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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y D Nov 18. 2021

고객 조사를 준비할 때 고려할만한 것들

새로운 상품을 기획하거나 신규 UX 디자인을 시작할 때, 고객들의 숨은 니즈나 생각을 알고 싶은 경우가 많다. 고객들의 니즈는 점점 더 세분화되고 빠르게 변화해가고 있기 때문이다. 이때 가장 쉽게 선택하게 되는 방법이 고객 조사다.


나 역시 디자인과 서비스 기획업무를 위해  고객 조사 전문업체와 협업하며 여러 차례 고객 조사를 진행해왔다. 그 과정에 크고 작은 실수와 아쉬움이 있었고, 그 점을 보완해가며 점차 나아지는 조사 결과를 받아볼 수 있었다.


아래 내용들은 그간 조사설계를 진행하며 미리 알았더라면 했던, 조사 진행 과정에서 아쉬웠던 부분에 대해 스스로 만든 가이드라인이다.


1. 정량조사 (설문지 형태의 메테리얼을 제공하고, 고객에게 답변하게 하는 형태의 조사들)


- 조사를 통해 알고 싶은 to know list를 정교하게 작성하라.

조사를 통해 알아내고 싶은 고객의 속마음을 정확하고 정교하게 작성해야 한다. 이 내용은, 정량/정성조사에 모두 해당되는 내용인데, 조사 대상자들은 우리가 준비하고 있는 서비스나 전략 기획에 평소 관심이 없을 확률이 매우 높다. 그러다 보니, 그들은 우리가 알고 싶어 하는 그것을 쉽게 내놓지 않는다. 따라서 우리는 고객 조사를 통해 우리가 알고 싶은 내용을 최대한 디테일하게 설계하고, 그것을 알아내기 위해 가장 적합한 조사방식이나 질문을 설계해야 한다. 이 부분이 조사의 성패를 대부분 가른다.


- 조사 질문지의 길이를 조절하라.

위, 내용과 맞물리는 내용이다. 조사를 준비하다 보면, 이것도 알고 싶고 저것도 알고 싶어 진다. 궁금이 궁금을 계속 불러온다. 그러다 보니 조사 설문지는 계속 늘어나는 경우가 많다. 너무 긴 설문지는 조사 대상자의 피로도를 높이고, 조사 결과의 신뢰성에 영향을 미친다. (뒤로 갈수록 대충대충 답변하는 경향) 대체로 길어도 2~30분 내에 모든 답변이 완료되도록 준비하는 것이 좋다.


- 적절한 이미지나 설명글을 첨부하라.

조사 설문지를 설계하면서, 설문지를 받아 드는 그 사람에 빙의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설계자인 우리는 이 내용을 계속 고민해 왔지만, 설문자들은 거의 관심이 없다고 봐야 한다. 우리가, 내가 밥 먹듯 쉽게 쓰는 용어들도 설문자에게는 생소할 수 있다. 이때 이미지나 설명글, 예시를 적절히 들어가며 그들을 이해시키고, 조사를 끌고 나가야 한다. 중간쯤 이해의 맥을 놓쳐버리면 그 설문자의 답변 sheet는 버리게 된다.


- 스크리닝 조건에 대한 plan b를 준비하라.

고객 seg를 정교하게 설계하다 보면(또, 최근 유행처럼 번지는 Micro-seg의 COG를 찾으려다 보면) 설문 대상 스크리닝 조건을 빡빡하게 설정하게 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예를 들어, 특정 업체(또는 모델)의 제품을 최근 3년 내 구매했으며, 특정 서비스를 주 1회 이상 사용하고 있는 부모님과 함께 생활하면서 본인의 독립적인 방이 있는 주도적 성향의 Z세대 같은 조건이 생기게 된다.


조건 자체를 좁히는 것이 나쁘진 않다. 하지만 실제 조사를 실행하다 보면, 좁은 조건은 리크루트 시간의 delay로 이어지곤 한다. 이때를 위해 우선적으로 양보해도 되는 스크리닝 조건을 정해두는 것이 좋다. 보통 조사는 프로젝트 전체에서 전반부 일정에 포지셔닝되기 때문에, 조사의 delay는 전체 일정의 delay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 설문지는 최소 2번 이상 체크하라.

설문지는 보통 고객 조사업체에서 작성하게 되는데, 이 작성의 과정에서 뉘앙스의 차이가 발생할 수 있다. 특히 다국가 조사를 하다 보면, 국문으로 설문지를 작성하고 나서 번역을 하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뉘앙스의 차이는 더욱 빈번히 발생한다. 국문 설문지도, 그리고 다국어 번역 또한 현지 전문가를 활용해 더블 체크하라.


2. 정성조사 (고객에게 질문을 던져, 고객에게 구두로 답변하게 하는 형태의 조사들)


- 인터뷰 시차를 고려하라.

코로나가 지속적으로 진행되는 현시점에서, 온라인 조사기법도 지속적으로 발전돼왔다. 그리고 온라인 조사는 비용 관점에서 큰 이점이 있다. 조심스럽게 예측한다면, 온라인 정성조사는 한동안 지속될 것 같다. 글로벌 조사를 온라인으로 하다 보면, 시차 이슈가 생각보다 크다.

조사를 하다 보면 동료들끼리 이런 이야기를 종종 한다. '조사 그거 체력전이야'. 맞는 말이다. 그리고 이 체력에 가장 큰 영향을 주는 것이 새벽시간대에 몇 주간 이어지는 조사 스케줄이다. 조사를 설계하는 PL이라면, 멤버들의 체력도 감안해서 스케줄을 짜는 것이 좋다.


- 준비한 질문을 전부 소화하려고 너무 노력하지 마라.

정성 인터뷰는 정해진 시간(대체로 1~2시간) 동안 진행된다. 그러다 보니, 시간 내에 준비된 질문을 전부 던지고 답을 얻으려는 시도가 이어진다. 물론 많은 질문의 답을 얻어내는 것은 중요하다. 하지만, 우리가 정량조사 대비 정성조사에서 얻어내고 싶은 것은 다수의 동일한 답변이 아니라, 특별하지만 반짝이는 인사이트에 가깝다. 준비한 질문을 모두 소화하기 위해 노력하기보다, 하나의 질문이라도 디테일하게 들어가는 것이 도움 될 수 있다.


- 고객의 답변에서 인사이트를 포착할 기회를 노려라.

정량조사가 디테일과 정교함의 게임이라면, 정성조사는 센스와 민첩함이 중요하다. 준비한 질문에 대한 고객의 답변에 인사이트의 어렴풋한 흔적이 남아 있을 때, 그것을 민감하게 캐치하고 질문을 이어 나가야 한다. 그래야만 고객의 마음속에 숨겨져 있던 인사이트를 도출할 수 있다.


- 정성조사 모더레이터를 신중히 섭외하라.

위와 같은 이유 때문에, 정성조사의 인터뷰 진행자(모더레이터)의 역량은 매우 중요하다. 주변 동료의 평가도 들어보고, 업계의 평판도 주의 깊게 살펴서 섭외하는 것이 좋다.


마지막으로, 고객 조사 결과를 100% 신뢰하지 마라.


고객 조사는 가장 신뢰할만한, 그리고 신뢰할만하다고 평가되는 고객 인사이트 발굴 도구다. 하지만 이것이 고객의 마음을 100% 대변하고, 성공을 보장하지는 않는다. 자칫(나 역시) 조사 설계에 매몰되다 보면, 조사 결과를 의심 없이 받아들이는 경우가 생겼다. 이는 매우 위험한 결정으로 이어질 수 있다. UX 디자이너, 서비스 기획자는 조심스럽고 섬세하며, 겁이 많고 늘 의심해야 한다. 조사 결과를 긍정적으로 보되, 여과 없이 받아들이지 말고 늘 중립적 위치에서 평가하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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