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급사실주의가 태동한 소설집
동아일보 기자를 11년 한 후 작가의 길을 걷고 있는 장강명 소설가는 여러 모로 우리 문단에서 희소성 있는 작가이다. 그의 소설은 한마디로 르포형 소설에 가까운데 마치 기자가 어떤 사건을 집중적으로 취재해서 파악한 기사처럼 느껴지듯이 구체적이고 리얼하다. 물론 르포만으로 문학이 되는 것은 아니기에 당연히 캐릭터를 만들고 플롯을 구성하고 사건을 묘사하는 작가로서의 그의 능력 또한 인정받아 마땅하다.
〈산 자들〉이라는 작품집에서는 다양한 일터의 이야기, 먹고 사는 사연들이 다뤄진다. 총 3부로 구성되어 있는데 1부는 자르기라는 제목으로 〈알바생 자르기〉, 〈대기발령〉, 〈공장 밖에서〉의 세 작품이 묶여 있다. 〈알바생 자르기〉는 비정규직 알바생으로 일하는 한 여성을 두고 벌어지는 에피소드를 흥미롭게 다루는데 기존 직원들의 시각으로 보면 어처구니 없고 얄밉기까지 한 알바생이 결국 그렇게 행동할 수 밖에 없는 이유가 결말부에 제시되어 독자들을 공감시키는 작품이다. 대기 발령은 팀이 없어져서 대기발령이라는 위기에 처한 옛 동료들의 이야기를 통해 비인간적인 조직의 횡포와 그 속에서 살아남으려고 발버둥 치는 인물을 실감나게 그렸다.
2부 싸우기는 다양한 직업군의 애환을 드러내준다. 〈현수동 빵집 삼국지〉는 한 동네에 있는 세 빵집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소상공인들의 애환과 아픔을 잘 보여주었고 〈카메라 테스트〉는 아나운서 지망생들이 소수의 자리를 놓고 치열하게 경쟁하는 모습을 통해 선망하는 직업군에 도전하는 사람들의 현실을 리얼하게 그려내었다. 〈대외활동의 신〉에서는 취업을 준비하는 대학생들의 분투기가 사실적으로 그려져서 젊은 세대의 '노오력'과 고민을 잘 느끼게 해준다.
3부 버티기는 〈모두, 친절하다〉에서 배송 노동자들의 애환을 그리기고 하고 〈음악의 가격〉에서는 음악 노동자들의 권리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게 한다. 〈새들은 나는 게 재미있을까?〉는 한 고등학교의 급식비리 사건을 소재로 이에 맞서는 고등학생들이 겪는 일들을 다룬다. 고질적이고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데에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때론 문제를 제기한 사람들이 피해를 보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벌어지기도 한다. 이 작품은 이런 모순과 아이러니를 잘 보여주고 있다.
장강명의 소설집 〈산 자들〉은 다양한 일터(때론 학교)에서 일어나는 분투기들을 잘 보여주는 작품이다. 2023년에 그가 제안하여 만들어진 월급사실주의 동인의 바탕은 이러한 장강명 자신의 소설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