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생활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출처는 가물가물하다. 언제부턴가 내 머릿속에 자리를 잡고 있는 이 말은 아마도 사회초년생 시절 힘들어하던 나를 달래던 선배가 해줬을 말일 가능성이 높다. 나도 언제부턴가 회사를 때려치울까 말까 고민하는 후배들에게 이런 말을 해주기도 했다.
첫 직장은 돈이었다.
열심히 하면 돈 좀 만질 수 있는 회사였다. 하지만 이 세상에 공짜는 없다. 돈을 좀 만지기 위해서는 눈물깨나 흘려야 했다. 첫 직장에서 남은 한 컷은 화장실에서 울고 있던 나의 모습이다. 경쟁 문화가 너무 심했다. 허구한 날 밤샘근무에 사람들 사이에 긴장과 갈등, 반목이 너무 심했다. 어린 나이였고, 가뜩이나 경쟁문화에 취약한 나는 겨우 1년을 채우고 36계 줄행랑을 쳤다.
그다음은 일이었다.
뭐 하자는 회사인지 정말 재미있어 보여서 찾아간 회사의 연봉은 전 직장의 절반은커녕 3분의 1에도 미치지 못했지만, 일이 너무 재미있었다. 일이 많아서 야근하는 게 아니라 스스로 일을 만들어서 야근을 했다. 이렇게 하고 싶은 일을 하는데 돈도 주네, 그런 마음이었다. 지금 생각하니 미쳤다. 미쳐도 단단히 미쳤다. 그렇게 눈에 뵈는 게 없는 열애의 유효기간은 3년이었다. 휴직하고 장기간 외국에 체류하다가 사표를 냈다.
마지막은 사람이었다.
예전에 같이 일하던 사람에게 같이 일하자는 제안을 받았다. 일을 솔직히 모르겠는데, 같이 일하는 사람들이 좋아서 일을 시작했다. 같이 일하는 사람들이 좋았다. 힘들어도 같이 일하는 사람들 때문에 덜 힘들었다. 거기서 지금의 남편도 만나고, 지금도 친하게 지내는 베프들도 만났다. 일도 그런대로 재미있었다. 하지만 세상 모든 일은 좋을 수만은 없다. 좋은 게 있으면 안 좋은 게 있다. 사람 모이는 곳도 마찬가지다. 좋은 사람이 있으면 이상한 사람도 있다. (물론 내가 이상한 사람일 수도 있다) 돈, 일, 사람 모두 어정쩡해진 가운데, 임신과 출산이라는 내 인생 최고의 생산을 핑계로 그만두었다.
지난 20년 동안 돈, 일, 사람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면서 엎치락뒤치락했다. 그리고 20여 년이 흐른 지금은 돈, 일, 사람에 대한 우선순위는 흐지부지됐다. 솔직히 1억 정도의 연봉이라면 당연히 돈이 최우선 순위가 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나는 나를 안다. 그럴 능력도 안 되고, 지금에 와서 그런 피나는 노력도 못하겠다. 지금은 다시 번 아웃되던 지난날로 돌아가고 싶지 않은 마음이 강하고, 생물학적으로 중년에 접어든(이미 진입일 수도 있는) 나이에 걸맞은 몸과 마음에 대한 존중심, 그리고 가족과의 시간이 중요해지면서 새로운 기준들이 어렴풋이 떠오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