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라떼 Aug 28. 2024

자리 뺏겨도 좋아

전철안에서 공부하는 분이라면

전철로 종점에서 종점까지 출퇴근하는 것은 힘들고 지치지만 유일한 장점이 있다면 대부분의 경우 앉아 갈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오늘  아침의 경우처럼 전철을 놓치면 내가 타는 역 전전역에서 출발하는 이미 승객들로 꽉 찬 전철을 타게되어 서서 가야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놓친 전철을 아쉬워하며 서서 가는데 갈아타는 역에서 자리에 앉아있던 한 분이 일어나 내려서 잽싸게 앉으려고 몸을 움직이는 사이에 옆에 있던 젊은 여자분이 더 빠른 동작으로 앉았다. 다리가 아파오기 시작해서 앉고 싶었던 나는 기분이 유쾌하지는 않았다. 그런데 재빠르게 앉은 그 여자분은 가방에서 깨알같은 글씨가 빼곡히 적힌 종이들을 꺼내더니 공부를 하기 시작했다. 아마 무슨 시험 준비를 하기 위해 정리해놓은 자료 같았다. 작은 글씨로 촘촘히 쓴 그 자료를 내려다보며 예전의 내 생각이 났다.


갑자기 울컥하는 마음이 올라왔다.(이해하시라 아재라 그렇다) 우리는 다 안다 그 깨알같은 글씨가 뭘 의미하는지. 간절함, 최선을 다하자, 짧은 시간도 놓칠 수 없다. 우리도 그런 시절이 있었다. 영어 단어장 손에들고 버스 안에서 서서 공부하던 시절이, 준비하는 시험 공부하느라 전철안에서 책 펴놓고 공부하던 시절이. 최선을 다 하는 것만이 내가 할 수 있는 일의 전부라고 생각했던 시절이.


 눈물이 났다. 누가볼까 급히 손등으로 눈물을 닦았다. 공부하던 젊은 여자분은 그 새 피곤한지 꾸벅꾸벅 졸고 있었다. 아마 전날에도 잠과 씨름하며 늦은 밤까지 공부했을 것이다.


먼저 내리면서 내 마음 속으로 그 여자분에게 힘내라고, 응원했다. 힘내세요, 잘 될거에요.


젊은 시절의 나에게도 한마디 해주고 싶다. 애 많이 썼어. 뜻대로 다 되지는 않는 게 삶이잖아. 그래도 최선은 다 했잖아. 그러면 돤거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