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 <마음>에 대하여
자신을 진정으로 사랑할 줄 알고, 당당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은 참 멋지다. 어떤 대단한 성취를 이뤄냈거나, 남들보다 우월한 결과를 만들어내야만 당당할 자격이 있는 것은 아니다. 자신이 처한 상황에 핑계를 대거나 남탓하지 않고 용기 있게 자신의 길을 걸어간 사람이라면, 결과에 상관없이 그 과정만으로도 당당한 사람이라 불릴 자격이 있다. 당당할 자격이 있는 사람이 당당한 모습을 볼 때면 정말 멋있다고 느껴진다.
'남 앞에서 내세울 만큼 떳떳한 모습이나 태도'를 뜻하는 '당당(堂堂)하다'란 단어는 한자 '堂'(집 당)에서 유래했다. 집을 뜻하는 한자가 어쩌다 당당하다는 뜻을 가지게 되었는지 그 구체적인 유래는 정확히 알기 어렵지만, 내 맘대로 해석을 해보자. 이 한자의 뜻이 집이라는 것을 연관 지어서, '집이 있어야 당당해진다는 건가? 예나 지금이나 내 집 마련의 꿈은 다를 바 없나 보군.'이라 넘겨짚어 생각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堂이라는 한자를 좀 더 자세히 뜯어다 보면, 그보다 좀 더 깊은 깨달음을 얻을 수 있다.
堂은 '土'(흙 토) 위에 '尙'(오히려 상)이 있는 형태의 한자다. 尙은 다시 '向'(향할 향) 위에 '八'(여덟 팔)이 놓인 모습인데, 向은 창문이 나 있는 집의 모양이다. 집을 뜻하는 向 위에 八이 놓였다는 것은 기와가 되었든 벽돌 지붕이 되었든, 집 위에 뭔가 더 얹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래서 尙은 '높이다', '올리다', '숭상하다' 등의 뜻도 함께 가지고 있는데, 어쨌든 尙은 그 자체로 집을 뜻한다고 보면 되겠다. 이렇게 보면 堂은 토대(土) 위에 지어진 집(尙)이라 해석할 수 있다. 그런데 이 한자의 어원을 보면 원래 그 뜻의 중심이 尙이 아니라 土에 있었다고 한다. 즉, 堂의 본래 의미는 '집(尙)을 짓기 위한 토대(土)'인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부러워할 만한 멋진 집을 빨리 짓고 싶다는 욕심이 너무 앞선 나머지, 집 짓는 토대를 튼튼히 하는 기초 작업을 제대로 하지 않으면 아무리 멋지고 좋은 집이라 한들 어느 순간 균열이 가고 무너지기 쉽다. 아름답고 튼튼한 집을 짓고 싶을수록 온 힘을 쏟아야 하는 것은 그 터를 제대로 파고 집의 토대를 단단히 하는 것이다. 그 집의 당당함은 멋지고 아름다운 외관에 있는 것이 아니라, 비바람이 몰아치고 지진이 나도 흔들리지 않는 견고함에서 온다. 오랜 시간이 흘러도 쉽사리 무너지지 않고 그 자리에 변함없이 꼿꼿이 서 있는 그 모습이야 말로, 진정한 당당함이다.
당당한 사람이 되고 싶다면, 그 진정한 당당함이 어디에서 오는 것인지 명확히 알아야 한다. 그것은 堂이라는 한자가 말해 주듯, 기초 토대 위에서 잘 쌓아 올린 집에서 온다. 아무런 기본이나 실력도 없이 사람들 앞에서 빨리 인정받고 자랑하고 싶다는 조급한 마음으로 아무렇게 쌓아 올린 집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기초부터 단단히 다진 뒤 조금씩 내 영역을 확장해 가며 튼튼하게 쌓아 올린 집에서 온다. 단단히 다진 土 위에 짓지 않은 尙은 조금만 비바람이 몰아쳐도 언제든 무너져 내릴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당당할 자격이 있는 사람이 당당한 모습은 참으로 멋지지만, 당당할 자격이 없는 사람이 당당한 모습은 오히려 안타깝다. 기초 작업은 등한시하고 외관을 멋지게 꾸미는데만 공들인 집은 오래가지 않아 폭삭 무너지기 마련이다. 土 위에 尙을 짓는 사람이 堂堂한 삶을 살아갈 수 있다. 꾸준히 기초 토대 위에 실력을 연마하고, 그 위에서 집이라는 자기 인생을 쌓아가는 사람이 비로소 진정으로 당당할 자격을 얻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