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P.Morgan Healthcare Conference에 관하여
미국 시간으로 오늘 (2019.1.7~10)부터 샌프란시스코에서 J.P. Morgan Healthcare Conference (약자로 JPMHC)가 개막한다. 전기 전자 업계의 CES (Consumer Electronics Show)와 비견될 만한 헬스케어 산업에서 가장 중요한 행사 중 하나로, 전 세계의 biotech 업계의 이목이 집중되는 시간이 된다. 올해가 37번째 개최이며, 장소는 SF에 위치한 Westin St.Francis Hotel이다.
첫 시작은 1983년, 작은 미국의 투자은행이었던 Hambrecht & Quist (H&Q)의 주최로 열렸으며, 1회 행사는 참가 기업이 5개였고 몇 종류의 진단 키트와 유전자 재조합 인슐린 치료제 한 개가 소개된 반나절짜리 행사였다. 이후 H&Q 는 1999년 Chase Manhattan에 매각되어 Chase H&Q Healthcare Conference로 불리다가, 2000년 Chase와 J.P.Morgan의 합병 이후 현재와 같이 "The Annual J.P.Morgan Healthcare Conference"로 불리게 되었다. 콘퍼런스의 규모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엄청나게 증가하여 전 세계에서 450개 이상의 기업이 참여하며 총 9000명 이상의 참가자를 예상하고 있다. (참고로 CES 2019의 경우 참가자는 18만 명(!) 이상, 참여기업은 4400개 이상(!)을 예상하고 있다. 장소 또한 Las Vegas 컨벤션 센터로, 웨스틴 호텔과 비교하면 사실상의 시장바닥...)
국내에 JPMHC 가 본격적으로 알려지기 시작한 계기는 아무래도 한미약품이 대규모의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한 이후일 것이다. JPMHC의 참여 인원이나 숫자가 CES에 비하여 극히 적은 이유는 참가 자체가 모두 JPM의 invitation only로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에다. 국내 기업 중 JPMHC에 초기부터 참여한 회사 중 하나인 한미약품이 2015년 총 4개의 메가톤급 기술이전 계약을 따내게 되면서 국내 바이오 투자자와 기업들은 JPMHC를 매우 중요한 행사로 인식하기 시작하였으며, 최근 몇 년간은 행사에 초청을 받았다는 보도자료만으로 주가가 치솟는 현상 또한 보이기도 하였다.
올 해엔 어느 해 보다도 많은 국내 기업이 JPM의 초청을 받은 모양이다. 사실 초청 기업 listing 은 JPM 이 직접 언급하지 않으며, 행사에서 발표하는 프로그램 이외의 전체 참가 기업 명단은 어디에도 나와있지 않다. 다만 초청을 받은 기업들 입장에서는 아무나 갈 수 없는 곳에 초청을 받은 것이므로 대부분 보도자료 등을 통해 공지하게 되어 거의 대부분은 파악할 수 있다. 이때 중요한 것이, 초청을 받았다고 할 지라도 그 초청에는 등급이 있다는 사실이다. 모든 학회나 콘퍼런스가 그렇듯 가장 크고 넓은 grand ballroom에서 발표하는 main stage와, 그보다 조금씩 작은 stage B, C 등등이 있고, 주요 행사장과 조금 떨어진 곳에서 발표하는 약간은 조용하고 서러운 곳, 그리고 발표 기회가 주어지지 않고 미팅 자리만 마련해준 곳, 마지막으로 참가신청이 통과하여 특별히 준비된 미팅이나 발표 없이 참가하는 곳 등등이다.
올해 삼성 바이오로직스는 3년 연속으로 메인트랙에 초청받았으며, grand ballroom에서 황금시간대에 발표를 하게 되었다. 또한 셀트리온은 처음으로 메인트랙, 즉 두 번째로 큰 Colonial Room에서 발표를 예정하고 있어, 두 회사의 국제적인 위상을 간접적으로나마 알게 해 준다. 메인트랙은 아니지만 현재 Emerging market에서 가장 뜨거운 회사들이 32층의 두 개의 방에서 발표하게 되는데, 국내 회사로는 코오롱 티슈진, LG화학, 메디톡스, Viromed, 한미약품 등 5개 회사이다. 그 이외에, 주최 측에서 호텔의 방을 한 개씩 배정하여 IR 및 Hosting을 할 수 있도록 초청하는 기업들이 있는데, 총 6개의 국내 바이오텍 벤처가 이 섹션에 초청을 받아 방(?)을 얻어서 들어가게 되며, 기타 많은 기업들이 그러한 경우가 아니더라도 부스를 만들고 미팅을 위해 JPMHC를 찾게 된다.
반드시 초청을 받아야 참가할 수 있고, 일반 참가자는 받아주지 않는 폐쇄성에도 불구하고 1년을 통틀어 바이오텍 업계에서 가장 중요한 행사 중 하나로 인정받는 이유는, 아무래도 행사에 모인 사람들의 면면이 바이오텍의 세계에서 가장 돈 많은 사람들이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행사 주최가 학회나 국가단체가 아닌 다국적 금융회사인 것에서 말해주듯이, 헬스케어를 통해 돈을 벌기 위해 회사들이 IR을 준비하고, 투자자들은 돈을 준비하여 모이는 행사이며 (물론 미국에서 가장 유명한 병원들이 나와서 발표하는 Non-for-profit track 도 반나절 준비되어 있기는 하다), 실제로 이 곳에서 오고 가는 미팅과 네트워킹 이야기들이 발전하여 결국 큰 licensing deal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나라의 의료인의 한 명으로써 대한민국 바이오 업계가 힘든 가운데에도 맹활약하는 것을 보며 괜스레 많이 뿌듯한 느낌이 든다. 올해 참가하는 많은 국내 업체들의 건승을 빌며, 좋은 뉴스들이 이어지길 희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