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스쿨, 최소 자존심 보장의 안전판
정년 없는 자격증은 덤
주변에서 이직 또는 진로를 고민하는 분들을 만나면 주저 없이 로스쿨 진학을 권유한다. 특히 상대가 미혼 여성이면 더욱 그렇다. 해방 이래 지금처럼 변호사가 되기 쉬운 시대가 없었다. 매년 2,000명씩 신입생을 선발하고, 3년을 거쳐 합격률 50%에 육박하는 시험만 통과하면 평생 생계유지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되는 변호사가 될 수 있다. 300만 원짜리 변호사다, 변호사 수가 너무 많아 월평균 수임건수가 2건에도 못 미친다는 기존 변호사들의 자조적인 목소리가 점점 커지지만 그건 일반 직장생활을 해보지 못한대서 나온 투정이나 지독한 이기심에서 나오는 목소리라 국민들의 지지를 받지 못하고 있다.
4년제 대학을 학점 3.5 이상으로 졸업하고, 토익점수가 800점 이상이면서 법학적성검사에서 상위 3-40% 정도를 통과할 수 있는 수준이라면 누구나 로스쿨에 입학할 수 있고, 비록 법률 공부가 어렵다고는 하나 의대 공부나 박사 공부에 비하면 로스쿨에 입학할 정도의 능력을 갖춘 사람이 견디지 못할 것도 없다. 누적되는 불합격자수의 증가로 합격률이 점차 낮아진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이 정도 혜택이 큰 안전판 중에 전체 합격률이 50%인 시험을 찾기는 어렵다. 자격증만 따면 일단 공무원, 공공기관, 최저 4-500만 원이 보장되는 직장에 취직이 가능하고, 출산이나 기타 다른 업무를 하다가 다시 돌아와도 언제든지 취직이 쉽고, 저렴한 비용으로 개업도 가능하다.
수임료가 과거에 비해 낮아져 2-300만 원부터 시작된다고는 하나 여전히 국선변호나 각종 회의, 자문을 통해 일반 직장인에 비해 많은 수입이 가능하고, 다양한 겸직도 가능하다. 그리고 아직까지는 변호사를 막 대하는 사람을 만나기는 어려울 정도로 최소한의 자존심을 지킬 수 있다. 직장생활을 하면 상하관계가 명확하고 원하지 않거나 불합리한 지시나 명령에 따라야 하는 경우가 있겠지만 변호사는 좀 다르다. 오로지 의뢰인만 생각하면서 일하면 되기 때문에 간혹 살인자나 강간범 등을 맡아야 하는 국선변호만 빼면 양심에 꺼리거나 마음에 들지 않는 일을 할 기회조차 없다. 등록금이 비싸다고는 하나 졸업 후 얻게 될 이익을 생각하면 결코 감당 못할 수준은 아니기 때문에 예전에 고용했던 직원도 잘 설득해서 로스쿨에 보낸 적이 있고, 지금도 여전히 로스쿨 예찬론자다. 자신의 능력껏 일하고, 삶의 자유를 만끽하고 싶은 사람은 지금도 늦지 않았으니 50세가 되기 전에 도전해 볼 수 있다.
그렇지만 드라마나 영화에 나오는 변호사를 보고 이 길에 들어 서면 분명히 큰 실망이 기다리고 있을 테니 꼭 자신에게 맞는 옷인지는 확인하고 시도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