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라떼 Jul 31. 2024

보고 싶은 것만 보는 세상에 대한  SF 풍자

장강명 STS SF 소설 <당신이 보고 싶어하는 세상>

이 책은 STS SF 소설집이다. STS는 Science Technology Society (과학 기술 사회)의 약자로 과학기술의 발전이 어떻게 사회를 변화시키는가에 대한 탐구를 내용으로 하는 영역이다. 장강명은 작가의 말에서 '과학기술은 이제 여러 영역에서 실존적 위기를 일으키고 있고, 나는 문학이 여기에 대응해야 하며, 대응할 수 있다고 믿는다.'라고 하며 문학이 과학기술로 변화하는 사회에 관심을 가지고 혜안을 제시해야 한다는 소신을 밝히고 있다. 장강명의 말에 의하면 우리는 기술로 인해 '변질'되며 그 변질을 포착하는 것이 STS SF소설의 목표이다. 


이 책의 표제작인 〈당신이 보고 싶어하는 세상〉은 원하는 것을 보여주는 가상 증강현실 장치 '옵터'와 이것을 이용하여 보고 싶어하는 세상을 보며 살아가는 세계의 이야기 이다. 물감이나 그림에 쓰는 말인 채도가 여기에 쓰이는데, 높은 채도는 행복하고 밝은 세상, 낮은 채도는 우울한 세상을 보여준다.  


주인공은 아동보호국 소속 공무원이고 과도한 증강현실에 노출된 15세 이하의 아동들을 구하는 역할을 하게 되는데 그 아동의 가족들이 타고 있는 배의 설정이 독특하다. 대선에서 싫어하는 사람이 당선되자 이에 실망한 사람들이 큰 크루즈 배를 빌려타고 자신들이 좋아하는 사람이 대통령이 된 증강현실속에서 여행을 한다는 설정인데, 우리 나라의 정치사회 현실을 풍자한 것으로 느껴진다.  


유튜브, 인터넷 뉴스 등 요즘 우리 사회는 원한다면 자신이 보고 싶은 것만 볼 수 있는 시대이다. 진영 논리에 매몰되어 보고 싶은 뉴스만 보고 듣고 싶은 말만 듣는 것은 확증편향의 오류를 심각하게 일으킬 수 있다. 나와 생각이 다른 사람들의 의견도 들어보고 객관적으로 판단하려는 노력이 없다면 사회는 이 소설속 증강현실 왕국처럼 현실을 외면하고 자기만의 세계에 함몰되는 사람들로 넘쳐 날 것이다.  


작품 속에 이런 말이 나온다. '대선 결과가 농담 같았고, 그냥 그걸 농담으로 즐겨보기로 했습니다.' 풍자와 농담까지는 괜찮다. 그러나 작품속 증강현실 크루즈 여행을 하는 사람 중 일부들처럼 부정 선거, 개표 조작 같은 음모론을 제기하는 것은 심각하다. 지금 우리 사회 현실에서도 그런 음모론을 진지하게 믿고 투쟁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들이야 말로 진정 이 소설 속에 등장하는, 자신이 믿고 싶은 것만 믿는 증강현실 중독자 같은 사람들이 아닐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