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H KIM Feb 03. 2020

시간이 빚은 사랑

"비포 선셋"을 보고

그래서 그들은 만났을 까?
You know, I think that book that I wrote, in a way, was like building something. So that I wouldn't forget the... details of the time that we spent together. You know, like just a reminder that... taht once we really did meet! You know, that this was real! That this happened!

이 질문으로 시작된 이야기. 비포 선라이즈에서 6개월 뒤에 같은 곳에서 만나기로 한 두 사람이 다시 만났을 까? 그 궁금증에 대한 해답이 무려 9년 뒤에 그들이 우연히 프랑스의 셰익스피어&컴퍼니라는 서점에서 만나면서 풀리게 된다. 그들이 애틋하게 기차 플랫폼에서 헤어질 때 필자는 간절하게 두 사람이 다시 6개월 뒤에 만나기를 원했다. 사실은 6개월이라는 시간이 너무 길다고 생각하기도 했다. 하지만 결국 그들은 셀린의 할머니가 우연히도 그들이 만나기로 한 날에 유명을 달리하시는 바람에 만나지 못한다. 그리고 그렇게 9년이라는 시간이 흘러 제시가 발간한 책이 베스트셀러가 되어서 '작가와의 만남'이라는 행사로 인해 프랑스를 찾았을 때 그가 셰익스피어&컴퍼니로 온다는 것을 본 셀린이 찾아가면서 서로 만나게 된다. 



6개월이라는 시간 동안 서로를 기다렸던 그들은 운명의 장난처럼 서로 만나지 못하고 어쩌면 제시는 셀린을 원망하며 미국으로 돌아가 좌절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들이 9년 뒤에 세월의 흐름만큼 많아진 주름을 가지고 만났을 때 그 누구도 서로를 원망하지 않았다. 단지 그들은 다시 만났다는 사실에, 그 반가움에 그동안 쌓여있단 이야기들을 서로 나눈다.


비포 선셋이라는 영화를 특별하게 만드는 많은 이유 중 하나는 극 중 시간의 흐름이 실제 시간의 흐름과 동일하다는 것이다. 실제로 제시가 셀린을 만나고 미국으로 떠나는 비행기를 타기까지의 2시간이 안 되는 그 시간 동안의 그들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그리고 그들은 그 짧은 시간 동안 다시 한번 그들만의 세상으로 빠져들게 된다. 그리고 다시 그들이 대화를 하면서 그들만의 세상 속으로 빠져들어가게 되었을 때, 그들은 9년이라는 시간 동안 떨어져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서로를 향한 그리움 때문이었는지 그들의 사랑이 더 커졌음을 알게 되었다. 


그들이 만약 기차 플랫폼에서 6개월 뒤에 다시 만났다면 행복했을 까? 아무도 모르는 일이다. 하지만 그들이 9년이라는 시간 동안 서로를 그리워하며 다시 시간의 무한함을 느끼며 삶의 단조로움에 익숙해져가고 있었을 때 , 딱 그때 다시 서로를 만났을 때, 그들이 9년 전 느꼈던 그 시간의 마법을 다시 느끼게 되었을 때, 그것이 그들의 사랑을 더욱 특별하게 만들어 주었음은 확실하다. 서로 만나지 못했지만 그 시간을 기다리면서 의식적으로 무의식적으로 그들의 만남에 대해 생각하고 그리워했을 것이고 그런 기다림의 시간이 그들의 사랑을 더 특별하게 만들어 주었다. 또한 그 기다림의 시간이 서로를 향한 마음이 얼마나 특별한 지도 알게 해주는 시간이 되었다.

I might have given up... on the whole idea of romantic love. That I... I might have put it to bed, that... that day when you weren't there.


기다림이란 그리고 그 기다림의 시간의 끝이 해피 엔딩이 아닐 수도 있을 때 그 기다림이란 사람들에게 불안감을 주고 걱정이 되게한다. 하지만 그 기다림의 끝에 서로가 다시 만났을 때 그 기다림의 결과가 불확실했기에 그 만남이 더 특별한 것이 되고, 만나지 못하더라도 그 기다림의 시간을 통해 그 사람의 소중함을 알게 되는 것 같다. 그들이 9년 뒤 서로를 못 만났다 하더라도 그 9년이라는 시간이 그들의 인생 가운데 사랑이라는 감정에 대해 고민할 수 있는 기회를 주었으며 또한 만났기에 그 시간이 빚은 사랑이 더욱더 아름다워질 수 있었다. 

작가의 이전글 사랑, 이별 그리고 시간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