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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북이 Jun 13. 2020

이별을 맞이하는 태도에 관하여

MBC <시리즈M> '개人생활'을 보고

누구나 살면서 맞이하는 이별이라지만 '죽음'은 종종 외면당한다. 사랑하는 사람을 완전히 떠나보낸다는 건 마음 한편에 마주하기 두려운 일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죽음은 우리에게 마음의 준비를 할 시간을 주기도 한다. 많은 사람이 죽음을 앞둔 순간에 나이가 들고, 병을 얻는다.


그러면 우리는 사랑하는 사람의 늙음과 아픔을 잘 준비된 자세로 맞이하는가? 사실 지금 우리 옆에 있는 가족을 한없이 사랑할 거라 믿지만 늙고 병든 이를 떠나보내기까지 그 옆을 지키고 있는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쭈굴쭈굴해진 얼굴과, 알아듣기 힘든 말을 내뱉는 모습, 본인의 대소변을 가리지 못하는 상황에서 가족은 혼란에 빠지기 쉽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의 모습은 없고 병들고 약한 존재, 내 몸을 희생해서 돌보아야 할 존재만 남아있는 것이다.


영화 <아무르>에서 남편은 병든 아내를 돌봐야 할 대상이 아닌 여전히 사랑하는 사람으로 존중하게 된다.

영화 <아무르>에서는 병으로 몸과 정신이 약해져 가는 아내를 돌보는 노인을 통해 우리가 이러한 이별에 가져야 하는 태도를 보여준다. 딸은 집에서 엄마를 돌보는 아빠에게 엄마를 병원에 보내 어떻게든 더 살려야 한다고 요구한다. 하지만 아빠는 딸에게 엄마를 병원에 보내는 것 말고 엄마를 위해 어떤 일을 할 것인가 말해보라고 일침한다. 반면 남편은 아내의 생의 마지막을 외면하지 않는다. 약해진 모습을 인정하기 힘들어하는 아내를 받아들이고 자신이 사랑했던 아내를 계속 기억한다. 지금은 누워있는 아내지만 늙기 전, 병들기 전과 다르지 않게 그녀를 존중한다.


어떻게든 목숨을 부지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마지막 순간까지 사랑했던 존재로서 존중하는 것.
그것이 사랑하는 사람과의 이별을 맞이하는 좋은 태도이지 않을까.




그리고 다큐멘터리 <시리즈M>을 보며 이러한 생각을 반려동물에게 확장한다.


십 년 남짓의 생을 사는 동안  사람 곁에서 삶의 위안을 주는 존재 반려견.
이들에게 우리는 어떤 가족일까? 
<시리즈M – 개人(인)생활>에서는 가족이 된 반려견과  더불어 살아가는 사람들의 진심 어린 이야기를 담았다. 


<시리즈M>의 '개人생활'편 기획의도다. 기획의도에서 그치지 않고 다큐멘터리는 '가족' 반려견을 대하는 사람들의 태도를 보여준다. 


아픈 반려견을 돌보는 출연자

반려견은 바라만 보고 있어도 귀엽고, 예쁘고, 주인을 외롭지 않게 한다. 그러나 반려견은 그런 기능을 가져야 하는 존재는 아니다. 반려견을 키운다는 것은 가족이 된다는 것이다.



펫로스를 경험한 출연자


반려견도 병들고 늙는다. 그리고 우리 곁을 떠날 수 있다. 우리가 원하던 모습이 아니라고 해서 버리거나 막 대할 수 없다. 영화 <아무르>에서 늙고 아픈 아내를 떠나보내기 전까지 그가 아내를 존중했던 그 태도. 우리는 사랑하는 존재를 떠나보내기 전, "사랑했고, 사랑받았던 힘으로" 끝까지 존중하는 마음을 잃어서는 안 된다. 두 작품을 통해 이별 앞에서 우리는 무엇을 잊지 말아야 하는지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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