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작가의 나른한 일상
여름도 다 갔고 공기는 차가웠지만, 완벽한 날씨의 토요일 저녁이었다. 기분 좋은 외로움에 젖은 나는 집으로 그냥 돌아가기 싫어서 칵테일 한 잔이라도 마시려고 근처 Bar를 찾았다. 고막을 적시는 섹시한 기타 음악, 어둠 속에서 야릇하게 빛나는 은은한 조명, 칵테일 한 잔을 홀짝이며 대화를 나누는 사람들, 그리고 멋진 가르송 복장에 수염을 기른 바텐더가 나를 맞아주면, 나는 마호가니 바 테이블에 앉아 헤밍웨이가 자주 마셨다던 모히또를 마시며 하루의 피로를 풀 예정이었다.
그런데 상상은 상상이었다. 내가 들어간 곳은 칵테일이 아닌 맥주만을 파는 곳이었고, 그나마 있는 손님은 중년 아저씨 2명이 전부였는데, 그중 한 명은 화장실에서 막 오바이트를 하고 나온 참이었다. 실패한 기분이 들었지만, 커피 한 잔을 마신다는 기분으로 맥주 한 병을 마시기로 했다. 따분하게 휴대폰을 들여다보며 맥주 반 병을 마셨을 때였다. 바텐더가 말을 걸어 주었다.
별말은 하지 않았지만, 그가 나보다 10살쯤 어리다는 건 알았다. 그런데도 우리의 대화는 꽤 통했다. 혼자서 충동적으로 떠나는 여행과 제인 오스틴, 오다 에이치로를 좋아하고, 겨울밤에는 직접 만든 따뜻한 몰드 와인과 함께 침대 위에서 보내는 적적한 시간을 좋아한다는 것도 알았다. 그리고 난 너무 많은 걸 알았던 탓인지 그가 보내는 신호도 알았다. 나는 잠시 망설였다. 가을밤의 외로움을 이런 식으로 달랠 생각은 없었지만, 한편으로는 나에게 얼마큼의 기회가 남았을지 알 수 없게 된 것이다. 연애 시장 속에서 나의 가치는 점점 하락하고 있다. 이 신호를 잡아야 하는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