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우동 판결을 통해 바라본 N번방 단상
조선시대 때 어우동이라는 여성이 있었습니다. 왕실의 종친인 이동이란 사람과 혼인했지만, 이때부터 그녀의 불행이 시작됩니다. 이동이 기생과 눈이 맞아, 오히려 어우동이 바람을 폈다는 핑계로 그녀를 쫓아내 버린 겁니다. 실제로 어우동이 먼저 바람을 핀 것인지 정확히 알 수는 없습니다. 오히려 당시 임금이었던 성종이 이혼을 하지 말라고 한 것을 보면, 사실이 아닐 가능성이 큽니다. 정말 어우동이 바람을 핀 것이 맞다면 아무리 왕이라도 그런 명을 내릴 수는 없죠. 하지만 이동은 왕의 명령을 따르지 않았고, 결국 버려집니다. 실의에 빠져있던 어우동은 당시로서는 대담한 생각을 품게 됩니다.
"남편도 기생이랑 놀아나며 바람을 폈는데, 나라고 그렇게 못할까."
그 후 그녀는 4년 동안 자유연애를 즐기며 무려 17명의 남자와 간통을 합니다. 조선의 유교사회에서는 상상도 못 할 섹스 스캔들이 발생한 겁니다. 병조판서, 대사헌같은 장관급 고위관리부터 양인, 천민을 가리지 않았습니다. 심지어 전남편 이동의 친척까지도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사건이 드러나자 조정은 발칵 뒤집어집니다. 의금부와 사헌부에서는 관련된 벼슬아치들까지 모조리 잡아들일 것을 간언하지만, 성종은 중인들만 하옥하라고 명령합니다. 하지만 구체적인 정황이 쏟아지며 사건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자 어쩔 수 없이 몇 명의 벼슬아치는 잡아들입니다. 그나마 혐의를 부인하니 그들도 바로 풀어줍니다. 심지어 자신의 잘못을 적극적으로 증언했던 남성들까지도 잠깐 유배형을 보냈다가 풀어줍니다. 그것은 양반이나 노비나 마찬가지였습니다. 특히 스캔들을 세상에 알리겠다고 어우동을 협박하며 강간했던 노비 지거비 또한 가벼운 처벌만 받고 풀려납니다.
어우동은 어떻게 되었을까요? 조정에서는 그녀에 대한 처벌 수위를 놓고 갑론을박이 벌어집니다. 한쪽은 법이 정한대로 유배 보낼 것을 주장합니다. 반대쪽은 유교적 질서를 무너뜨린 괘씸죄를 들어 사형에 처할 것을 주장합니다. 문제는 조선의 형법으로는 간통으로 사형에 처할 수는 없었습니다. 사형을 주장하는 이들은 급기야 중국의 법전까지 가져와서 "남편을 배반하고 도망하여 바로 개가한 죄"로 억지로 끼워 맞춰 사형시킬 '명분'을 기어이 찾아냅니다.
결국 어우동은 사형에 처해졌고, 이 사건의 결과 오로지 그녀 홀로 처벌을 받은 셈이 되었습니다.
N번방 사건 때문만은 아닙니다. 우리 사회는 그동안 숱하게 많은 성범죄나 스캔들이 터질 때마다 유독 남성에게는 관용을, 여성에게는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 왔음을 부정할 수 없습니다. 여성이 명백한 피해자인 것이 분명한 사건마저도, 그 여자가 그런 짓을 당할만한 행동을 했겠지 라며 책임을 여성에게 전가하고, 남자가 살다 보면 그런 실수도 하는 거지 라며 유독 남성에게 관대한 사람들을 너무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공정한 재판을 해야 하는 판사들마저 그런 인식을 갖고 판결을 내립니다.
어우동은 형법에 따라 처벌을 받고, 함께 간통한 남성들도 형법에 따라 처벌을 받아야만 했습니다. 하지만 사람들은 어우동에게만 일방적으로 돌을 던졌습니다. 다른 이유가 있을까요? 단지 유교적 가부장 사회에 속한 여성이었기 때문입니다. 어우동은 자신의 잘못 보다 훨씬 더 큰 처벌을, 남성들은 자신의 잘못 보다 훨씬 낮은 처벌을 받았습니다. 잘못에 대해 합당하게 죄를 묻지 않은 대가는 수백 년이 지나 지금 우리 사회에까지 영향을 주고 있습니다.
어떻게 해야 할까요? 잘못한 만큼 그대로 벌을 받게 하면 됩니다. 여성을 한낱 자신의 노리개로 삼아 잔인한 성폭력을 일삼은 사람들, 그것을 보고 즐기며 희롱했던 모든 사람들, 단순 맛보기 가입자이든 1번 방이든, 2번 방이든, 모두에게 잘못에 상응하는 마땅한 처벌을 받게 해야 합니다. 그리고 그런 범죄자들에게 한없이 관용적인 판결을 내리는 사법부를 비판해야 합니다. 반성문 몇 장 썼다고 과감하게 형을 디스카운트해주는 그런 판사들이 법정에 설자리가 없도록 끊임없이 목소리를 높여야 합니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제대로 된 사례를 만들어내지 못한다면 어우동에게 가해졌던 사법살인은 끊임없이 반복될 겁니다. 반드시 죽어야만 살인일까요. 평생 트라우마 속에서 죽느니 못한 고통 속에 살게 한다면 그게 살인이고, 사법부가 그것을 오히려 부추긴다면 그게 사법살인입니다.
어우동 때와 같은 판결이 다시는 나오지 않았으면 합니다. 잘못된 역사를 지금이라도 바로 잡지 않는다면, 똑같은 역사가 끊임없이 반복되는 벌을 받을 수밖에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