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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정적 May 28. 2020

잘해주고 싶은데,

독립작가의 나른한 일상

가족에게 더 잘해야 하는데.

1, 2년 전부터 대화가 거의 없어졌다. 마주 보고 앉아 같이 밥을 먹는 것도 재미가 없다는 이유로 슬쩍 피하게 됐다. 뭔가 모르게 말없이 밥만 드시는 아빠와의 자리가 따분하다고 해야 할지, 그렇다고 어색하거나 불편한 건 아닌데, 그냥 혼자서 좋아하는 프로그램을 보며 밥을 먹는 게 훨씬 편해서 분위기가 기이해졌다. 역시 여러모로 이상하다거나 이렇게 사는 게 맞는 건지 걱정이 되기는 하지만, 일을 끝내고 집에 오면 어김없이 개인의 시간에 푹 빠져버린다.

아빠가 돌아가시면 가족이라고 칭할 만한 게 없어지는데.


요즘 들어 나 자신이 생각보다 타인에게 무관심한 사람이라는 걸 알았다. 정말 그런 게 확실했다. 나는 온종일 나만 돌보고 있고, '나'만 생각한다. 나의 일, 나의 삶, 나의 생계, 나의 글, 나의 고양이... 한 번쯤은 다른 사람이 어떻게 살고 있는지 안부를 묻거나 할 수 있을 텐데... 할 수만 있다면 할 수 있는 건데, 왜 이렇게 된 건지 모르겠다. 아니... 알 것 같다. 아마도 생계 때문이었을 거다. 그래도... 아무리 먹고 살기 어렵다 하더라도... 할 수만 있다면 할 수 있는 일인데, 왜 그렇게 못하나 반성하게 된다.

결국 남이 나한테 뭘 해줘야, 뭘 받아야 정신을 차린다.

이번에도 뭔가를 받고서야, 지금까지 내가 이 사람한테 뭐 해준 거 있나? 해준 거 아무것도 없구나, 진짜 무신경한 사람이구나, 하고 또 한 번 깨달았다. 아니면 엄청 타산적인 사람이거나.


아니 사실은 마음의 문을 개방한다는 것. 아직도 조금 두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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