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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밤글 Sep 10. 2020

온라인 글쓰기 모임을 해봤다

익명의 동료로부터 응원을 얻는 글쓰기


언젠가부터인지 ‘글을 써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나는 쓰는 일을 하는 사람이지만, 쓰는 사람은 아니다’라는 생각을 늘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매일 쓰고 싶은 마음은 들었다가도 사라졌다. ‘고단해서, 귀찮아서, 오늘은 기분이 영 아니어서’와 같은 이유들로 나는 자주 침대에 쓰러지듯 엎어졌다. 그렇다고 해서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지도 않았지만, 나에게는 운동으로 만드는 근육처럼 글 쓰는 근육이 필요했다.


하필 코로나로 많은 오프라인 모임들이 잠정 중단되거나 연기됐다. 이거 큰일인데, 어디에라도 뭘 써야 하는데, 혼자는 못하겠다 싶어서 틈틈이 온라인 글쓰기 모임을 검색했다.


그러다 이후북스 인스타그램에서 #매일10문장쓰기 모임을 찾았다. 마침 최근에 너무 잘 읽은 책, <당신이 글을 쓰면 좋겠습니다> 홍승은 작가님이 진행을 맡았다고 했다. 진행자는 무슨 일을 하는지, 모임은 어디서 어떻게 진행되는 건지 자세히 읽어보지도 않고 냅다 입금부터 해버렸다. 이것저것 따지다 보면 결국엔 안 하게 되니까.


그렇게 지난 8월 10일부터 28일까지, 3주 간 매일10문장쓰기 모임을 함께했다.


돌이켜보니 매일 쓰게 만든 동인은 생각보다 여러 가지였다. 깊게 생각할 거리를 주는 글감들, 그리고 한 편의 편지 같았던 공지글(홍승은 작가님은 정말 최고다), 매일 글 한 편을 쓴다는 성취감(물론 매일 일정 수준의 에너지를 비축해둬야 했다), 매주 주말 이루어지는 동료들의 애정 어린 피드백, 그리고 15편의 글을 엮은 수제 바인딩북까지(이건 기다리고 있다! 두근두근).


사실 나의 일상, 그리고 내가 지니고 살아가는 생각들은 누구도 궁금해하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나 자신이 지닌 감정에 대해서도 무뎌지고, 생각은 쉽게 흐릿해지곤 했다. 그랬기 때문에 더욱 ‘써야겠다’는 마음을 먹었는지도 모르겠다.


온라인 글쓰기 모임을 함께하면서 나는 평소에는 삼켜두었던 것들을 훌훌 털어놓았다. 나를 얼마큼 밝혀야 할지 늘 조심스러웠고, 내밀한 이야기를 꺼내놓을지 말지 고민했다. 하지만 3주 차가 되자 그 공간은 “안전하다고 느껴졌다”. (이 부분은 같은 글쓰기 모임 동료의 말을 빌렸다. 정말 말 그대로 안전하다고 느껴졌고, 누구나 속내를 털어두었다.)


실제로 직접 만나는 모임은 장점 만큼이나 단점도, 한계도 있다. 성별로, 외모로 타인을 판단하기 쉽다는 것. 나 역시 판단하고 싶지 않았고, 판단당하고 싶지도 않았지만 그렇게 살아왔기 때문인지 자연스럽게 속으로 가늠했는데, 나는 그게 참 싫었다.


아무튼 나는 20명이 넘는, 얼굴도 이름도 모르는 타인의 일상과 삶을 상상하고, 진심으로 격려하면서 3주를 보냈다. 우리는 같은 글감으로 전혀 다른 이야기를 펼쳐냈고, 댓글을 읽을 때마다 나는 아주 멀리 떨어진 누군가의 일상을 그렸다. 그렇게 나는 평범한듯 특별한 글쓰기 동료들의 삶을 들어갔다 나왔다.


처음 내 글에 달린 댓글을 확인한 순간을 기억한다. 그 누구도 그동안 나의 일상을 선명히 기억해주지않았는데,  어떤 사람도 그렇게 따스히 안부를 묻지 않았었는데. 그런 선물 같은 댓글들이 주렁주렁 달려있었다. 개인적으로도 힘든 시기를 지나고 있었기에 익명의 동료들이 전해 준 응원이 진심으로 고마웠다.


그 마음만큼 예쁘고 특별했던 닉네임들도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다. 따뜻하고 사려 깊은 분들의 댓글을 받은 2일 차의 글을 마지막으로 나의 첫 온라인 글쓰기 소감을 끝맺는다. 참고로 2일차의 글감은 “매일 아침 하는 일”이었다. :)







#창문 너머 하늘을 확인합니다

언젠가 내 방을 갖게 된다면 꼭 창문으로 바깥세상이 보였으면 했다. 그날의 날씨를 확인하고, 걸어가는 사람들의 옷차림을 보고, 햇볕도 바람도 드나들고, 시시각각 다른 하늘의 색도 확인할 수 있는 창. 그 꿈을 품고 어두운 방에서 4년을 지냈다. 보이는 건 오로지 맞은편 건물 벽이 전부였던 북향의 그 방은 한낮이 되도록 볕 한 점 들지 않았다. 지금은 내가 꿈꿔왔던 창문이 있는 작은 방을 찾았고, 이곳에서 이제 막 한 달 반을 보냈다. 이 방에서 눈 뜨고 매일 아침 하는 일은 창문을 열어 하늘을 확인하는 일. 비가 온다면 어떤 기세로 내리는지, 나무를 푹 적셨는지, 웅덩이에 떨어지는 빗방울의 크기는 어떤지, 3단 우산이어도 괜찮을지, 장우산을 챙겨야 할지 가늠한다.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비가 왔고, 오고 있고, 계속 내리겠지만 매일 조금씩 다른 하늘을 보는 건 전에는 할 수 없던 일이다. 그렇게 매일 아침 창을 열어 하늘을 확인하고, 몸을 일으켜 이불을 개킨다. 누군가에겐 일상적일지 모를 평범한 아침을 이제야 나는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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