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철안에서 공부하는 분이라면
전철로 종점에서 종점까지 출퇴근하는 것은 힘들고 지치지만 유일한 장점이 있다면 대부분의 경우 앉아 갈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오늘 아침의 경우처럼 전철을 놓치면 내가 타는 역 전전역에서 출발하는 이미 승객들로 꽉 찬 전철을 타게되어 서서 가야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놓친 전철을 아쉬워하며 서서 가는데 갈아타는 역에서 자리에 앉아있던 한 분이 일어나 내려서 잽싸게 앉으려고 몸을 움직이는 사이에 옆에 있던 젊은 여자분이 더 빠른 동작으로 앉았다. 다리가 아파오기 시작해서 앉고 싶었던 나는 기분이 유쾌하지는 않았다. 그런데 재빠르게 앉은 그 여자분은 가방에서 깨알같은 글씨가 빼곡히 적힌 종이들을 꺼내더니 공부를 하기 시작했다. 아마 무슨 시험 준비를 하기 위해 정리해놓은 자료 같았다. 작은 글씨로 촘촘히 쓴 그 자료를 내려다보며 예전의 내 생각이 났다.
갑자기 울컥하는 마음이 올라왔다.(이해하시라 아재라 그렇다) 우리는 다 안다 그 깨알같은 글씨가 뭘 의미하는지. 간절함, 최선을 다하자, 짧은 시간도 놓칠 수 없다. 우리도 그런 시절이 있었다. 영어 단어장 손에들고 버스 안에서 서서 공부하던 시절이, 준비하는 시험 공부하느라 전철안에서 책 펴놓고 공부하던 시절이. 최선을 다 하는 것만이 내가 할 수 있는 일의 전부라고 생각했던 시절이.
눈물이 났다. 누가볼까 급히 손등으로 눈물을 닦았다. 공부하던 젊은 여자분은 그 새 피곤한지 꾸벅꾸벅 졸고 있었다. 아마 전날에도 잠과 씨름하며 늦은 밤까지 공부했을 것이다.
먼저 내리면서 내 마음 속으로 그 여자분에게 힘내라고, 응원했다. 힘내세요, 잘 될거에요.
젊은 시절의 나에게도 한마디 해주고 싶다. 애 많이 썼어. 뜻대로 다 되지는 않는 게 삶이잖아. 그래도 최선은 다 했잖아. 그러면 돤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