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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주영 Jul 30. 2020

그 여름 이후

장편소설 <숲의 아이들> 중에서

© 박주영



어느 여름밤에 나는 그들에게서 그 이야기를 들었다.


그로테스크한 동화 같거나 서정적인 미스터리 같거나 하드보일드한 러브스토리 같은…… 어떤 순간에는 서늘한 실화 같고 어떤 순간에는 뜨거운 허구 같은…… 목소리를 따라 빨려 들어갔다가 숨소리를 따라 빠져나오는…… 그 이야기를 듣는 동안 나의 자세는 아마도 내내 두시 방향으로 화자 가까이 기울어 있었다가 아주 잠깐 열한시 방향으로 펴졌을 것이다.


내내 삼인칭 시점으로 서술된 그 이야기가 바로 그들 자신의 이야기일지도 모른다는 것을, 아니 그들 자신의 이야기라는 것을 깨달은 것은 그해 여름이 끝나갈 무렵이었다.


나는 궁금해졌다. 그들의 진짜 이야기가, 아니 그들이 진짜 누구인지…… 아마도 우리가 되어 마땅했으나 될 수 없었던 그들…… 어쩌면 우리가 그러지 못했기에 그렇게 되고만 그들…… 그 여름 이후 무더운 여름밤이면 그들의 안부가 궁금해졌다.




장편소설 <숲의 아이들> 작가의 말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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