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학년이 되었다. 이제 혼자서 밥을 먹기도 한다. 물론 넌 빨리 스마트폰 게임을 하고 싶은 마음에 적게 먹거나, 지루한 식사 과정이 빨리 끝나길 고대한다. 먹여주면 마음에 들 정도로 넉넉하게 식사를 하지만, 직접 먹으면 절반 정도만 식사한다. 그래도 최근엔 어지간히 급한 상황이 아니면 네가 먹도록 한다.
새로운 담임이 배정되고 너에 대한 선생님의 평가는 글씨 쓰는게 느리니 연필 교정 장치를 껴보는 것이 어떻냐고 권하셨다. 다른 애들보다 체력이 약하다라는 말도 있었다. 딱히 운동을 좋아하는 것도 아니고 마를대로 마른 네 몸에 체력이 있을리가 만무하다. 물론 태권도, 축구 등 운동 학원을 권해보지만 넌 딱히 관심을 가지는 것이 없다. 억지로 시키고 싶은 마음은 없다. 네가 뭔가 재미있어하면 좋겠는데 그게 무엇인지 잘 모르겠다.
넌 엄마에게 게으름을 받았다면, 아빠에겐 완벽주의를 받았다. 시험지의 틀린 문제를 보여주거나, 학교에서 벌어진 안좋은 일을 말하는 걸 싫어한다. 아마도 넌 그것이 흠이라고 생각하나보다. 오늘 숙제는 학교에서 시험친 수학 시험지의 틀린 문제를 집에서 다시 풀어보는 것이었다. 시작도 하기 전에 네 표정은 하기 싫다를 격정적으로 말하고 있었다. 그리곤 틀린 문제를 쳐다보는 것 자체를 혐오하는 널 보고 말했다.
"아들, 아빠도 그랬는데 우린 배우는게 좀 느려. 근데 그게 모르는 건 아니야. 충분한 시간이 있으면 오히려 다른 사람보다 더 잘할 수 있어. 그런데 사람들은 그걸 모르고 오해하는거야. 아빠는 나이가 많이 들어서야 그걸 알게 되었어. 그러니 우리 아들도 사실은 좀 느릴 뿐이지 엄청 똑똑해~"
넌 금새 눈에서 눈물을 흘리고 만다. 네 마음의 짐이었으리라. 안타까움에 널 안아주었다. 틀린 문제가 너무 많아 숙제는 다 못했다. 숫자를 한글로 표현하는 것을 버거워해서 알려주었는데 다 이해한 것 같지는 않다. 쉽게 볼 수 있도록 숫자읽기표를 주문하고 지금 이렇게 글을 쓴다.
내가 초등학생일때도 그러했다. 늘 남들보다 행동과 학습이 늦었다. 그러다 고학년이 되면서 수업시간엔 좀 더 집중하고 따로 공부는 안했다. 느리더라도 이해는 쉬웠고 뒤쳐지지는 않았다. 다만 내가 초등학생일 때의 교육분량과 지금 너의 교육분량은 꽤 차이가 날 것 같다. 아빠는 고민이 많다. 영영 뒤쳐지는 건 아닐까 고민이 되기도 한다. 난 네가 그렇게 등 떠밀려 공부하길 원하지 않는다. 몇몇 상황에서 발휘되는 지능은 결코 낮은 편이 아니다. 특히나 네 어휘력은 매우 뛰어난데, 언어 구사 수준이 매우 높다. 그냥 늘 네게 힘이 되고 싶단다. 잘자라, 우리 아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