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4. 피곤(疲困)한 마음
한자, <마음>에 대하여
피곤하다.
요즘 회사의 새로운 재무 ERP 시스템을 세팅하는 프로젝트가 한창이라, 매일같이 야근 중이다. 10년 전 다녔던 회사는 이보다 훨씬 더 힘들게 야근을 했지만, 30대 시절 하는 야근과 40대에 하는 야근은 그 체감 정도가 확연히 다른 듯하다. 매일 밤 10시까지만 일해도 이렇게 피곤한데, 그때는 어떻게 매일같이 자정 넘어서까지 일을 했는지 모르겠다. 그 시절 일에 허덕이던 나를 뒤로 하고 늘 칼퇴근하시던 부장님이 야속했는데, 그 언저리쯤의 나이가 되고 보니 그 심정이 조금은 이해가 간다. 확실히 세월은 피해 갈 수 없구나.
요새 계속 집에 늦게 들어오다 보니, 저녁에 아들 얼굴을 볼 수 있는 시간이 많이 줄었다. 어제는 아들이 막 잠들려던 때 집에 도착해서, 그래도 머리 한번 쓰다듬어주고 잘 자라는 인사 정도는 건넬 수 있었다. 그러고 나서 씻고 침대에 드러눕는다. 피곤하다.
피곤(疲困)은 한자 '疲'(피곤할 피)와 '困'(곤할 곤)이 결합된 단어다. 疲는 '疒'(병들 녁)과 '皮'(가죽 피)가 합해졌다. 疒은 사람이 병들어서 침대에 누워있는 모습을 형상화했다. 계속해서 이어진 야근으로 인해 피부(皮)는 꺼칠꺼칠 해지고, 극도로 피곤해 침대에 누워있는 모습을 그려보자. 그것이 疲의 의미다. 그래서 피곤하다는 뜻을 가진다. 困은 '囗'(에운담 위) 안에 '木'(나무 목)가 들어가 있는 형태다. 담으로 둘러싸인 휑한 공간에 나무 한그루 홀로 덩그러니 있는 모양이다. 이 한자를 보고 있으면 왠지 모를 쓸쓸함, 난감함, 외로움, 고립감 따위의 감정이 느껴진다. 사람은 단순히 일을 많이 하거나 몸을 많이 쓸 때만 피곤함을 느끼지 않는다. 어딘가 고립되어 있다는 감정, 외롭다는 감정, 격리되었다는 감정을 느낄 때도 피곤함을 느낀다. 이렇게 보면 疲는 육체적인 피곤함, 困은 정신적인 피곤함에 좀 더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은 아닌가 싶다.
몸과 마음은 상호보완적이다. 아무리 몸이 피곤해도 마음이 즐겁다면 피곤을 느끼지 않을 수 있고, 정신적으로 힘들어도 운동을 하거나 부지런히 몸을 움직이면서 정신적 피로를 줄일 수 있다. 몸과 마음이 모두 힘든 상태가 되면 진정으로 피곤한 상태에 돌입한다. 스트레스가 극에 달해 만사가 귀찮고 몸도 안 좋아 침대 위에 누워만 있는 상태가 되면, 그야말로 疲困한 모습이다.
몸에 피로가 몰려오는 疲가 되면, 사람들을 만나든 혼자만의 취미 생활을 갖든 그래도 마음만은 늘 즐겁게 가져보도록 하자. 마음에 피로가 몰려오는 困이 되면, 침대에만 누워있지 말고 밖으로 나가서 달리기라도 해 보자. 돈도 좋고 명예도 좋지만 무조건 건강과 행복이 최우선이다. 몸도 마음도 늘 건강하길, 나와 당신의 행복을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