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 후 로스쿨, 로스쿨 후 입사
로스쿨이 생기면서 나처럼 공무원을 하다가 변호사가 된 사람이 적진 않을 것 같다. 하지만 숫자로 따지면 변호사가 된 후 공무원을 하는 사람이 훨씬 더 많을 것 같다. 어느 것이 좋은지는 자신이 어떻게 경력 관리를 하는가에 달려있겠지만 내 경험에 비춰보면 역시 공무원으로 실무를 경험하고 로스쿨에 가서 변호사가 되면 보통 시험공부만 하다 변호사가 된 사람들과 굉장히 차별화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거꾸로 변호사가 된 후 정부부처나 지방자치단체 혹은 공공기관에 취직할 경우 배당된 업무가 실무자로서 해당 기관에서 하는 일이 아니라 변호사로서 할 수 있는 주기 때문에 전체적인 기관 업무를 파악하기 어렵거나 수박 겉핧기식으로 조금씩 맛보기처럼 일을 알게 되어 실제로 그만두고 나와서 큰 도움이 되지 않을 수 있다. 그리고 공무원을 그만두고 나와서 다시 변호사를 할 때 실무를 알지 못하고 규제개혁법무담당관실이나 일부 유권해석 부서 등에만 근무한 경험으로는 영업에도 큰 도움이 되지 못할 것이다.
내 경험을 보면 실무자로 있으면서 다른 공무원들과 같은 업무로 함께 근무했던 경험을 토대로 그들과 유대관계도 쌓았던 것이 실제 업무 지식보다 가장 큰 자산이었다. 동료였다는 끈끈함이 상호 간에 말이 필요 없는 신뢰를 주고, 개인적인 친분으로 조언 등이 가능한 것은 다른 어떤 것과도 바꿀 수 없는 큰 자산이다.
공무원 6급 3호봉 야근수당 없이 10년 전 월급은 실수령액이 거의 200-230 만원 사이었던 기억이 난다. 보너스가 있는 달에는 조금 더 많았지만 250만 원을 넘지 않았었다. 20일을 계산하면 거의 1일 10만 원 정도다. 9시부터 출근해서 6시까지 꼬박 근무하면서 받은 금액으로 적은 금액이 아닐 수도 있지만 지금의 변호사 수입과 비교하면 비교할 수도 없다. 변호사 10년 차로 전문 분야에 경쟁자가 거의 없을 정도로 토대를 닦아온 결과 시간당 비용을 받고 있는 상황을 고려하면 과거 1개월치 월급을 몇 시간 혹은 하나의 사건 수임으로도 벌 수도 있다. 물론 일이 많지 않아, 한 달 내내 지속적으로 일한 적은 한 번도 없고, 지방 재판이 많아 3분의 변론을 위해 왕복 7-8시간을 소비하는 것도 일반적이라 실제 왕복 시간은 비용처리가 불가능한 현실이 있다.
하지만 돈보다 더 중요한 건 여러 가지가 있지만 그중 가장 큰 것이 바로바로 자유, 그중에도 시간과 육체의 자유다. 사건이 많은 경우에는 새벽에 출근해서 재판과 회의, 서면 준비로 정신없지만 이런 날은 한 달중 불과 며칠이고, 대부분은 반바지 차림의 출근과 글쓰기, 독서, 클래식 기타, 운동 등을 병행하면서 4남매 육아를 위해 오후 시간을 통으로 사용할 정도로 여유롭다. 특히 최근 코로나로 인해 아이들이 모두 집에 있는 상황이라 재판이나 아주 중요한 회의나 급한 서면이 없으면 무조건 오후는 육아를 위해 일찍 퇴근하는 편이다.
그리고 지금도 민간자격증을 8개나 운영하는 개인사업도 하고, 라이브 커머스 방송 쇼핑호스트, 각종 신문에 칼럼 쓰기 등 다양한 시도를 할 수 있는 자유도 중요하다. 그 외에 공무원의 경우 3급 국장급은 되어야 자신의 방이 주어지는데, 3급은 사실 일반 공무원이 퇴직 때 보상차원에서 한 직급씩 올려주는 경우를 제외하면 사기업의 별인 임원과 같은 것이라 결론적으로 공무원이 퇴직 때까지 자기만의 공간인 방을 갖는 것은 거의 어렵다. 개인사업자도 무조건 자기 방을 갖는 것은 아니고 요즘 변호사 업계도 점차 개방형 구조로 바뀌고 있어 방이 없어지는 추세 혹은 방이 작아지는 추세 기는 하나 어쨌든 나만의 공간이 생긴다는 것은 웬만한 혜택과도 비교할 수 없다.
나는 내 공간인 사무실에서 많은 것을 하고 있다. 이젤, 퍼터 연습기, 스크린골프 세트, 어프로치 세트, 로잉 머신, 클래식 기타, 게임용 PC와 사무용 PC 등 다양한 놀이기구와 심지어 낮잠을 위한 매트리스와 침낭도 하나하나 장만해왔다. 다시 월급 받는 일을 할 거냐고 물어보면 돈보다 이런 자유 때문에 거절할 수밖에 없다.
이렇게 장밋빛 꿈과 희망만 얘기한다고 무조건 변호사가 좋은 것은 아니다. 이번 달에 얼마나 벌지 임대료와 직원 월급과 각종 공과금 등 비용 문제는 개업이래 10년간 지속되고 있다. 내일 아니 오늘 어떤 사건을 수임할지 수입이 얼마가 될지 전혀 알 수 없는 안갯속을 걷는 현실을 생각하면 공무원의 안정적인 지위와 보수는 굉장히 매력적이기도 하다. 그리고 나의 선택과 판단으로 모든 것이 판가름 나고 의뢰인의 인생이 달린 수십 개의 사건을 계속 머릿속에 넣고 다니는 스트레스는 경험하지 않은 사람들은 상상할 수도 없다. 꿈에서도 사건이 나오고 문득문득 무의식 중에도 사건 해결을 위한 아이디어를 떠올리게 되는 상황을 받아들여야 한다. 그리고 패소 시 몰려오는 책임감과 죄책감 그리고 비난도 감수해야 한다.
공무원이냐 변호사냐는 너무 뻔한 결론이지만 결과적으로 자신의 성격과 환경을 고려해서 어느 것이 좋을지 판단해야 하는 순전히 자기 자신에게 달려있다. 그래도 지금은 로스쿨이 생겨서 선택의 자유가 있다는 점은 너무 행복한 고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