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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엇이든 씁니다 Aug 16. 2021

지금 따모아라

지금 여기를 사는 법

여름이 되고 풀과 모기가 성가셔지면서 산으로 가지 않고 동네 안쪽 길로만 다녔다. 이제 아침저녁으로 선선한 바람도 불고, 마음에 여유가 겨서인지 오랜만에 산길을 걸었다.


산길의 매력은  때마다 다르다는 점이다. 같은 길을 걸어도 같은 때가   번도 없다. 계절에 따라 날씨에 따라 시간에 따라  새로운 시공간을 선사한다.  정점에 철마다 달리 피는 들꽃이 있다. 오늘도 처음 보는 들꽃이 군데군데 피어 있었다.


우리가 직접 마당에 심어 보는 꽃도 예쁘지만, 산에서 들에서 스스로 피어난 들꽃은  예쁘다. 심은 꽃은 보고 싶은 꽃을 보는 것이고, 들꽃은 보이는 것을 보는 것이다. 들꽃이란 이름에 이미 장소성이 담겨있기에 들꽃은 스스로 피어난  자리에 있을  가장 예쁘지만,  같은 탐욕스러운 인간은 들꽃을 들꽃이게 그 자리에 두질 못하고 기어이 나의 장소로 옮겨오고야 말았다.



“이거 어때?”


먼저 들어간 딸이 꽃을 작은 병에 꽂아 내밀었다. 집에 와서 찾아보니 패랭이꽃이었다. 손바닥에 올릴 만큼 작은 꽃병을 어디에 두면 좋을지, 이리저리 옮겨가며 한참을 감상했다.  작은 꽃들은 새로운 장소를 득했고, 우리의 공간에 새로운 공기를 불어넣었다.



한 열 번쯤 봤던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가 생각났다. 키팅 선생은 17세기 영국 시인인 로버트 헤릭의 시의  구절을 소개하면서 라틴어로 표현하자면 카르페 디엠(Carpe Diem)이라며 이게 무슨 뜻인지 학생들에게 묻는다.  시는 이렇게 시작한다.


  있을  장미 봉우리를 따모아라

옛 시간은 계속 날아가고

오늘 미소 짓는 이 꽃도 내일이면 질 것이니


Gather ye rosebuds while ye may,

Old time is still a-flying,

and this same flower that smiles today,

Tomorrow will be dy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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