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직(正直)은 한자 그대로 풀면 바르고 곧은 것이다. 국어사전에서는 '마음에 꾸밈이나 거짓이 없는 것'이라고 풀이하고 있다. “정직만큼 부유한 유산은 없다”, “정직은 가장 확실한 자본이다”, 셰익스피어와 에머슨의 말이다. 정직에 대하여는 이밖에도 많은 명구들이 있고 어릴 때부터 교훈, 급훈, 가훈으로 활용되어 정직하라고 교육을 받고 자라나지만 어른이 되면 현실에서는 정직의 힘을 믿지 않는다. 정직해서는 세상에서 살아갈 수 없다고들 이야기하고, '정직한 자의 형통'은 신화일 뿐이라고 생각한다. 곧으면 부러지니까 적당히 구부리며 살아가는 것이 지혜라고 한다. '정직이 최선의 방침'이라는 이야기는 오히려 이솝 우화에 나오는 거짓말쟁이의 외침과 같이 여겨진다. 거짓말을 해도 피노키오처럼 코가 앞으로 나오지도 않고, 마음은 자기 합리화에 빠르다. 새빨간 거짓말과 하얀 거짓말은 색으로 구분되지 않는다. 한 가지 거짓말을 덮으려면 열 개의 거짓말을 해야 한다지만 그렇게 앞뒤를 헤아리지도 않는다. 거짓을 말해도 얼굴색이 변하지 않으며 눈을 정면으로 응시하면서 진실성을 가장한다. 그리고 정작 꾸며댄 말을 스스로도 믿어 버린다.
기업들은 '고객 우선'이라고 쓰고 '이익 우선'라고 읽는다. 직원들에게는 '정직'과 '성실'을 이야기하면서 '분식회계'에 능하다. 사회공헌은 마케팅의 수단이고 장학재단은 세금 회피와 지배구조 안정화에 이용된다. 홍보실의 미션은 피할 것은 피하고 알릴 것만 알리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 기자들을 극진히 대접하고 기자들은 '보도자료'를 기사로 받아쓰기에 바쁘다. 나쁜 일은 적당히 덮어준다. 대기업과 관련된 좋지 않은 뉴스는 슬그머니 사라져 검색에서 찾아보기 어렵게 된다. '펜'은 권력이 되었고 광고를 매개로 '금권'과 결탁한다. 최근 증거를 인멸하고 은닉하여 임직원들이 구속되었던 삼성바이오의 경영원칙에는 '법과 윤리를 준수한다'가 첫번째로 적혀있고 '정도경영'을 핵심가치의 하나로 이야기하고 있다. 글로벌 넘버원을 외치고 우리 청년들이 제일 들어가고 싶어 하는 기업의 모습이 한 꺼풀 뒤집어보면 이렇다. '윤리경영선언'을 하고 무슨 '결의대회'를 하더라도 그것이 '보여주기'에 그치는 것을 임직원들이 더 잘 안다. 어떻게 일을 해야 회사에서 살아남는지, 또 어떤 사람들이 승승장구하는지 알고 있기 때문이다.
과거 우리 경제가 압축성장을 구가하면서 '성장'이외의 다른 가치는 외면당했던 것이 아직도 우리 기업들의 DNA에 각인되어 지금까지도 그 영향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기업은 고용을 창출하고 이익을 많이 내 국가에 세금을 성실히 납부하면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것이라는 입장에서 이해관계자들과의 소통과 사회공헌을 강조하는 방향으로 기업을 바라보는 관점의 전환이 일어나고 있고 이를 간과할 수 없는 현실이 보여주기 식 사회공헌활동들을 양산하고 있다. 연말이면 연례행사로 임직원을 동원하여 연탄 나르기를 하며 근사하게 사진을 찍어 보도자료를 내면서 '따뜻한' 기업의 이미지를 연출한다. 유명해진 봉사단체에는 지원의 손길을 앞다투어 내밀지만 그렇지 않은 단체는 그러한 관심에서 아주 멀리 있다.
기업경영에서는 '정직'과 '성실'을 표상하는 데에 'Integrity'라는 단어가 많이 사용된다. '진실함'으로 번역되는 단어이다. 전 세계적으로 20억 이상이 소비하는 400여 개의 브랜드를 갖고 있는 글로벌 기업인 유니레버에서는 ' Business Intergity:How do we work’이라고 하며 정직을 자신들이 일하는 방법으로 소개하고 있고, 이는 단순히 각종 법규나 규정들을 지키기 위해서가 아니라 '올바른 일을 하기 위해서 do the right thing'라고 이야기한다. 유니레버의 CEO 파울 폴만은 "사업적인 압박에도 불구하고 윤리경영에 있어서는 결코 타협해서는 안된다. 정직하지 않은 성공은 곧 실패이다 Success without integrity is failure"라고 강조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어느 회사와 같이 보여주기용 립서비스가 아니라 진정성을 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말로만 하는 것이 아니라 경영현장에서 실천되도록 시스템적으로 구현한다. 유한킴벌리는 경영성과에 재무적 성과 외에 지속가능경영과 관련된 사회적 성과를 함께 보여준다. 사회공헌활동과 경영활동이 따로국밥식인 다른 기업들과는 그 진정성의 차이를 제대로 보여주는 것을 알 수 있다.
“정직은 아주 비싼 재능이다. 싸구려 인간들에게 기대하지 마라." 오마하의 현인 워렌 버핏의 이야기다. 오늘날 투자자들은 진정성 있게 시장과, 고객과 소통하는 기업들에 주목하고 있다. 품격에 대한 이야기가 베스트셀러가 되고 있다. 이제 우리나라에도 품격 있는 기업들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최근 SK그룹이 경영평가에 사회적 가치에 대한 평가를 도입한 것은 고무적인 일이다. 포장만 요란한 것이 아니라 진실한 스토리를 갖는 '정직'한 기업들이 세계시장에서 그 품격을 드러내는 모습을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