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론 경쟁이 수행보다 많은 걸 가르친다

도시 청년들과 스님들의 족구 한 판에서 얻은 깨달음

by 마음키퍼

웃음을 머금은 이야기 하나가 있다.

수행을 위해 떠난 어느 날,

산중 사찰에서 족구 한 판이 벌어졌다고 했다.

도시의 젊은 청년들과 스님들 사이에서.

경쟁은 잠시였고,

배움은 오래 남았다.




일상의 소음을 내려두고

몸과 마음을 쉬게 해 보자며 떠난 여행이었다.

군대를 갓 제대한 다부진 체격의 청년과

그와 뜻을 함께한 또래들이

산속 깊은 사찰을 찾게 된 건,

그저 우연처럼 보였지만 어쩌면 꼭 그때여야만 했는지도 모른다.


사찰은 조용했고,

계곡을 따라 흐르는 바람은

묵은 생각들을 조금씩 밀어내는 듯했다.

그렇게 한참을 둘러보다가

사찰 한쪽에서 몸을 푸는 스님들을 마주하게 되었다.


호기심 많던 젊은 청년들은

스님들께 족구시합을 요청했다.

흔쾌히 응한 스님들.

산중 수행으로 단련된 자신감이 느껴졌다.

그 순간은, 수행보다 경쟁이 앞서는 순간이었다.

하지만 누구도 그걸 거부하지 않았다.

수행자라 해도 마음 어딘가엔

뛰고 싶은 본능이 있고,

웃고 싶은 젊음이 있으니까.


하지만 막상 경기가 시작되자

상황은 전혀 달랐다.

도시에서 온 청년들의 움직임은

생각보다 날렵했고

특히 군복무를 갓 마친 청년의 스핀공은

사찰의 공기마저 갈라놓을 만큼 강력했다.

기세 좋게 이어진 3:0 완승.


“스님, 그것밖에 못해요?”


참다못한 고참 스님의 목소리에는 승부욕이 붙었고,

한 판 더 했지만, 결과는 또 패배,


경기는 끝났지만,

진 건 숫자에 불과한 것뿐이었다.


그날의 족구에서

누가 이겼느냐보다 더 인상 깊었던 건

지고도 웃는 스님들의 얼굴이었다.

그리고 이기고도 웃긴 도시 청년들의 웃음이었다.


서로 다른 길을 걷고 있지만,

경쟁은 그들에게

수행보다 더 직접적인 가르침이 되었다.

진심을 다해 뛰는 마음,

지면서도 다투지 않고,

이기면서도 거만하지 않는 것.

그게 마음을 다스리는 연습이 아닐까.


에필로그

때론 경쟁이 수행보다 많은 걸 가르친다.

그리고 그 배움은

함께 웃는 얼굴에서 시작된다.


우리는 흔히 ‘수행’하면 조용하고 고요한 모습을 떠올린다.

하지만 삶 속 진짜 수행은

경쟁 속에서도 평화를 지킬 수 있는 마음,

지고도 웃을 수 있는 용기,

이기고도 겸손할 수 있는 태도에서 빛난다.


그날 산사에서 벌어진 족구 한 판은

그 무엇보다 진실한 수행의 모습이었다.

단순한 승부가 아니라

서로의 온기를 느끼는 작은 기적 같은 순간이었다.




20231016_120355.jpg 내소사의 돌담
20231016_120914.jpg 내소사 내 풍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