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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 KIM Sep 08. 2020

세상 어디에도 없는 멋진 조직

 23살의 44억 가치 스타트업 한국지사 매니저     

[‘아시아비트 서울’서 뜬 이글루홈, 44억 추가 투자 유치]     

내가 싱가포르 스타트업 이글루홈에서의 한국지사 매니저 일을 정리하고 있을 때 들려왔던 소식이었다. 앤서니(Anthony Chow) 대표와 시리즈 A의 투자 진행상황을 매주 ZOOM 회의를 통해 듣고는 있었지만 국내에서 이렇게 기사가 빨리 날 줄은 몰랐다. 이미 일주일 전에 Techcrunch에서 성공적인 투자유치 기사가 올라와 몇몇 지인들에게는 축하한다는 문자를 받았지만 국내 언론사에서 이글루홈 관련 투자 기사가 나오니 빠르게 성장하는 스타트업의 일원으로서의 뿌듯함이 좀 더 현실감 있게 다가왔다. 그리고 그때 당시 나는 만 23살이었다.     

2015년도에 싱가포르에서 시작한 이글루홈은 2017년 정부주관 사업인 K-startup Grand Challenge에서 우수상 수상과 국내 공장을 통한 신제품 출시로 가파른 성장을 이어 갔고 이를 기반으로 2018년도 상반기에 성공적으로 시리즈 A 투자 유치를 마무리 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들의 빠른 성장의 일원으로 2017년 이글루홈 코리아를 이끌었던 나는 그들과 함께 멋진 스타트업이 일하는 방식에 대해서 많은 것을 보고 배울 수 있었다.  

   

멋진 조직의 특징     

흔히들 나를 포함한 밀레니얼(1980년~1990년대에 출생한 세대)들은 자신의 삶을 특별하게 만들어가는 것을 중요시 여기는 특징이 있다고들 한다. 그렇기에 밀레니얼들에게 있어서 조직이란 단순히 돈을 벌기 위한 공동체가 아닌 그 이상의 것을 바라는 공동체가 된다. 그 ‘이상의 것'이라 하는 것은 내가 소속한 조직이 특별하고 멋있는 조직이라는 것을 의미하고 이글루홈은 나에게 충분히 그런 경험들을 제공해 주었다. 나는 이 멋있는 조직의 조건을 이글루홈에서의 경험, '최고의 팀은 무엇이 다른가?(대니얼 코일)', '비커밍 페이스북(마이크 회플링거)', 그리고 '구글을 어떻게 일하는가?(에릭 슈미트)'를 통해 아래와 같이 뽑아보았다.

조직에 대한 주인의식이 명확하게 있다

조직원들 간의 업무 소통이 잘 된다

조직의 성장과 개인의 성장이 명확하게 보인다     

그렇다면 멋있는 조직의 조건을 충족시키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조직원들이 공감 할만한 비전을 제시해야한다


멋있는 조직은 조직원들에게 매일 그들이 출근할 이유를 제공해 주어야 한다. 나는 제법 유능한 간부들을 선발한다는 부대에서 군 복무 하였고 매달 당직을 설 때면 당직 사관인 간부에게 항상 물어보는 질문이 있었다.      

'군인은 매일 아침 출근을 하면서 어떤 마음 가짐을 가지고 출근합니까?'     

그리고 그 질문에 답은 각각 간부 별로 상이했다. 가족을 위해 한다는 사람도 있고, 별 다른 생각 없이 출근한다는 사람들도 더러 있었다. 물론 나라를 위해 헌신하고 부대만의 특별한 군사 업무를 지원한다는 자부심을 가지고 출근한다는 간부들도 있었다. 하지만 확실한 것은 그렇게 복무 신조를 외우고 아침마다 애국가를 재창을 해도 많은 사람들의 출근을 하는 이유와 근무에 임하는 자세는 다들 달랐다는 것이다. 나라를 지킨다는 것은 그저 추상적인 개념 일뿐 그 누구에게도 공통적으로 열정을 불러 일으킬만한 것은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렇기에 내가 느끼기에는 이들이 조직 내에서 서로의 눈치와 최소한의 양심에 의거하여 근무에 임하고 있지만 다같이 하나의 목표를 보고 열정적으로 임한다는 것을 느끼기는 상당히 어려웠다.
 

반대로 에어비앤비는 2014년 그들의 리브랜딩 과정에서 자신들의 미션을 정하기 위해 1년이 넘는 시간 동안 전 세계의 모든 직원들에게 그들이 생각하는 에어비엔비에 대해서 물어보았다고 한다. 그리고 그 오랜 시간 모든 조직원들이 참여하여 새롭게 태어난 그들의 비전은 우리가 다들 알고 있는 'Belong Anywhere(모두가 소속감을 느끼는 세상을 만든다)'이다. 모든 이가 항상 열정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비전을 제공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기는 하다. 하지만 그래도 조직이 노력해야하는 부분은 최대한 많은 사람들에게 공감을 불러일으킬만한 그것을 제공해야한다는 것이다. 비전이 중요한 이유는 매일 같이 출근하는 그들의 일상 가운데 그들이 가장 힘이 들 때, 자신들이 왜 출근하는 지에 대한 해답을 제공하며 그들에게 동기부여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2. 완벽한 소통을 위한 완벽한 솔직함     

'개떡같이 말해도 찰떡같이 알아듣는다'     

세상에 이런 개떡 같은 소리를 찰떡이라고 하는 조직이 있다면 얼른 뛰쳐나오길 바란다. 2년여간의 스타트업에서의 근무 경험과 군 복무를 통해 행정업무 경험을 통해 업무에 있어서 결국에는 소통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이다. 개개인의 업무처리 능력도 중요하지만 조직이 성장하기 위해서는 능력들이 조화를 이루어 전진하는 것이 필요한데 이를 위해서는 소통이 필수적이라는 것이다. 그렇기에 잘못된 일이 있다면 제대로 된 방법으로 정확하게 지적하는 것 또한 중요하다. 하지만 지금의 밀레니얼 세대는 '꼰대'라는 단어를 만들어 많은 사람들이 지적을 두려워하게 만들었다. 이런 상황 가운데 조직이 필요한 방향으로 지적을 하고 변화하면서 성장하려면 조직원들간의 완벽한 솔직함이 필요하다. '실리콘벨리의 팀장(킴 스콧)'에서 이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조직원들간 서로에 대한 개인적인 관심과 더불어 문제를 객관적으로 볼 수 있는 직접적 대립의 자세가 필요하다고 이야기한다. 즉, 서로에 대한 관심이 우선시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는 우리 하루의 최소 3분의 1을 회사에서 보내면서도 종종 회사 사람들과의 관계에 선을 긋는 경우가 있다. 마치 업무'만' 하고 떠나는 사람처럼. 하지만 회사라는 조직에서의 사람 관계는 남이 아닌 공동의 비전을 가지고 그 목표를 이루기 위해 같이 움직이는 팀이다. 그 팀이라는 관계는 가족이나 친한 친구만큼은 아니더라도 어느 정도의 유대감이 형성되어야 하는 것이다. 그렇기에 조직은 조직원들이 조직 내에서 편안함을 느끼고 유대감이 형성 될 수 있게끔 그런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중요하다.

대학교 수업 중 'International Business Communication' 수업의 일환으로 일본의 Shimadzu라는 기업 방문을 한 적이 있었다. 그곳 이사들 앞에서 발표를 하고 피드백을 받는 것이 수업의 목표 였는데, 우리가 생각하는 일본 기업의 이미지답게 내부는 깔끔하게 정리 되어 있었고 사람들은 단정한 복장을 갖추고 예의를 갖추어서 서로에게 이야기했다. 각 나라의 문화가 기업문화에도 반영이 된다고 하지만 그날 Shimadzu를 방문했던 모든 학생들은 그 회사의 유난히 조용하고 엄한 듯한 분위기에 숨이 막힌다고 했다. 그들의 문화가 일본에서는 긍정적으로 통하고 충분히 효율적으로 움직인다고 하더라도 이러한 엄격한 문화는 앞으로의 시대의 밀레니얼들에게는 매력적인 요소로 다가오지 않음은 확실해 보인다. 수직적으로 보이고 절차와 구조를 중요시하며 업무적인 소통만 강조하는 듯한 문화. 이런 문화는 멋진 조직으로 가는 데에 있어서 분명 장애요소로 작용한다. 

     

3. 조직의 방향과 개인의 성장이 어떻게 진행되는 지 보여준다     

예전과는 다르게 밀레니얼 세대가 조직에게 중요하게 바라는 것 중 하나는 조직의 구성원으로써 조직의 발전뿐만 아니라 자기 자신의 성장을 굉장히 중요하게 여긴다는 것이다.  일본과 한국의 큰 조직들을 보면 흔히들 말하는 '희생'을 강조하며 조직을 위한 개인의 헌신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멋진 조직이 되기 위해서는 조직원들에게 희생을 강조하는 것이 아니라 동반 성장을 할 수 있고 그렇게 우리가 성장하고 있다는 모습을 직접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두가지가 선행되어야 하는 데, 하나는 조직이 어디로 가고 있고 어떻게 성장하고 있는 지 모든 조직원들에게 공유하는 일이다. 그리고 나머지 하나는 팀장들이 팀원들과 깊은 대화를 나눔으로 그들이 제대로 성장하고 있는 지 제대로 파악하는 것이다.      

이글루홈 코리아에서 일을 할 때는 매 반기 별로 세계 각지(북미, 동남아시아, 동아시아, 중국)에서 근무하고 있는 모든 임직원들이 모여 워크샵을 열었다. 3일에서 4일정도 진행되는 워크샵의 기간동안에는 직원들 서로가 서로를 알아가는 시간부터 회사가 어디로 가고 있는 지 어떻게 성장하고 있는 지에 대한 설명을 각 부서의 모든 부서원들이 나와서 발표를 하게 된다. 이 시간을 통해 나는 이 조직이 어디로 가고 있는 지 명확하게 알 수 있게 되었으며 또한 내가 있는 한국 지사가 어떻게 일하고 있는 지 어떤 목표를 가지고 가고 있는 지 발표를 하면서 이 이글루홈이라는 조직 내에서 이글루홈 코리아가 어떤 위치에 있고 어떻게 성장하고 있는 지 스스로 알 수 있고 다른 사람에게도 알려줄 수 있는 좋은 시간이었다. 이 워크샵의 시간을 통해서 우리는 이 조직이 어느 방향으로 가고 있는 지는 물론 나와 내가 속한 부서가 어떻게 성장하고 있는 지도 객관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좋은 시간이 되었다. 그리고 워크샵의 기간 동안 휴식을 취하며 다음 목표를 위해 달려갈 수 있는 에너지를 충전한 것은 물론이다.      

반대로 내가 이글루홈을 그만두고 시작한 국내 스타트업에서는 그런 방향성에 대한 공유가 너무 적었다. 다행히 나는 임원들이 참여하는 회의에 매번 팀장으로 참여하여 회사가 원하는 방향이 무엇인지 파악 할 수 있었으나, 이글루홈 보다도 훨씬 작은 조직임에도 불구하고 모든 직원들에게 회사의 방향성을 제대로 전달하지 못했다. 그래서 매번 프로젝트가 새롭게 시작되고 중간에 협업 업체에 의해서 중단 될 때마다 많은 직원들이 좌절했고 많은 불만도 생겨나기 시작했다. 매년 이용자 수는 늘어나고 있었지만 정확하게 조직이 채택한 목표(OKR 혹은 KPI)가 명확하지 않았기에 조직원들이 잘하고 있는 지 아니면 잘 못하고 있는 지 객관적으로 판단하기 어려웠다. 결국 이런 혼란의 상황은 많은 직원들로 하여금 성장하고 있지 못하다는 인식을 가지게 하였고 많은 사람들의 퇴사로 이어졌다.      


워라블(work-life blending)     

내가 두 스타트업과 큰 조직의 인사과에 근무하며 많은 사람들의 자기소개서를 보았을 때 많은 사람들이 워라벨(work-life balance)를 이야기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그들의 이야기는 일도 잘하고 자신의 삶도 잘 꾸려가겠다는 포부를 이야기하는 것이었는 데 사실 현실세계에서 그렇게 하는 사람은 많이 보지 못했다. 워라벨을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일과 자신의 삶을 살아가는 모습을 보면 두 부분에 있어서 둘다 열심히 하지 않는 모습이 많았다. 두개를 다 얻는 것보다 둘다 놓치는 경우를 많이 보아왔다.     

그렇기에 우리에게 더 적합해 보이는 것은 워라블(work-life blending)의 개념인 것 같다. 만약 우리가 우리 하루의 최소 1/3을 차지하는 일이 즐길 수 없는 것이라면 우리의 하루는 1/3을 버리고 시작하는 것과 다를 게 없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우리의 삶과 일이 조화를 이루며 섞일 수 있을 만큼 둘다 즐길 수 있는 구조가 되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그러기 위해서는 멋있는 조직이 더 많아져야 하고 우리 스스로도 그런 멋진 조직을 만들어가는 주체가 되어야 할 것이다. 우리 각자의 위치에서 멋진 조직을 만들기 위한 소통의 노력, 비전 공유의 노력, 그리고 방향성을 잡기 위한 노력을 한다면 그것은 단순히 우리가 일을 능률적으로 해주는 것 뿐만 아니라 우리 인생을 행복해주는 일이 될 것이다. 우리 모두 멋진 조직을 만들기 위해 노력해 보는 것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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