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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묘한 Apr 23. 2022

참을 수 없는 위로의 가벼움

그 정도는 괜찮아? 무슨 그런 말씀을.


이혼이라는 인생에서 어쩌면 가장 큰 결정을 한 이후로 내 삶에서 참 많은 것들이 달라졌다. 일단 위로에 대해 조심스러워졌다. 위로를 하지 않는다기 보다는, 위로의 말을 함에 있어서 예전보다 몇 배는 신중해졌고, 때로는 상대가 무심하다 생각할 정도로 위로의 말을 생략하기도 한다. 


하상욱 시인과 카카오프렌즈 협업으로 출판된 "튜브, 힘낼지 말지는 내가 결정해"에는 이런 말이 나온다.


어쩌면 내가 듣고 싶었던 위로는 "넌 할 수 있어"가 아니라 "넌 할 만큼 했어"가 아니었을까

다행히 요즘엔 이런 인식도 널리 퍼져서 굳이 내가 또 이야기를 풀어놓아야 할까 라는 생각도 든다. 

그럼에도 굳이 이 글을 쓰는 이유는 "이혼"에 대해서는 내가 받은 위로들과 그로부터 배운 점을 나누기 위함이다.



"그 정도는 괜찮아"

"별일 아니야"

"시대가 바뀌었어"



이혼 사실을 공개한 후 가장 많이 들은 말들이다. 사실 무슨 말씀들을 하셨어도 다 감사하고, 상당히 당황한 상태에서 하신 말씀들인 줄은 알고 있다. 나라도 그랬을 테니. 하지만 꼭 이야기하고 싶은 것은,

하나도 괜찮지 않고, 별일이 맞으며, 시대는 여전히 바뀌지 않았다. 


어느 정신과 의사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사람이 살면서 겪는 가장 극심한 스트레스의 1위가 배우자의 사별이고, 2위가 이혼이라고 한다. 다른 연구팀의 비슷한 연구에서도 자녀, 배우자, 부모의 죽음 다음으로 이혼이 인생에서 가장 큰 스트레스라는 연구결과가 있다. 어찌 그게 괜찮을 정도이며 별일이 아닐 수 있겠는가. 


시대가 바뀌었다는 말도 마찬가지. 이혼율이 높아지고, 티비에서 돌싱이 흔해지고, 왠지 어릴 적 만화에서나 보던 2020년이 넘은 지금은 사회에서 돌싱을 보는 눈이 예전보다는 말랑해졌을 거라는 얕은 생각을 한다면 정말 죄송하게도 절대 그렇지 않다. 

당사자들이 느끼는 그 벽은 절대 호락호락하지 않다. 많은 돌싱들은 돌싱과의 재혼을 강요 아닌 강요받으며, 내 새끼가 돌싱일 때는 세상이 바뀌었다고 하면서 내 새끼가 데려온 사람이 돌싱일 때는 내 새끼가 뭐가 부족해서 라는 말이 절로 나오는 세상이다.


나에게 위로의 말을 전한 사람들을 비난하거나 탓할 생각은 전혀 없다. 힘든 시기에 그런 대화를 나누어준 것만으로도 충분히 고마울 따름이고, 단지 그분들은 흔치 않은 경험담에 어떤 말을 해줘야 할지 몰랐던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


반면에 가장 고마웠던 위로는 아무 말 없이 어깨를 토닥여주던 위로였다. 정말 눈물이 터져 나올 뻔했다. 적어도 그 사람은 내가 감당하고 있는 무게를 짐작할 수조차 없고 "그 정도"라는 표현으로는 모자란다는 것을 알고 있는 듯 보였다. 


위로의 전제조건은 상대의 아픔이나 고통의 깊이를 이해하고 공감하는 것임을 잊지 말자. 

내가 겪어보지 못한 아픔을 위로할 땐 그냥 한번 안아주거나, 손을 잡아주거나, 어깨를 두드려 주자.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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