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퍼즐
그들이 예상했던 결말 중 하나였지만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현실과는 너무 다른 결말이었다. 한 사람만 죽음을 생각하는 결말은 정말 소설이어야 했다.
저는 남 작가에게 이 소설들을 보여 주고 싶었습니다. 당신이 사랑을 했다는 증거보다 더한 것이 여기 있다고, 스스로를 그렇게 궁지에 고립시킨 것도 외로움 때문 아니었을까요. 누군가 자기 마음과 진실을 알고 있다는 것 자체가 위안이 되지 않았을까요?
부끄럽지는 않을까요? 자만심 하나로 사는 사람이기도 했으니까요.
그럴 수도 있겠군요. 하지만 저는 남 작가가 또 착각하는 게 싫거든요. 상대방이 자신을 용서했다고 생각하고, 그래서 사랑이었다고 끝까지 믿게 되는 것. 그런 식으로 자기만의 소설을 쓰는 것 말이에요. 상상만으로도 끔찍합니다. 독자로서도, 형사로서도.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보여 주고 싶은 것만 보여 주는 연애는 어떤 소설과 닮았다. 불가해하고 복잡하고 나약한 연애. 상대방을 취약하게 만들고, 기꺼이 희생을 감수하는 연애. 소설가는 과거를 거듭 기억하는 사람일지도 모른다.
짐작하건대 이 소설의 마지막 퍼즐은 작가님이 쓰시겠죠.
우성이 말했다.
그럴 수도…
작가님 소설의 여정에 제가 약간이나마 참여할 수 있다면 행복하겠어요, 하고 미소 짓던 우성이 망설이다가 물었다.
그 소설에 혹시 제가 나올 수도 있나요?
허락해 주신다면…
감사하죠. 하지만 부탁이 있습니다. 저의 캐릭터를 조금 미화시켜 주시면 좋겠습니다.
지금도 충분히 멋지시지만 원하시면 더 그러려고 노력해 보겠습니다. 하지만 제가 할 수 있다고 장담 드릴 수는 없습니다.
하실 수 있습니다. 작가님!
우성은 파이팅을 외치고 사라졌다.
혼자 작업실에 남은 현정은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생각했다. 어떤 현실 앞에서 소설은 한없이 무력할 뿐이다. 소설은 죽은 자를 살려내고 입 없는 자에게 말을 줄 수 있을까. 사랑 때문에 죽은 자에게 삶을, 살기 위해 사랑을 사지로 내몬 자에게 죽음을 줄 수 있을까. 하지만 그런다고 뭐가 달라질까. 다, 결국은, 자기만족일 뿐이다. 그리고 어쩌면 또 한 사람은 만족시킬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 한 사람을 생각하며 현정은 소설의 첫 문장을 다시 쓰기 시작했다.
우성은 경찰서로 복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