쩐지 오늘은 육아도 수월한 느낌이다. 고심해서 고른 옷들이 얼른 도착했으면 좋겠다.








이제 나의 몸매를 그만 미워해야 겠다.

얼른 현실을 받아들이고

내 상황에서 할 수 있는 최선을 찾아야 겠다.

괜히 열심히 일하는 패션 유튜버들 미워하지 말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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